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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애진 작품집

온우주 단편선-10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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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4년 02월 28일
쪽수, 무게, 크기 399쪽 | 478g | 134*208*30mm
ISBN13 9788998711108
ISBN10 8998711109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1명)

저자 소개 관련자료 보이기/감추기

저자 : 박애진
「학교」를 수록했던 『커피 잔을 들고 재채기』 등 공동단편선, 동양 판타지였던 『지우전 ; 모두 나를 칼이라 했다』, 서양 동화풍 판타지였던 『부엉이 소녀 욜란드』, 달콤씁쓰름한 사랑 이야기에 가까운 단편을 모은 작품집 『원초적 본능 feat.미소년』을 출간하고, 두 번째 작품집 『각인』을 출간하는 이 인간은 호모 사피엔스보다는 호모 루덴스에 가깝다. 주 출몰 지역은 책상 앞, 화장실, 냉장고 앞이며, 야심한 밤이면 맥주를 길러 나온다 하니 맥주로 덫을 놓으면 쉽게 잡을 수 있겠다. 글 쓰는 것 외에는 아무 짝에도 쓸모없는 인간이라 잡아봐야 달리 쓸 데가 없다는 게 단점. 『각인』은 좌뇌는 내팽개치고 우뇌로 써온 글로, 세상 기준에서 소수에 속하는 사람, 다른 사람에게 말 못할 자기만의 아픔이 있는 사람, 스스로 숨는 걸 택하거나 숨어야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모았다.
현재 자기에게도 좌뇌가 있다는 걸 증명한답시고, 우뇌와 좌뇌를 다 사용하는 새 장편을 쓰고 있다.

줄거리 줄거리 보이기/감추기

횡단보도
손아귀 힘이 약해서 물건을 자주 떨어뜨리는 남자의 부모님 이야기와 현재의 연애생활이 교차로 펼쳐진다. 둘도 없는 친구에서 결혼하고 애를 둘 낳고 이혼하기까지의 이야기를 엄마 입으로 듣는 와중에 남자는 여자를 만나고, 차고, 헤어지고, 울리며 질척한 관계와 자기의 존재에 대해 생각한다. 점묘법으로 그린 그림처럼 전체를 보아야만 느낌이 오는 섬세한 단편.

“가는 거야?”
그녀는 문간에 서서 발치를 내려다보았다. 왈칵, 짜증이 일었다. 도대체 왜 여자들은 말로 하지 않을까. 입으로는 괜찮다고 하면서 눈으로, 얼굴로, 몸으로 알아달라고 한다. - 39쪽

낳기로 결정한 건 당신들의 의지였다. 그럼 태어나기로 결정한 건 누구의 의지였을까? 반쪽 정보만 가진 그 수많은 운반체 가운데 나여야 한다고, 반드시 내가 되어야만 한다고 단 하나의 본능만 가지고 필사적으로 헤엄쳤던, 혹은 그 자리에 앉아 제일 강하고 빠른 단 하나를 기다리며 유혹하던 그건 누구의 의지였을까? 내가 아닐 수도 있었던 수많은 가능성을 생각하면 현기증이 났다. 벼락에 맞을 확률보다 내가 온전히 나로 되기가 더 힘들었을, 불가능한 확률을 뚫고 날 만든 건 누구의 의지였을까? - 44쪽


심연
게임회사에 다니다가 그만둔 나는 무작정 통장을 깨서 스킨스쿠버 다이빙을 하러 동남아로 떠난다. 잠수해서 바닷속 풍경을 보며 자유를 만끽하지만 돌아갈 날이 온다. 평소 친했던 다이버 닐이 한계를 넘어 깊이 잠수하는 모험을 해보자고 말하고, 나는 깊이깊이 가라앉는다. 그러나 생각보다 깊은 곳까지 갑작스레 도달하고 산소가 떨어지자 급격한 공포에 휩싸인다.

