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탄, 석유 이후 이제는 전 세계가 신재생에너지에 주목하고 있다. 여기에는 반드시 기후변화에 대응할 목적만 있는 것은 아니다. 채굴 기술이 발전한 덕분에 석유 같은 화석연료는 계속 발굴된다. 50년 전에도 70년 치밖에 남지 않았다던 석유는 지금도 70년 치가 남아 있다. 문제는, 앞으로 석유의 단위당 발굴 비용이 상승할 일만 남았다는 것이다. 오죽하면 ‘오일머니’로 유명한 중동 국가들마저 최근 들어 신재생에너지에 관심을 갖겠는가. 석유가 압도적으로 저렴한 시대는 이미 지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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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의 이런 움직임은 주요국 정부가 벌이는 탄소중립 주도권 경쟁과도 맞물려 있다. 먼저 유럽연합은 2023년 탄소 국경 조정 제도 시행을 추진하고 있다. 수입 제품이 유럽연합 회원국의 제품보다 탄소 배출이 많은 경우에는 세금을 부과하는 제도로서, 철강이나 자동차, 석유화학 등 탄소 배출이 많은 산업군이 주력 수출 분야인 우리나라에 직격탄이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도 조 바이든 대통령이 기후·환경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는 국가의 집약적 상품에 대해서는 탄소 국경 조정세나 쿼터를 부과할 수 있다며 관련 내용을 통상 정책 보고서에 담아 의회에 제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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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탄과 석유로 에너지를 만드는 시대에는 거대한 자본과 설비가 필요했다. 생산자와 공급자가 분리되어, 국가 경제뿐 아니라 개인의 생활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미래 친환경 시대의 태양광발전 기술은 누구나 쉽게 에너지의 생산자가 되는 진정한 에너지 독립화 시대를 앞당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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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처럼 특히 연료 연소 부문에서 탄소 배출량이 많은 경우, 에너지 효율화로 전체 에너지 사용량을 줄이는 한편 에너지원을 신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방법이 탄소 배출량 감소에 가장 효과적이다. 〔……〕 문제는, 온실가스를 줄이는 동시에 경제성장이 가능하냐는 것이다. 이를 일컬어 탈동조화라고 한다. 서로 연관된 것으로 간주되는 두 요인이 같은 방향으로 변화하는 현상이 동조화라면, 탈동조화는 동조화에서 벗어난 때를 가리킨다.
--- p.102
에너지 저장이 전력 계통 내에서 전기에너지 사용의 시간적 제약을 해소하는 핵심 기술이라면, 스마트그리드는 양방향 통신, 즉 스마트미터를 통해 에너지 활용을 극대화한 새로운 전력 계통을 뜻한다. 전자 통신, 전력 전자 기반 특수 설비, 국가 간 에너지 연계 등 제어 가능한 모든 요소를 동원해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다. 탄소중립 시대에 전력 생산이나 공급에서 신재생에너지와 같은 제어 불가능한 요소가 생긴다면, 반대로 소비에서는 제어 가능한 수요 반응이라는 개념이 생길 것이다. 말 그대로 수급 상황에 따라 수요가 반응해 불균형을 해소한다는 뜻이다. 〔……〕 지금의 전력 계통은 전기 요금 체계로 정해진 비용을 전기 사용량에 따라 청구하지만, 만일 전기 가격이 실시간으로 변하고 전력 수요가 이에 반응한다면 수요와 공급을 맞출 수 있을 것이다.
--- pp.123~124
에너지 저감이 탄소 저감으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건축계에 새롭게 등장한 개념이 ‘제로 에너지 건물’이다. 화석연료를 사용하며 발생하는 온실가스를 최소화하기 위한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다. 제로 에너지 건물은 화석연료를 사용하지 않는 건물, 또는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건물을 가리킨다. 〔……〕 개념은 이렇지만, 에너지원이 화석연료든 아니든 일단 에너지를 적게 소비하도록 짓는 것이 우선이다. 그다음 신재생에너지 같은 탈탄소 에너지원을 건물에 공급하는 것이 순서다. 또한 냉난방을 비롯해 조명, 급탕시설, 가전, 사무기기, 엘리베이터 등 건물에서 소비하는 모든 에너지를 감축 목표로 삼아야 한다.
--- p.149
탄소중립 맥락에서 기업들은 국내외로 경영전략의 변화를 요구받고 있다. 무역 환경은 기후변화 대응 기조를 점차 강화하고 있고, 국내적으로는 그린 뉴딜 정책과 장기 저탄소 발전 전략이 시행되면서 경영 환경이 바뀌고 있다. 이러한 변화에 발맞추려는 기업의 생존 전략은 그린 산업의 창출, 그린 비즈니스를 통한 그린 시장의 선점으로 나타난다.
--- p.185
탄소중립이라 하면, 대개 에너지를 만들거나 사용할 때 배출하는 탄소를 최소화하는 기술이 떠오른다. 즉 탄소가 발생하는 것부터 막는 기술이라는 것이다. 여기서 더 나아가, 이미 존재하는 탄소까지 줄이는 건 어떨까. 배출된 탄소를 붙잡아서 격리하는 기술이 있다면, 기후변화를 일으키는 탄소를 더욱 줄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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