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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고의 구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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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고의 구멍

현호정 | 허블 | 2023년 03월 22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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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03월 22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204쪽 | 324g | 122*205*20mm
ISBN13 9791190090933
ISBN10 119009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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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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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고는 이 결정을 이해해 보려 노력했었다. 두려움은 가장 짙은 어둠이므로 그들은 갑자기 찾아온 밤에 놀라 제대로 앞을 볼 수 없었다.
---p.10

높이 솟은 풀줄기 몇 가닥이 고고의 심장을 꿰뚫은 화살처럼 고고의 구멍을 통해 하늘로 뻗었다. 고고는 화살을 뽑듯 그것을 잡아 뜯었다.
---p.29

이제 고고는 귀여운 새의 시체를 보고 있었다. 절반쯤 부풀어 오른 물새였다. 고고는 어떤 불안한 예감이랄지 기억에 압도되어 눈을 질끈 감았다 떴다. 잠시 동안이지만 새를 가슴의 구멍에 넣어보고 싶다는 충동에 사로잡혔다. 혹은 넣어야만 할 것 같았다. 왜 그런 마음이 들었는지를 고고는 짐작할 수 있었다.
---p.39

“그러나 마찬가지로 그 어떤 상처도 남의 도움으로만 아물지는 않거든. 모든 상처는 안팎으로 아문다.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서 스스로 아무는 거야.”
---p.84

“구멍이 있었던 시절이나 없었던 시절은 잘 기억도 안 나.” 고고가 바닷물 위에 누워 풍뎅이를 터트려 먹으며 말했다.
“이대로 전부 잊어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어.”
---p.121

“나는 너보다 훨씬 크고 강하잖아.”
“그래서?”
“네가 파괴하고 싶은 광장, 도시, 나라쯤 별로 힘들이지 않고 실제로 파괴할 수 있을 정도로 강하잖아, 난.”
“…”
“나는 너를 좋아하면서부터 내가 너무 무서워졌어.”
---p.137~138

그 조그만 살덩어리가 빈 배 속에 씨앗처럼 툭 떨어지는 순간 노노는 자신이 이 감각을 영원히 잊지 못하리라 직감했다. 혹은, 영원히 잊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p.179

“고고, 버려진 사람은 새가 되어야만 해. 다른 둥지까지 날아갈 수 있어야 하니까.”
---p.180

줄거리 줄거리 보이기/감추기

행성 ‘망울’의 극 지대 마을. 일 년 내내 겨울이며 오직 쌍둥이만 태어나는 이곳에서 ‘고고’는 ‘홀로둥이’로 태어난다. 홀로둥이는 마을에서 살 수 없다는 방침에 따라 추방될 상황에 놓이게 된 고고. 그러나 같은 해에 또 다른 홀로둥이 ‘노노’가 태어나고, 그렇게 고고와 노노는 짝을 이루며 마을에 남아 살아간다. 그러던 중 이상한 병에 걸린 노노가 아무런 설명 없이 마을을 떠나게 되고, 다시 혼자가 된 고고는 마을에서 쫓겨나게 된다. 마을 밖 습지에서 혼자서 살게 된 고고. 그러던 어느 날, 고고는 자기 가슴에 구멍이 생긴 것을 알아차리게 된다. 구멍 때문에 제대로 마실 수도, 먹을 수도 없어 서서히 죽어가던 중, 그는 ‘협곡인’을 떠올리게 된다. 협곡인은 협곡 지대에 사는 거인족으로, 망울의 대지에 난 구멍을 자신들의 거대한 힘으로 메우는 자들이었다. 대지에 생긴 구멍에 대해서 잘 알고 있다면 몸에 생긴 구멍에 대해서도 뭔가 알고 있지 않을까 생각한 고고는 협곡 지대로 여정을 떠난다. 그렇게 협곡인과 망울 남반구에 위치한 소인족인 ‘지도리인’을 만나면서 점차 최남단으로 향하는 고고. 여러 인물을 만나 구멍을 통해 관계를 쌓고 상처를 입는 과정에서 고고는 구멍이 생긴 원인과 구멍을 메울 방법에 점점 다가가게 된다.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처음에는 그것이 단지 아물어야 하는 상처인 줄로만 알아서 무엇으로든 메워지기를 바랐다가, 조금 더 나아가자 가슴의 구멍이 이 세계에 난 구멍과 구분되지 않았으며, 나중에는 구멍이 회복 내지 구원으로 통하는 탈출로처럼 여겨졌다. 이미 빠져나간 것과 흘러 나간 것을 주워 담는 일보다 앞으로 새로이 채워나갈 것이 무엇인지를 기대하게 되는 소설이다. 작가가 한 세계를 창조한다는 것이 어떤 일인지, 그러니까 현존하는 사회에서 일상의 인물들로 이야기를 빚어내는 일을 넘어설 때 얼마나 큰 고통에의 결단과 고도의 집중력을 요하는지, 나는 현호정의 소설을 통해 다시 한번 느끼고 있다. 사람과 사태는 물론, 스쳐 지나갈 법도 한 사물에까지 하나하나 센스 있는 이름을 붙여주고, 그 세계가 작동하는 원리와 그 안에 존재하는 사람들의 문화 및 그들의 관계를 눈부신 직물 위에 펼쳐내는 작가의 솜씨는 베틀 앞에 앉은 아라크네를 떠올리게 한다. 각 장이 끝날 때마다 제시되는 망울의 창조 신화만으로도 이 소설은 아름다움의 몫을 다했다.
- 구병모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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