언제 여기까지 내려왔지? 더럭 겁이 났다. 아무 생각 하지 않고 있었는데 어느새 바닷속은 어린 시절 악몽 속에서 마주친 정체 모를 어둠 같았다. 끝도 없는 어둠이 괴물처럼 입을 벌렸고, 나는 그 앞에서 벌레처럼 미약했다. 우리가 이렇게 깊이 대심도 잠수를 시도한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민은 우리 계획이 무얼 의미하는지 제대로 듣지 않았다. 기다리면 올라오려니 하고 있을 것이다. 나는 수면에서 70미터 아래에 있었다. 지상에서라면 십 초면 뛸 수 있는 거리에 사람들과 안전한 육지로 데려다줄 배가 가득하지만, 급하게 올라가면 몸이 버티지 못할 것이며 무엇보다 어둠에 갇혀 있는 이 순간, 나는 의지가지할 것 없이 철저히 혼자였다. - 67쪽


선물
뱀파이어가 다른 유전자를 가진 인간처럼 자연스레 섞여서 태어나고 살아가는 세상을 배경으로 한 이야기. 선뜻 손 내밀거나 하는 성격이 아니라 부모님이 이혼할 때 엄마가 데려가지 않았던, 커서는 강박관념 같은 것 때문에 인간을 키우지 않는 뱀파이어 혜연과, 아무하고도 이야기하지 못하고 아무에게도 관심받지 않고 자란 인간 남자 재민의 만남. 남자는 혜연이 아무것도 해주지 않아도 같은 공간에 사람이 있음에 감사하며 삶 전체를 바꾸어간다.

“누나.”
“응?”
혜연은 신발을 신으며 대답했다. 경연이 아무 말도 하지 않아서 그녀는 손을 멈추고 경연을 올려다보았다. 경연이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관계를 오래 지속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아?”
그건 혜연이 지금 고민하던 문제가 아니었다. 그러나 경연이 그 말을 한 순간 혜연은 이 순간 가장 원하는 것이 바로 그 질문의 답처럼 느껴졌다.
“어떻게 해야 하는데?”
“상대방과 함께 있는 진짜 이유는 말하지 않는 거지.”- 105쪽

재민은 그가 말할 수 있는 기회를 기다렸다. 분명 그에 대한 이야기가 오가는데도 아무도 그의 말을 들으려 하지 않았다. 오래전 그날처럼, 마치 그가 그 자리에 없는 듯, 그는 아무것도 듣지 못하는 듯 이야기했다. 하지만 그는 그때처럼 할 말이 있었다. 그는 이제 괜찮다고, 이제 당신들 속에 섞이는 게 전만큼 두렵지 않다고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에 대한 이야기가 끝나고 다른 이야기가 오갈 때까지 아무도 그에게 지금 심정이 어떠냐고 묻지 않았다. 그는 침묵하며 다른 사람들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재민은 마침내 그들 또한 대화를 하는 게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아무도 상대방의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듣지 않았다. 다른 사람이 하는 이야기를 듣는 유일한 이유는 그 말이 끝나고 나면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하기 위해서였다. - 110쪽



무대
어렸을 때 산에서 부모에게 학대받으며 자랐고 부모가 서로를 죽인 후 할머니에게 맡겨진 나는, 시체의 눈에서 자신을 본 경험 때문에 거울을 보지 못한다. 남의 눈에 비친 자신은 견딜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자신을 배우로, 삶을 무대로 인식하며 그리 순탄치 않은 삶을 살아간다. 내게 중요한 것은 무대가 존재한다는 사실뿐이라고 생각하며 필사적으로.

같은 무대에 두 번 오를 수는 없다. 나는 아무런 실마리도 주지 않은 연출가가 원망스러웠다. 행간에 너무 많은 의미를 숨긴 시나리오 작가도 미웠다. 관객은 엇갈리는 비극이 더 진실에 가깝다며 좋아할지도 모른다. 연출가는 배우의 해석을 존중해 아무 말 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그 배역에 지나치게 몰두했던 나머지 없던 의미를 찾는 건 아닌지 의문이 들었다. 어느 쪽이든 아까보다 몇 배로 피로가 엄습해왔다. 빨리 다음 배역을 맡아야 했다. 다음엔 명랑한 역을 맡아볼까. 쾌활하고 발랄하고. 내게 그런 배역이 어울릴까. 나는 연기 폭이 넓지 않다. 나도 안다. 그래도 무언가가 필요했다. 연기는 선택이 아니었다. 살기 위해서는 배우가 되어야 했다. 제발, 제발. 나는 다음 배역을 기다렸다. 다른 인물에 몰두하다보면 잊힐 것이다. 나는 연기력이 뛰어난 배우가 아니다. 알고 있다. 그러니 아주 사소한 역이라도 상관없다. 누군가 내게 배역을 주기만 한다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 그때 휴대전화가 울렸다. - 144~145쪽

