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딕 소설은 나라마다 조금씩 상이한 경로로 발달해 갔는데 영국 고딕 소설이 주로 세상에 현존하는 초자연적인 악의 존재로 인한 공포를 다룬다면, 미국 고딕 소설은 청교도들의 인식론적, 종교적 불안을 비롯한 심리적인 공포를 다루었다. 오늘날 한국 사회를 배경으로 한 김지원의 고딕적 상상력은 초자연적인 악에 대한 공포도, 인식론적이고 종교적인 불안을 내포하는 심리적인 공포도 아니다. 그것은 사회적 비참에의 공포라고 할 만한 것을 적극적으로 겨냥한다. 김지원 소설가는 한국 소설에는 낯선 고딕적 상상력을 활달하게 펼쳐 보임으로써 한국 사회가 직면한 다양한 모순과 분열의 양상을 핍진하게 환기시킨다. 그 세계는 인간의 내밀하고 실존적인 불안에서부터 계층적 분할이 고착화되는 사회적 현실에 이르기까지 그 폭이 넓고 다채롭다. 앞으로 그녀가 그려 나갈 이후의 이야기들이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 한영인 (문학평론가)
김지원 소설의 매력은, 그가 만들어 내는 독특한 세계일 것이다. 상상력의 프리즘을 투과하여 문자로 내려앉은 김지원 소설은, 마치 평면 스크린 위에 올올이 부감시켜 옷감의 직조를 입체로 보여 주는 듯하다. 더욱 재능 있는 것은 영상처럼, 사실상 허용되지 않는 공간을 의식 지평 위에 끌어올려 실재케 한다는 점이다. 더불어 그 공간을 현실 어느 곳에 굳건히 존재케 믿게 만드는 그의 서술 능력 또한 눈여겨볼 만하다. 소설을 위해 허구로 창조하고, 억지로 조합된 현실과 부합되지 않는 상상의 공간이 아니라, 그 공간을 예리하게 절단하여, 지금-여기-우리들의 현실과 조응케 하는 능력 역시 크다. 자칫, 자기 살해 비슷한 내향 투사들에 대한 우려감도 없지 않으나, 그의 작품들 근저에는, 인간에 대한 근원적 연민이 웅크린 채 독자의 눈길이 온전히 닿길 바라며 옅게 발광하고 있다는 데에 안도하며, 그의 다음 작품에 대한 호기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 채희윤 (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