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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생각하는 우리 문화의 자존

다시 생각하는 우리 문화의 자존

: 한 국문학자의 문화 단상

이종찬 | 여백 | 2023년 11월 07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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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11월 07일
쪽수, 무게, 크기 224쪽 | 420g | 145*205*20mm
ISBN13 9791190946308
ISBN10 1190946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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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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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배움의 길에서 우리 글도 모르다가, 하루아침에 우리 글을 알게 되어 배움의 장이 우리의 말과 글이었다. 거기에다 일터로 선택한 곳이 바로 우리 글을 가르치는 자리였으니 외골수로 살아도 너무 외곬이었던 답답한 평생이 되고 말았다. 이것이 나의 무능으로만 맺어진다면 그래도 마음이 편할 터인데 남을 가르치는 직업이었으니, 내 교단 앞을 지나간 후배들에게 잘못된 길잡이가 되었다면 그 죄를 어떻게 용서받을까 적이 두렵다.

그래서 속죄의 심정으로 되돌아보려고 이 글을 쓰기로 하였다. 해방공간에서 황무지였던 우리 문화의 틀을 찾아가려니 자연스레 식민지 시절 지식인이었던 선배님들의 이론적 틀에서 우리 말과 글의 내력을 익혀 가게 되었다. 그래서 지배자와 피지배자의 관계인 종속적 사관에 얽매인 해석임을 알지 못하고 그대로 추종한 것이 한둘이 아니지만 아직도 구별 못함이 있는 듯하여 아쉬움이 많다. 이런 잘못이 어디에서 비롯됐느냐 하면, 검정과 흰빛처럼 뚜렷한 차이는 처음부터 오해할 소지가 없지만 주홍빛과 자주색같이 근사한 색깔에서는 오해 아닌 곡해를 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를 일러 주자혼효(朱紫混淆)라 한다.

한 예를 들어보면 조선조의 지식인이 고려의 노래를 기록하되 ‘사리부재(詞俚不載)’라 하여 “속된 말이라 기록하지 않는다.”로 해석되는 어구와 같은 사례다. 이를 조선조의 선비들은 자신의 노래는 언문이기 때문에 기재하지 않는다고 풀이하여 사대사상의 표징으로 삼았고, 뒤따르는 우리의 선배님들도 앵무새처럼 되뇌었다.

그러나 이 표현은 지극히 정확한 표현이다. 고려가요는 노래이다. 노랫말은 언어의 음률화이니 우리 말을 기록할 문자가 없었던 당시로는 기록할 수가 없었다. 그런 말이기 때문에 “기록할 수가 없다.”이지 “기록하지 않는다.”가 아니다. 부재(不載)는 불능재(不能載)와 동일 어구다. 그러기에 고려가요를 정리할 때 한시(漢詩)로 번역된 ‘소악부’인 이제현(李齊賢, 1287~1367)의 역시(譯詩)를 싣되 “李齊賢作詩解之曰(이제현이 시를 지어 해석하되)……”이라 했던 것이다. 이것이 바로 주자혼효의 전형이다. 부재(不載)와 불능재(不能載)는 표현의 어구로 구별되는 것이 아니라 문맥으로 구별되는 것이다.

지금에 와서 이런 문제를 바로잡으려면 우리의 것을 정확히 이해해야 하기 때문에 이어서 우리 문화의 긍지를 더듬어 보았다. 우리는 우리의 것을 고귀하게 간직하려는 긍지가 옅어 보인다. 지난 1세기 동안 우리의 고난은 어찌 보면 우리 것을 우리 것으로 자부하지 못하고 맹목적인 외래 추종의 굴종적 자세가 아니었나 하는 반성을 하면서 이 글을 썼다. 또 여전히 통용되고 있는 식민시대의 문학관에서 유래한 오류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적시해 두었다.
---「책머리에」중에서

국어는 국어 교육에서 실패한 것이 분명하다. 언어는 정신인데 언어의 기본 틀이 항시 흔들리고 있으니, 국민의 정신이 흔들릴 수밖에 없지 않은가. ‘한글전용’이니 ‘국한문혼용’이니 해서 글쓰기의 방향 하나 여태껏 자리잡지 못하고 있는 것이 우리의 실상이 아닌가. 한글이 편타거나 한자가 어렵다거나 하는 것이 배우는 이의 주장인가 사회의 요구인가. 국문학자 자신들의 자중지란이 아닌가. 전문인이 제 분야를 그르치는 실상의 한 단면이다.
--- p.14