집사
모든 집안일을 관리하고 주인을 챙기는 로봇에게 주인은 집사라고 이름을 붙이고 음성 설정과 감정 표현을 꺼두고 오로지 기계로만 대한다. 주인이 남자 친구를 사귀고 헤어지고 그 과정을 혼자 밤에 다큐멘터리 채널 틀어놓고 버티고 친구들과 이야기하고 아무와도 상의 없이 큰 결정을 내리는 동안 집사 로봇은 한결같이 집안일을 하며 주인을 바라보고 바깥을 바라본다. 달로 가기 전날 주인은 처음으로 집사에게 말을 걸고 이야기를 한다. 반복적이고 비슷한 곳을 맴도는 삶의 고치를 그려낸 단편.

찌개의 온도가 23도까지 내려갔다. 냄비를 식탁에서 조리기로 옮긴 후 조리기에서 데움을 선택한다. 삼 분 사십오 초 후 찌개 온도가 93도까지 올라간다. 불이 꺼진다. 나는 냄비를 식탁 위에 놓는다. 8시 35분 17초다.
찌개의 온도가 23도까지 내려간다. 나는 냄비를 식탁에서 조리기로 옮긴 후 조리기에서 데움을 선택한다. 삼 분 사십팔 초 후 찌개 온도가 94도까지 올라간다. 불이 꺼진다. 나는 냄비를 식탁 위에 놓는다. 8시 59분 23초다.
찌개의 온도가 23도까지 내려간다. 나는 냄비를 식탁에서 조리기로 옮긴 후 조리기에서 데움을 선택한다. 사 분 십칠 초 후 찌개 온도가 93도까지 올라간다. 불이 꺼진다. 나는 냄비를 식탁 위에 놓는다.
마님은 11시 34분 19초에 돌아왔다. 마님은 똑바로 걷지 않는다. 심장 박동이 110~120이다. 마님의 평균 심장박동은 90~100이다. 120은 정상 수치이나 평소보다 높기 때문에 병원에 연락할 준비를 한다. 마님은 소파에 누웠다. - 162~163쪽

“다른 프로.”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들린다.
“다른 프로. 집사, 물.”
나는 정수기에서 물 한 잔을 고른다. 잔이 내려오고 80퍼센트까지 차자 물이 멈춘다. 나는 잔과 받침을 들고 거실로 가서 탁자 위에 받침을 놓고 잔을 올려놓는다. 마님의 목에서 10~20데시벨의 소리가 들린다. 소리입력장치에 입력된 소리 중 지금 마님이 내는 소리와 가장 가까운 소리는 울음소리라는 결과가 나온다. - 164쪽


학교
모든 갓난아이들은 괴물에서 껍질을 벗고 사람이 되고, 아이들은 학교로 밀어넣어져 한달에 한 번씩 한 명을 제물로 바치며, 학교를 나가면 괴물들이 있는 숲이 도사린 가운데 무사히 살아남아 졸업을 해야만 어른이 될 수 있는 세상이 있다. 혜경은 살아남기 위해 아무에게도 눈에 띄지 않도록 죽도록 조심하며 살아왔지만, 학교를 잘 관리하던 미녀 학생회장이 스캔들로 제물로 바쳐진 후 찾아온 혼란기에 표적이 되고 만다. 혜경은 결국 학교를 도망쳐 나와 숲에 있는 자퇴생 무리에 낀다.

