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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관에 간 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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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관에 간 철학

: 중년의 철학자가 영화를 읽으며 깨달은 삶의 이치

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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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02월 14일
쪽수, 무게, 크기 284쪽 | 426g | 152*225*17mm
ISBN13 9791170433835
ISBN10 1170433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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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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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앞에 파란 약과 빨간 약이 있으면 나는 어떤 약을 선택할까? 파란 약을 먹으면 각성 체험의 세계 속에서 산다. 빨간 약을 먹으면 환각 체험의 세계로 떠난다. 호기심을 자극하는 건 빨간 약이다. 뭘 선택해야 하나? 네오가 빨간 약을 선택하기 전이든 후든 계속 품고 있는 물음이다. 네오가 빨간 약을 선택하는 건 이 물음을 포기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물음에 대한 답이 자기 정체, 다른 말로 ‘자의식’이다.
--- pp.27~28

이제 문제는 미래에 개인은 감정이 방아쇠를 당기는 자유 의지로 선택해 인생을 바꿀 수 있느냐는 것이다. 감정은 ‘미친놈’이어서 소탐대실을 선택할 가능성이 크고 개인의 인생은 망할 수 있다. 또 개인은 누구나 이성과 감정을 갖고 있고 이성이 견제하기에 감정이 쉽사리 의지의 방아쇠를 당기지 못한다. 트리니티가 가족을 버리는 걸 주저하는 것처럼. 그러나 반전이 일어날 수도 있다. 인생은 감정이 방아쇠를 당겨 부활할 수도 있다. 트리니티가 부활한 것처럼 말이다.
--- p.61

사랑과 섹스도 언어의 통제 아래 있다. 성관계 같은 건 없다는 말의 다른 뜻이다. 언어가 하는 짓이 사랑과 섹스조차 순수하지 않고 온갖 잡것이 섞이게 만든다는 뜻이다. 게스(GUESS) 대신 게우스(GEUSS), 나이키(NIKE) 대신 나이스(NICE). 승민의 가난을 보여준다. 〈건축학개론〉의 명장면이다.
--- p.81

〈어벤져스: 엔드게임〉은 프랑스 철학자 질 들뢰즈의 눈으로 보면 흥미로운 시간을 보여준다. 과거, 현재, 미래의 순으로 흐르는 연대기 시간이 아니라 과거, 현재, 미래가 함께 있는 비연대기 시간이다. 토니의 장례식을 치른 뒤 스티브는 여섯 개의 인피니티 스톤을 제자리에 돌려주러 다시 한번 시간 여행을 다녀온다. 백발의 노인이 되었다. 스티브는 스톤들을 돌려놓은 뒤 평범하고 행복한 삶을 살다가 돌아왔다고 말한다. 왼손에 결혼반지를 끼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돌아온 스티브가 데이트 약속을 지키지 못한 페기 카터와 집에서 행복하게 춤을 추며 키스를 나눈다. 〈어벤져스: 엔드게임〉의 명장면이다.
--- p.141

〈기생충〉은 자존심 손상에 반지하 냄새를 결합해 기택 냄새를 만든다. 가족 사랑에 가족 사기를 결합해 기택 가족을 만든다. 가족 사랑에 방공호 대피를 결합해 문광 가족을 만든다. 가족 사랑에 과외 교사를 결합해 동익 가족을 만든다. 〈기생충〉이 재밌는 철학 비결은 반지하 냄새, 가족 사기, 방공호 대피, 과외 교사라는 특수들을 발견한 것이다.
--- p.155

나치가 유대인을 독일 민족과 구별해 비하, 격리, 학살한 건 유대인을 남으로 만든 사례다. 20세기를 대표하는 남 만들기 사례다. 아렌트는 나와 남을 가르지 않는 다문화 공생의 철학자로 주목받는다. 아렌트의 눈으로 보면 속물 세법 변호사 송우석과 아이히만은 닮은 점이 있다. 악의 평범성(banality)이다.
--- p.184

마이클은 역사가 가르쳐준 거라고 말한다. 마이클은 역사에서도 배우고 아빠에게서도 배운다. 큰형 산티노를 죽인 경쟁 조직의 보스 바지니와 회의를 주선하는 자가 배신자라는 아빠의 가르침 덕분에 황천길로 가는 대신 바지니와 배신한 부하 테시오를 죽인다. 마이클은 이기적 생물 유전자 덕분이 아니라 역사와 가족에게 배운 문화 유전자 덕분에 생존과 살인의 달인이 된다.
--- p.215

라스 알 굴은 고담시를 멸하려 하고 브루스는 고담시를 구하려 한다. 선한 사람도 많다는 브루스의 말은 선한 개인을 구제해야 한다는 뜻과 함께 선한 개인과 악한 개인이 섞인 공동체를 한꺼번에 멸하면 안 된다는 뜻도 지닌다.
--- p.244

자유지상주의는 제임스 본드가 가진 살인 면허를 모든 인류에게 부여할 수 있다. 내가 내 소유이면 자살해도 괜찮고 남이 허락받고 나를 죽여도 괜찮고 내가 허락받고 남을 죽여도 괜찮다. 내가 내 소유라는 자유지상주의 원칙은 국가가 개인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해야 한다는 자유지상주의의 최소 국가 원칙과 모순에 빠진다. 자유지상주의는 누워서 침을 뱉는다.
--- p.257

매몰된 3천 명의 경찰이 배트맨의 도움으로 빠져나와 베인 일당과 전면전을 벌이러 갈 때 폴리는 선두에 나선다. 경찰들이 베인 일당에게 돌격하고 폴리는 장렬하게 죽는다. 부패한 사람도 있겠지만 폴리와 함께 돌격하는 3천 명의 경찰은 목숨 걸고 고담 시민을 지키려는 연대, 봉사, 희생, 동료애를 보여준다. 샌델이 찬양하는 미덕과 공동선을 갖춘 모습이다.
--- p.2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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