을유년의 해방으로 우리 국어를 되찾아 우리 국문을 쓰게 되었을 때 지식인의 환희는 형언할 수가 없었을 것이다. 필자는 소년기였으니 이런 기쁨을 느끼기에는 아직 철부지였고, 더구나 우리 국자(國字) 자체를 처음으로 대하는 처지였으니 거창하게 국문학이라는 용어 자체를 알지 못했다. 이때 지식인의 대표로 미래 국문학의 개척자가 된 학자들은 이 환희 속에서 우리 문학의 갈래를 정하는 데도 매우 혼선이 컸던 것으로 이해된다. 그중의 가장 큰 혼란이 한자와 정음의 관계였다. 국어 말살정책에 의하여 사라졌다 되찾은 정음 한글이 오로지 우리 문자이고 그것만이 순수한 우리 문학이라는 등식은 죽다 살아난 생명의 선혈(鮮血)처럼 환영을 받아, 과거의 문학을 송두리째 부정하는 결과를 가져와도 의식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이것은 정음 문자만이 우리 문자라는 희열이 우리 문학 기술의 주체로 내려온 한문을 외국 문학으로까지 규정하려는 편향적 견해를 낳았던 것이다.
--- p.58~59

필자는 소악부(小樂府)에 대하여 명칭과 갈래 등을 이미 1965년에 상세히 정의한 바 있다.(1965. 졸저, 『한국한문학의 탐구』, 이회문화사, 1998 참조) 하지만 아직도 오해를 하고 있는 것 같아 여기서 대략 살피려 한다. 문제의 발단부터 말한다면, 소악부의 소(小) 자의 쓰임이 중국에 대한 사대적 비하 용례라 하여 오도되고 있는 점을 시정한 것이다. 구체적인 사례부터 든다면 서수생(徐首生)의 『고려가요(高麗歌謠)의 연구』에서 “소악부의 소(小) 자를 붙인 것은 중원인 대국에 대한 소국이란 사대와 자기 폄하에서 온 동방 시골의 전승 민요란 의미를 가지고 있다. 곧 ‘小華詩評’이라든지 ‘小華外史’라든지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라고 하였다. 이 역시 우리의 과거를 일률적으로 사대 비굴이라는 시선으로 폄하했던 식민지 교육을 물려받은 국문학자들의 전형적인 해석 방법이다. 필자는 1965년도 상기 논문에서 이를 시정하는 논증적 근거를 자세히 제시하였다. 결론부터 말하면, 소악부의 ‘소(小)’ 자는 절구시(絶句詩)를 소시(小詩)라 말할 때의 ‘소’ 자로서, 소악부란 ‘절구적 소시(小詩)의 악부’라는 뜻이다.
--- p.63~64

우리 역사에서도 이 말 자체로 해서 어느 특정의 문학이 부정적으로 해석되는 경향이 있었으니, 그 대표적인 예가 조선조 학자들에 의해 고려시대의 가요가 남녀상열지사(男女相悅之詞)라 하여 많은 부분 삭제되었다는 것이다. 특히 그것이 조선조 건국 이념인 유교의 윤리적 시각에서 부정적으로 비추어졌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남녀상열이라는 의미 자체가 그렇게 부정적으로 해석될 수 있는 말은 아니다. 더구나 조선에 들어와서 『고려사』를 정리하면서 고려의 속요를 ‘비사리어(鄙詞俚語)’라 하여 아낌없이 잘라 버렸다(조윤제, 『한국문학사』, pp.133) 함은 좀 왜곡된 견해가 된다. 앞에서 고려속요를 『고려사』에 싣지 못한 그 당시의 문화적 배경을 말했듯이, 남녀상열의 노래가 가사 내용이 음란해서 기록하지 않은 게 아니라 기록할 수 없었던 당시의 문화적 사정이 있었다. 고려속요가 당시까지 구전으로 계승되었던 것이고, 그 구전은 일반 대중의 심정적 공감이 없었다면 당연히 유전되지 않았을 일이다. 따라서 남녀가 서로 즐거워할 노래가 많이 전해졌다면, 이는 그 당시의 노래가 보다 더 인간적 심성에 부합되었다는 것을 반증할 수 있는 말이지 결코 부정적으로 비춰져야 할 말이 아니다.
--- p.71~72

