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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운 사람은 그림자가 길다

그루시선-108이동
노진화 | 그루 | 2023년 10월 25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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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10월 25일
쪽수, 무게, 크기 128쪽 | 205g | 128*208*9mm
ISBN13 9788980694914
ISBN10 8980694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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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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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오를 지나 나른한 공기를 품고
하품처럼 늘어진 그림자

내 마음이 이래요

가로등 아래 시멘트 바닥 위로
세밀화처럼 드리운 그림자

내 마음이 이래요

한자리에 오래 서 있는 나무는
그림자놀이로 숨통을 틔운다

사람은 더하지 않겠는가
일상의 못을 들고 날마다 못질하며
버릴 수 없는 것들
지독히 그리운 것들
결국 사랑에 대한,

남아 있는 날들을 씻는다.
---「내 마음이 이래요」중에서

꽃으로 꽃 만다라를 피우는
꽃스님*이
자신을 위해 차린 꽃 샐러드 밥상을 두고
웃음 짓는 걸 보았다

세상에서 그처럼 완전한 밥상이 있을까

나도 아름다운 밥상을 차려야겠네
한 끼 때우는 헐렁한 밥 대신
엄마에게 받았던 밥상을 차려야겠네
그것은 엄마를 위한 밥상
지난밤 꿈속에서 내 밥을 챙겨 주시던
저세상에서도 부실한 딸의 밥을 챙기는
애달픈 엄마를 위해서라네.

*합천 거안마을 여여 스님.
---「엄마를 위한 밥상」중에서

오래 입 다문 나무는
저 혼자 우는 강물 소리 들으며
길게 그림자로 눕는다

입 속에 갇힌 것들
하! 꽃이 되지 못한 것들
그림자로 앓는다
꽃이 되지 못하고 말이 되지 못하고
모가지가 꺾이고 그림자에 갇혀서
제 눈을 찢는다

고통의 축제
눈물 속에서 빛나는 것들
그림자로 누운 것들

사람은, 외로운 사람은
그림자가 길다.
---「그림자」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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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안과 밖, 혹은 고통의 축제 노진화의 이번 시집에 나타난 주된 정서와 모티프는 ‘외로움―그리움’과 ‘그림자’다. 이는 표제(『외로운 사람은 그림자가 길다』)에 그대로 반영되어 있으며, 대지를 살아가는 인간의 실존이며 조건이다. 그 무엇으로도 메울 수 없는 구멍, 지울 수 없는 얼룩이다. 잔 다르크란 별명의 그녀에겐 분출된 에너지만큼이나 깊은 내면의 고독과 슬픔, 쓸쓸함이 가로놓여 있다. 그런 세계 내면의 시적 공간은 주로 바다를 중심으로 형성된다. 바다는 고향과 어머니를 환기하는 장소이며 무의식의 근간이다. 동경과 좌절의 양가 심리가 공존하는 바다는 하느님과 사랑의 지평이기도 하다. 하여 마침내의 사랑에는 숭고한 감정과 정신이 깃들어 있다. ‘내’ 안의 오래된 울음과 울림, 그것은 어디서 비롯되는가? 마음의 공백이다. 허무를 무화시키는 방식으로써, 생의 슬픔과 기쁨을 느끼게 하는 것으로써 노산(魯山)의 시는 평이한 가운데서도 정서와 감각의 깊이가 있다. 내적인 절실함이 있다. 그런 그녀의 시를 읽으면 알 수 없고 말할 수 없는 어떤 기운, ‘나’에 대한 특별한 언어와 감정이 느껴진다.
- 김상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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