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불가능한 건축물에는 아름다우면서도 거칠고 길들여지지 않은 무언가가 있다. 그들이 서서히 죽어가는 존재들이라는 사실을 우리 모두 직감하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10쪽, 저자 서문」중에서
바다를 떠다니는 선박들은 더 이상 등대의 낭만적인 보호를 받을 필요가 없어졌고, 인공위성과 GPS를 통한 내비게이션, 수중 음파 탐지기, 레이더 같은 새로운 길잡이들이 속속 나타나면서 등대가 그동안 수많은 사람들, 특히 이름 없는 이들의 가정이자 일터가 되어주었다는 사실조차 잊혔다.
---「10쪽, 저자 서문」중에서
“성난 파도 한가운데 우뚝 솟은 거무스름한 바위는 험하고 황량했다. 이런 곳이리라고 상상하지 못했던 나는 폭풍우가 몰아치는 바위섬 앞에서 압도당했다. 수평선에 희미한 빛이 비치는 가운데, 거대한 파도가 바위섬의 서쪽 부분에 강하게 부딪치며 하얗게 부서졌다. 그건 누구도 쉽사리 상상하기 어려운 광경이었다.”
---「56쪽, 에반헬리스타스 등대」중에서
등대로 가려는 계획이 끝없이 미루어지는 일은 단지 소설에서만 일어나는 게 아니다. 등대로 처음 부임하거나 교대하는 등대지기들이 기상 악화로 출발이 지연되는 경우가 허다했다.
---「64쪽, 거드리비 등대」중에서
1969년 8월 4일, 근무 중이던 등대지기들이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등대 램프의 이상 징후가 포착된 데다 반복된 무선 호출에도 아무런 응답이 없자, 비미니군도에서 구조대가 급파되었다. 섬에 도착하자마자 조사한 바로는 대부분 정상이었다. 각종 집기와 식량 등은 제자리에 있었다. 그렇지만 등대는 인기척 하나 없이 고요했고, 등대지기들의 행방 또한 오리무중이었다.
---「68쪽, 그레이트아이작케이 등대」중에서
“두꺼운 유리창에 굵은 빗방울이 내리쳐 앞이 보이지 않을 때도 있고, 높은 파도가 일어 며칠이나 배가 오지 못할 때도 있다. 그럴 때면 굶주림에 지칠 대로 지치지만, 그래도 나는 행복하다. 이 바위섬에 있으면, 해안에서는 절대 얻을 수 없는 마음의 평화를 느낀다. 여름에는 수백 척의 배들이 이 항구를 드나든다. 모두 내 지시를 따를 때만 가능하다. 내가 살면서 느끼는 행복의 일부는 여기에서 온다.”
---「88쪽, 라임록 등대」중에서
넬슨 만델라, 월터 시술루, 고반 음베키, 아메드 카트라다는 교도소 점멸등 불빛을 받으며 억압에 맞서 끝까지 투쟁하기로 뜻을 모았다. 자신들이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미래를 이끌 영웅이 되리라는 것도 모른 채, 그곳에 갇혀 지도자로서의 능력을 키웠다.
---「108쪽, 로벤섬 등대」중에서
쥘 베른은 그곳에 있는 자그마한 등대에서 영감을 얻어 자신의 마지막 소설 중 하나인 『세상 끝의 등대』를 썼다. 놀랍게도 그 등대는 그가 살던 프랑스 도시 아미앵으로부터 만 3천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있다.
---「120쪽, 산후안데살바멘토 등대」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