호칭의 기본 원칙은 남을 높이고 나를 낮추는 것이다. 내 아버지는 일반 명칭인 아버지이고, 남의 아버지는 존칭인 ‘님’을 붙여 아버님이듯이, 내 아들 딸은 ‘내 자식, 내 여식’이고 남의 아들 딸은 ‘아드님, 따님’이다. 지난날 예절이 중시되던 우리 사회에서는 존대와 겸손이 틀에 익어 호칭에는 대화체의 구어보다는 문어체를 썼다. 남의 아버지를 ‘춘부장(椿府丈)’이라 하거나 어머니를 ‘훤당(萱堂)’이라 했다. 춘(椿)이란 나무는 8천 년에 봄이 한 번 오고 8천 년에 가을이 한 번 온다 한 장자의 이야기에 근원을 두어 장수를 상징하는 존칭이고, 훤(萱)이란 풀은 근심을 잊게 하는 풀로 어머니의 별당에 심어 드린다 하여 근심 없이 즐거움을 누리라는 복락의 축원을 상징하는 존칭이다. 현재에는 한자어를 기피하는 현실에서 이러한 언언들이 사어화하고 있으니, 일면 안쓰러운 마음이 없을 수 없다. 그 밖에 일반적으로 상대방을 존칭할 때에는 ‘영(令)’ 자를 얹어 높임을 나타냈으니, 착하다 아름답다의 원 의미에서 존경의 접두사로 전용된 것이다. 남의 아들을 ‘영식(令息), 영윤(令胤)’ 딸을 ‘영애(令愛)’라 하거나, 남의 부인을 ‘영부인(令夫人)’이라 함이 다 그러한 실례들이다.
--- p.108~109

고려 때에 처용무와 함께 불린 「처용가」의 머리 부분이 이렇다. “新羅盛代昭盛代 天下太平羅?德(신라가 왕성하던 시대의 더 빛난 왕성한 시대 천하가 태평한 라후의 덕이여)” 처용을 라후라(羅?羅)의 덕이라 했다. 라후라는 부처의 10대 제자 중에서 인욕이 뛰어난 사람이다. 처용의 첫째 덕을 인욕으로 인정한 셈이다. 오늘 우리 사회에 조급한 대결의 국면이 많다면, 이는 우리 문화를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한 면이 많아서 빚어지는 현상일 수도 있다. 문화 인식의 오해가 대부분 우리의 것을 부정적으로 보아 온 식민지 교육의 틀을 벗어나지 못한 데에도 큰 원인이 있다. 이제는 이런 시각을 털어 버리고 보다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자세로 우리 문화를 이해하여 이를 세계화할 때이다. 갈등과 대치로 불안한 국면을 맞는 세계질서의 치유는 우리의 「처용가」와 같은 인욕의 정신으로 해야 할 것이다.
--- p.128

지금에 와서도 중국이 고구려가 자신들의 영토였다고 터무니없는 주장을 하는 것을 보면 저들은 아직도 거란의 망령에 사로잡힌 것 같다. 당시 소손녕이 서희에게 대접했던 예의를 그렇게 잊을 수가 있을까. 군사 외교가 이렇게 귀중함을 느끼며 다시 한번 더 우리 선조들의 예지에 감복한다. 한 번은 성종이 해주로 나들이하였다가 서희의 막사로 들어가려 하니, 서희는 막으면서 “신하의 막사는 지존하신 임금님이 납실 곳이 아닙니다.” 하였다. 그럼 술을 내오라 하니, “신하의 술을 드릴 수가 없습니다.” 하여 성종은 할 수 없이 막사 밖에 앉아서 어주를 내다 함께 마시고 파했다. 상하의 위계를 분명히 구분할 줄 아는 교양을 갖춰야 현명한 신하가 될 수 있는 법이다.
--- p.1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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