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넛오일 병을 번갈아 가며 가리켰지만, 나는 양자가 어떻게 연결되는지 전혀 알 수가 없었다. 하지만, ‘이 코코넛오일은 홈 메이드이며 이것으로 튀긴 바나나(피상고랭)는 최고로 맛있어!’라는 뜻만큼은 이해했다. “세상에나, 코코넛오일을 정말 집에서 만든다고요? 저도 한번 만들어 보고 싶네요!”라고 지나가는 말투로 부탁했다. 참고로, 인도네시아는 세계 제일의 코코넛 생산국이며, 마레레 마을과 같은 시골에서는 대부분의 가정에서 코코넛오일을 직접 만든다고 한다. 흔히 요리에 쓰이는 팜유는 상점에서 구입하면서 어째서 코코넛오일은 직접 만드냐고 묻자, “향이 좋은 데다가 맛도 전혀 다르거든.”이라며 웃어 보인다.
---「아시아의 부엌」중에서
“버터 150그램, 파우더드 슈가 150그램, 달걀 네 개, 초콜릿 70그램. 설탕은 반드시 파우더드 슈가를 써야 해요. 보통 설탕을 쓰면 반죽이 무거워져요. 이것 좀 저울에 달아 줄래요?” 엘리자베트의 레시피는 복잡하지 않다. 재료를 섞는 작업도 애용하는 빨간색의 스탠드믹서에 맡겨서 편리하다. 하지만 분량을 재는 작업에는 매우 엄격해서 내가 재료를 저울에 달 때 1그램이라도 부족하게 잡으면 “좀 더요!”라고 옆에서 있는 그녀의 손이 재촉했다. “맛있는 케이크에는 초콜릿과 버터를 듬뿍 사용하는 게 중요해요! 재료를 적게 쓸 거면 아예 먹지 않는 게 나아요!” 내가 다이어트하는 사람은 설탕을 조금 써도 되냐고 묻자, “달지 않은 건 케이크가 아니지요! 그럴 거면 만들지 않는 게 나아요.”라고 한다.
---「유럽의 부엌」중에서
장보기의 긴 여행을 끝내고 집에 돌아오자, 부엌에서는 마리린의 어머니가 이미 콩을 삶기 시작했다. 오늘의 점심은 프리홀레스. 쿠바의 국민적인 요리라고 불리는 ‘검은 강낭콩 수프’다. 냄비를 들여다보니, 약간 보랏빛이 도는 검은 액체가 부글부글 끓고 있다. 마리린은 뒤뜰의 싱크대에서 야채를 씻는다. 길쭉한 강낭콩은 브러시를 사용해 표면이 벗겨질 정도로 꼼꼼하게 닦았다. 오크라도 하나씩 하나씩 문질러서 정성껏 닦았다. ‘농약을 제거하려나 보다’라고 생각했는데, “흙이 묻어 있어서 깨끗하게 씻어야 돼.”라고 한다. 쿠바의 대부분의 야채는 화학 비료를 사용하지 않는 유기 농업으로 재배하고 있다. 실제로 쿠바는 유기농 대국인데, 그 이유는 화학 비료의 수입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중남미의 부엌」중에서
“웨카를 넣는 타이밍은 다 끓이고 나서 불을 끄기 1분 전이야. 1분 끓이면 충분해. 맛은 똑같지만, 이걸 넣지 않으면 국물이 흘러서 먹을 수가 없거든. 수단의 부엌에서는 빼놓을 수 없는 필수품이지.” 금요일의 식사 당번 사미아 씨가 가르쳐 주었다. 사미아는 아브도의 누나로, 이 집에서 같이 사는 대가족의 일원이다. 끈적끈적한 소고기스튜는 비프스튜와 비슷한 맛이 났고, 소박한 맛의 구라사와 잘 어울렸다.
수단에서는 여러 명이 큰 접시 앞에 둘러앉아 식사를 한다. 세 종류의 오크라 요리의 훌륭한 점은 액체 상태의 음식도 손으로 먹을 수 있다는 것. 묽은 수프는 스푼이나 각자의 그릇이 필요하지만, 오크라를 이용한 수프는 한 손으로도 먹을 수 있다. 일본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야채이지만, 세 종류로 변신시켜 버리는 그들의 지혜에 탄복함과 동시에, 오크라의 점액 성분이 개방적인 수단의 식탁에 일조하고 있다고 생각하니, 오크라에 대한 애정이 한층 더 깊어진다.
---「아프리카의 부엌」중에서
시니엣을 그대로 불 위에 올려 조리하거나, 오븐에 직접 넣어 조리할 수 있어 편리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최대의 장점은 ‘많은 양을 한꺼번에 조리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 지역은 특히나 대가족이 많다. 이 집의 시니엣은 콘센트를 직접 꽂아서 사용하는 식으로 한층 더 편리했다. 닭을 레몬즙으로 잘 닦아 내고, 감자를 썰어서 닭고기와 같이 스파이스로 버무려서, 콘센트를 꽂기만 하면 그릴이 시작된다. 이것저것 생각하기 귀찮을 때 만드는 요리라고 한다. 익숙해서인지 빨리 끝내고 싶어서인지 사메하의 손놀림이 굉장히 빨랐다.
그대로 한 시간 동안 방치하면 요리가 완성된다. 사메하는 스위치를 누르자마자 소파에 몸을 묻었다. 감기 기운이 있어 몸을 움직이는 게 쉽지가 않은 것 같았다. 30분 정도 지났을 때쯤, 갑자기 전기가 꺼졌다. “앗! 정전이다. 오늘도 또 이러네.” 아흐마드는 이런 상황에 익숙한 듯 차분했다.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으로의 전력 공급을 종종 멈춘다고 한다. 팔레스타인이 이스라엘에 지불해야 하는, 전력 회사 간의 미청산액이 남아 있어서 전기료를 지불하지 않는 난민 캠프가 우선적으로 단절의 대상이 된다는 것이다.
---「중동의 부엌」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