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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나즈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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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11월 06일
쪽수, 무게, 크기 340쪽 | 356g | 128*188*30mm
ISBN13 9791167373700
ISBN10 1167373707

카드 뉴스로 보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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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고 있는데 따라오는 자가 있었다.
--- p.7

세이지와는 아주 평범하다. 평범하기는 어렵다. 평범하지 않은 것은 얼마든지 있다. 하지만 평범하지 않은 것은 대개 오래 견딜 수 없다. 머지않아 무너진다. 파멸을 향하는 것은 쉽다. 평범한 것을 유지해내는 것이 가장 어려운 것이다.
--- p.110

남편은 ‘이제 없는 것’이 아니라 ‘아직 없는 것’이다. 아직 없는 것. 언젠가 나타날지도 모르는 것. 과거 속으로 모습을 감출 수 있는 것은 지금 있는 것뿐이다. 지금 없는 것은 과거 속으로 사라질 수 없다. 어디로 사라질 수도 없다. 부재 상태로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없어지지 않는다.
--- p.130

어쨌든 남겨진 사람은 불쌍한 거야. 근데 말이야, 사라지는 과 남겨진 중 어느 이 불쌍하다고 생각해? 여자가 물었다. 생각하고 싶지도 않아, 그런 거. 쌀쌀맞게 대답하자 여자는 바로 바다로 사라진다. 사라지는 순간 바다에 빠지는 여자의 발이 하얗다.
--- p.136

비는 지상 전체에 쏟아져 내리고 있는데 나한테만 내리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 p.145

천천히 배가 불에 녹는다. 파도 사이를 떠다니던 사람들도 타오르는 불에 넋이 나가서 바라다보고 있다. 사람들은 작게 배는 크게 불 속에서 무너져간다. “예쁘다.” 여자는 쓸쓸한 듯 중얼거렸다.
--- p.170~171

때때로 살아 있다는 것에 질렸었어. 여자는 냉담하게 답한다. 아침부터 밤까지 악착같이 일하면서 악착같이 살고 있다는 것도 깨닫지 못한 채 내가 무엇에 기뻐하고 있는지도 모르고 자신에게 마음이 있다는 것조차 알지 못하고 남의 마음속을 헤아리는 일도 없이 그저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는 것에 질렸던 거야.
--- p.175

완탕면이든 짜장면이든 함께 먹어보자. 그리고 질렸네 뭐네 하지 말고 그냥 아무렇지도 않게 살아보자. 다시 마음속으로 여자에게 말을 걸어 설득했다. 여자가 어이없다는 듯이 고개를 흔든다. 당신은 심각한 건지 경박한 건지 도무지 알 수 없는 사람이야. 심각이라든지 경박이라든지 운운하며 나눌 수 있는 게 아니죠, 살아 있다는 건.
--- p.176

보지 않았어. 그런 광경 본 적 없어. 그냥 내가 만들어낸 거야. 내 마음속에서 부풀어 올랐던 여름 구름이 흩어졌다가 금세 모양을 바꿔서 둥글어지기도 하고 그런가 싶더니 끝이 가늘어지면서 쭉 늘어나기도 하고 다시 흩어져서 자잘해지기도 하고 하는 그런 거랑 같아. 생각의 틈새에서 새어 나온 망상 같은 것이 점점 모양을 바꾸고 커지기도 하고 작아지기도 하고 무서운 것이 되기도 하고 갑자기 밝게 빛나는 것이 되기도 하고, 그냥 그런 거였어. 그건 분명.
--- p.191

이 전철은 마나즈루와 도쿄를 잇는 상자다. 내 몸을 환상으로부터 현세로, 또 반대로 이번 생에서 다른 생으로 옮겨주는 상자다.
--- p.204

어째서 사랑하면 빠져나가버리는 걸까. 분명 몸의 무게를 충분히 느끼고 있었는데 나도 모르는 사이에 레이의 몸은 형태를 감추고 투명해져 뻗은 손은 몸이었던 곳을 허무하게 관통한다.
--- p.270

모든 것이 거기에 존재하게 된다. 이 세상에 태어나 눈으로 직접 보았던 모든 것도, 훨씬 전부터 잊고 있었던 것들도 모두 마음속에는 생생하게 존재한다. 그뿐인가. 눈으로 본 적이 없는 것, 결코 상상조차 한 적 없는 것까지도 거기에는 존재한다.
--- p.275

좋아해도 허무해도 우리는 헤어졌다. 좋아한다는 것이 함께 있어야 할 이유는 되지 않는다. 몸을 세이지에게 기대어 안긴다. 나도 세이지를 안아준다. 그대로 서로 녹아들듯이 세이지와의 거리가 없어지게 되면 좋을 텐데. 제각기 이런저런 것들에 매어져 있는 채로 지낼 수밖에 없다.
--- p.298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추리소설과 여행기, 우아한 에로티시즘을 결합한 꿈 같은 작품.
- 커커스리뷰
현실, 환상, 기억을 모호하게 만드는 가와카미 히로미의 놀라운 솜씨.
- 퍼블리셔스위클리
거짓말을 하면서 살아가는 것을 견딜 수 없게 된 인간은 소설을 읽는다. 가와카미 히로미의 작품은 이 사실을 매우 잘 보여준다. 『마나즈루』는 가와카미의 작품 본연의 모습을 가장 잘 보여주는 시대의 대표작이다.
- 미우라 마사시 (문예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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