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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 딸 여행이 필요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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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 딸 여행이 필요할 때

: 달라도 너무 다른 딸과 함께 20개 나라를 누비며 얻은 것들

한명석 | 사우 | 2023년 04월 27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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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04월 27일
쪽수, 무게, 크기 248쪽 | 288g | 128*188*20mm
ISBN13 9791187332862
ISBN10 11873328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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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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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여행지에서 완전히 무력해졌다. 돈 없고 길 모르니 꼼짝없이 노약자 신세였다. 영어 문장을 만드는 건 내가 딸보다 좀 나았는데 듣기는 딸이 완연히 나아서, 나는 말만 해놓고 뒤로 빠졌다. 어느 것 하나 직접 결정하지 못하고 딸에게 의지하다 보니 의기소침할 때도 있었지만 이내 내 역할을 찾았으니 그건 바로 향유하는 것이었다. 딸도 엄마를 인솔하고 다니는 게 힘겨울 때가 있었을 텐데 여행 횟수가 늘어날수록 자기 역할을 즐기게 된 것 같다. 우리는 여행을 통해 서로에 대해 깊은 이해를 하게 된 것이다. 저녁이면 가계부를 쓰는 딸과 여행일기를 쓰는 엄마의 조합.
--- p.171

보통 스무 살이면 엄마를 떠나는데 그보다 십 년도 넘게 놀아준 것을 생각하니 기꺼이 2열, 3열로 밀려날 준비가 되어 있다. 지나고 보니 우리 모녀에게 여행이 한 일이 참으로 지대하다. 딸은 걱정이 많고 나는 즉흥성이 많은 유형이었다. 과거형으로 쓸 수 있어서 행복하다. 딸의 걱정은 삶에 대한 두려움에서 나오는 것이고 나의 즉흥성은 최대한 삶을 누리고 싶다는 열망에서 나오는 것이니, 우리의 스타일은 극과 극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달랐다. 놀랍게도 여행은 우리의 그런 속성을 얼추 해소시켜 주었다.
--- p.213

딸의 20대와 나의 50대의 중심에 여행이 있었다. 이제 딸은 타고난 걱정에너지를 적절한 준비성으로, 나는 타고난 지름신을 연륜에 맞는 도전의식으로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이다. 원 없이 놀아본 시절이 있기에 힘차게 다음 단계로 나아간다. 구체적인 분위기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채무의식과 서운함으로 범벅이 되지는 않을 것 같다. 대부분의 옛날 엄마들이 무한대로 딸에게 헌신했고, 딸은 어떻게 해도 도저히 거기에 값할 수 없기에 모녀 사이에 채권, 채무의식이 있기 쉬운데, 여행을 통해 딸은 나에게 제 몫을 다했고 나는 다 받았다. 앞으로도 가끔 여행을 같이 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가 없으리라.
--- p.216

우리는 서로에게 무리한 부탁을 하는 적이 없다. 도움을 받았으면 고맙다는 말도 잘한다. 말이 통하는 한 함께 지내며, 여행 파트너로 유효한 이상 함께 여행을 다니고 있을 뿐, 모녀라고 해서 돈독한 관계가 언제까지나 저절로 굴러간다는 기대 같은 것은 하지 않는다. 지금도(2023) 태국에서 두 달 넘게 같은 침대를 쓰며 놀고 있지만 이미 상황은 “효가 뭐예요?”에 이른 것이고, 그 자리를 채울 새로운 강령은 우정이 될 수밖에 없다.
--- p.220

딸에게 너무 많은 것을 기대하지 않으려는 마인드컨트롤을 하다 보니 조각 피자 이미지가 떠올랐다. 크고 둥근 피자 한 판이 아니라 조각 피자 한 쪽. 출출할 때는 피자 한 쪽으로 충분하다. 한 판까지는 필요도 없다. 딸에게 조금 서운한 일이 있을 때도 내가 은연중에 피자 한 판의 완성도를(완전히 성숙한 인간) 기대한 것은 아닌지 돌아보면 딸이 옆에 있다는 사실만으로 고마워진다. 크게 기대하지 않으므로 실망도 없고, 서로 간에 끈적한 책임이나 부담보다 소슬한 바람이 불 여지가 생긴다. 집착하지 않아야 건강하게 오래 갈 수 있는 것은 부모 자식 관계에서도 마찬가지이다.
--- p.232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는 건 기본이고 거기에 멧돼지처럼 용맹하게 인생 선배로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마. 딸도 은근히 걸크러시를 좋아하니 우리 산에서 만날까? 자기다운 삶, 여한 없는 삶이라는 이름의 정상에서? 나는 사랑보다 존경이 좋으니 그걸 목표로 해서 살아볼게.
--- p.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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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나 자신의 가장 아름다운 이미지를 끌어낼 줄 아는 사람들이 있다. 집에서도 직장에서도 여행지에서도, 그 장소에 어울리는 가장 향기로운 모습으로 변신하는 사람. 이 책의 작가는 바로 그런 매력을 지닌 사람이다. 여행은 그런 작가에게 보이지 않는 날개를 달아준다. 딸과 함께 언제 어디서나 장기 배낭여행을 떠날 준비가 되어 있는 바지런하고 감수성 풍부한 엄마, 엄마가 떠나는 곳마다 교통편과 숙소와 식당 검색까지 철저하게 해내는 총명한 딸이 이루어내는 사랑스러운 콤비는 독자로 하여금 부러움을 자아낸다. 한평생을 살아도 이렇게 완벽한 여행파트너를 찾기는 어려운 일이기에.

여행을 떠날수록 더욱 ‘나다움’에 가까워지는 사람들이 있다. 이 책의 저자 또한 바로 그런 눈부신 행운의 주인공이다. 떠나면 떠날수록 더욱 지혜로워지고, 풍요로워지고, 행복해지는 사람의 이야기가 미소를 머금게 한다. 가족 여행을 준비하는 사람들, 어른이 된 자녀와의 관계에 대해 생각이 많은 이들에게 이 책은 눈부신 날개를 달아줄 것이다.
- 정여울 (『문학이 필요한 시간』, 『내가 사랑한 유럽top10』 저자)
모든 딸과 엄마는 계속 좋은 사이이기를 원한다. 그러나 쉽지 않다. 과거의 관계를 되풀이하기 때문이다. 딸이 성인이 되면 엄마는 보호자에서 물러나 동반자가 되어야 한다. 모녀간의 여행은 그 전환을 촉진한다. 그 점에서 이 책은 모녀의 여행기이자 가족성장 심리에세이이다.
- 문요한 (정신건강의학과 의사,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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