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금장 금고 안에서 또 한 번의 기구한 운명을 맞은 그 책이 바다 깊은 곳에서 손상되지 않은 채 무사히 떠오르기를 고대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어 그 책을 펼쳐보고, 여백에서 여백으로 이어지는 모험의 연대기에서 눈을 떼지 못한 채 그 시인을, 그 시인이 초기에 썼던 시구들을, 그 시인의 환희와 두려움을 발견하게 되기를 고대했다. 이어서 그 책을 읽은 이들이 역사에 최초로 기록된 ‘암살단’을 만나게 되기를, 그리고 모랫빛과 에메랄드빛 표지 그림 앞에서 믿기지 않는다는 얼굴을 하기를 고대했다.
---「프롤로그」중에서
“그 책을 잘 간직하고 있다가, 머릿속에 시구가 떠오르면서 입 밖으로 튀어나오려고 하거든 그때마다 억지로라도 참고 그 책에 써서 비밀로 만들게. 시를 쓰면서 나 아부 타헤르를 생각하고.” 재판관은 자신의 그 행동과 말이 문자 역사상 최고의 비밀을 태어나게 하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을까? 온 세상이 오마르 하이얌의 숭고한 시를 발견하기까지, 하이얌의 루바이야트가 역사상 가장 독창적인 작품 중 하나로 숭앙받기까지, 마침내 사마르칸트의 필사본이 겪게 되는 기구한 운명이 알려지기까지는 800년이란 세월을 기다려야 하리라는 것을 그는 알고 있었을까?
---「제1부 시인과 연인」중에서
“시는 앞서 있었던 시를 결코 부정하지 않으며, 후배 시인들에 의해 부정되는 일 없이 아주 고요하게 세월을 통과합니다. 제가 루바이를 짓는 것은 바로 그 때문입니다. 제가 왜 학문에 매료되는지 아십니까? 학문 속에서 최상의 시구를 찾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수학을 통해서는 도취시키는 운율을 얻고, 천문학을 통해서는 우주의 불가사의한 속삭임을 들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제1부 시인과 연인」중에서
“신께서는 아랍인 칼리파에게 최고의 권위를 부여하셨고, 칼리파는 튀르크인 술탄에게 그 권위를 양도했고, 술탄은 페르시아인 재상의 손에 국정을 맡겼지. … 내게 굴러 들어온 이 거대한 땅에 나는 가장 강하고, 가장 융성하고, 가장 안정되고, 세상에서 가장 치안이 잘된 국가를 건설하겠다는 꿈을 갖고 있어. 나는 모든 변방과 도시들이 신을 두려워하고 신하들의 불만에 귀를 기울이는 정의로운 인물이 통치하는 제국을 꿈꾸고 있네. 나는 늑대와 양이 아주 평화롭게 같은 시냇물을 마실 수 있는 국가를 꿈꾸고 있어.”
---「제1부 시인과 연인」중에서
이 시대를 두고 자주 회자되는 전설 중에, 1000년대 초반을 각자 나름대로 풍미했던 세 친구, 페르시아의 3인에 대해 내려오는 이야기가 있다. 세상을 관조했던 오마르 하이얌, 세상을 지배했던 니잠 알물크, 세상을 공포로 떨게 했던 하산 사바흐. 사람들은 이 세 인물이 함께 니샤푸르에서 수학했다고 말한다. 그러나 니잠은 오마르보다 서른 살이나 위였고, 하산은 레이에서 공부를 한 데다 그의 고향 콤에서도 공부를 했는지는 모르지만 니샤푸르에서는 분명히 하지 않았으니, 그건 사실이라고 할 수 없다.
---「제1부 시인과 연인」중에서
“셀주크 제국 술탄의 후손들끼리 서로 후계자가 되려고 아옹다옹하고, 한 재상이 또 다른 재상을 몰아내려고 하는 이 탐욕의 무리 속에서 당신은 아름다운 시절을 소모하겠다는 거요? 자한, 목을 베든지, 죽이든지, 죽든지, 그들에게 맡기시오. 그런다고 태양이 덜 빛나고 포도주가 덜 달겠소?”
---「제2부 암살단의 천국」중에서
“이 사람과 나의 공통점이 있다면, 열정적으로 사랑하는 것이 있다는 걸세. 나는 인생을 숭배하고, 그는 죽음을 숭배하지. 나는 그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네. ‘사랑할 줄을 모르는데 태양이 뜨고 지는 것이 자네에게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하산은 자신의 추종자들에게 사랑, 음악, 시, 포도주, 태양을 몰라야 한다고 가르치고 있네. 그는 피조물 중에서 아름다운 것은 모두 경멸하면서 감히 창조주의 이름을 입에 담으며, 감히 천국을 약속하는 사람이란 말일세! 설사 그의 요새가 천국의 문이라고 해도, 나는 그런 천국은 거절하겠네. 그 가짜 교도들의 소굴에는 절대 발을 들여놓지 않을 걸세!”
---「제2부 암살단의 천국」중에서
알라무트의 ‘구세주’는 사마르칸트의 필사본을 가장 위대한 지혜의 책으로 숭배하라고 명했다. 이에 예술가들이 비서의 장정을 책임졌다. 그림을 그리고 채색을 하고, 보석을 박아 넣어 세공한 금장 상자가 만들어졌다. 그 책을 베껴 쓰는 행위는 일절 금지되었으며, 책은 금장 상자 안에 넣어져 사서가 근무하는 작은 내실 안의 삼나무 책상 위에 놓였다. 이때부터는 몇몇 특권자만이 그곳에서 사서의 엄중한 감시를 받으며 그 책을 조회할 수 있었다.
---「제2부 암살단의 천국」중에서
“사마르칸트는 거듭되는 재난을 맞아 모든 것을 잃은 비운의 도시입니다. 13세기에 몽골이 쳐들어와서 이 도시를 파괴했을 때, 주거 지역의 집들은 모두 무너지고 사방에 시체가 나뒹굴었지요. 생존자들은 동네를 버리고 새 터전을 일구기 위해 더 남쪽으로 내려갔습니다. 셀주크 제국 시대의 오래된 도시 사마르칸트는 켜켜이 쌓인 모래층으로 뒤덮인 광활한 벌판이 되고 말았지요. 땅 위는 들판이지만, 땅 밑에는 보물과 비밀이 살고 있습니다. 언제고 땅을 파서 가옥들과 거리를 발굴해야 합니다. 그래야 사마르칸트의 모든 역사를 알아낼 수 있습니다.”
---「제4부 바다로 간 시인」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