나는 늘 내가 정서적인 부분, 감정을 느끼는 부분이 다른 사람들에 비해 둔감하길, 무언가 결여된 사람이길 바랐다. 그건 상처 입고 싶지 않다는 마음보다는 다른 사람에게 상처 입힐 수 있는 사람이 되고자 하는 갈망이었다. - 197쪽

“너 친구 없지? 너랑 같이 일하는 사람, 네가 위험한 밖에 나갈 때 손잡고 같이 나가는 사람 없지? 너 그거 아니? 너네 학교 학생 대다수는 네가 누군지도 모르더라. 너랑 같은 학년, 아니 같은 반에도 네 이름을 모르는 애들이 많더라고. 이 학교에서 네가 쓸모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 쓸모는 없어도 내 친구니까 지켜야겠다거나 선거에 당선되지 않도록 도와야겠다거나 네가 자기가 당선되지 않도록 도우리라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어. 아무도 널 사랑하지 않아. 너에게 손톱만큼이라도 관심 있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어. 자, 이제 말해봐. 왜 네가 선거에 당선되면 안 되는 거니? 좀 더 쓸모 있고, 그 아이가 죽으면 상처받을 친구들이 있는 다른 사람들을 놔두고 왜 네가 계속 살아남아야 하니?”
머릿속에 벌 떼가 몰려와 집을 짓는 것 같았다. 폭풍우가 몰아치는 배 위에 있기라도 한 것처럼 몸이 흔들리고 속이 울렁거렸다. 며칠 동안 먹은 걸 모두 게워낼 것만 같았다. 나는 나한테 있다고는 결코 상상해본 적 없는 힘을 쥐어짜 외쳤다. - 219~220쪽


클론
채희는 이제 좀 일이 몰리기 시작하는 프리랜서 일러스트레이터이다. 일은 많은데 도저히 어떻게 할 방법이 없어서 자기 클론을 하나 구입하여 집안일을 맡긴다. 그런데 사람이 하나 는 것만큼 살 것도 할 것도 많아지자 일도 나눠서 하게 되고, 그러자 다시 필요한 게 생긴다. 클론과 사는 것은 그저 자신이 여럿이 되는 것하고는 조금 다른 일이었다.

채희는 대답만 하고 꼼짝도 하지 않았다. 둘 다 끝내야 할 일이 있었고, 둘 다 피곤했다, 무엇보다 배가 고팠다. 욕실을 치우고 수리기사를 부르는 건 일단 배를 채우고 난 다음에 생각할 일이었다. 희가 느리게 일어나 찬장에서 비상용 레토르트 덮밥을 꺼내 데웠다. 채희는 주섬주섬 밥상을 치우고, 수저를 헹궜다.
“세탁기도, 식기세척기도, 자동 청소기도, 냉동식품도 없던 시절에 사람들은 어떻게 살았을까? 옷을 다 손으로 빨고, 헹구고, 매일매일 물을 긷고, 나무를 해다 밥을 짓고……. 상상이 돼?”
채희가 푸념하듯 말했다.
“그림도 못 그리고 클론도 못 만들고 살았겠지.”
희가 툭 내뱉듯 말했다. 채희는 저도 모르게 웃음을 터뜨렸다. 희도 가만히 곱씹다가 뒤늦게 소리 내어 웃었다.
“우린 둘이잖아. 근데 왜 이렇게 일이 안 끝나? 어제 은지가 〈문이 열렸다〉 3D 질렀다고 자랑하더라. 나 그거 개봉한다고 들은 게 엊그제 같은데. 우리 마지막으로 외출한 게 도대체 언젯적이냐?” -278쪽


일상
나는 보드카페 사장이며 대인관계에 두려움이 있어 매니저를 두고 거의 모든 일을 맡기고 있다. 지금의 매니저는 이제까지 중 가장 유능하고 성실하게 일을 해주었었다. 사실 나는 언젠가 이후로 늙지도 죽지도 않는다. 그래서 매일 방법을 달리해가며 죽음을 시도하며 여러 시도 때문에 공포증이 있으며 그래서 더욱 정상적인 대인관계나 사회생활을 할 수 없다. 그런데 갑자기 매니저가 일을 그만두어야 할지 모른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나는 오랫동안 생각만 해왔고 실행하지 못했던 일을 실행하기로 마음먹는다.

욕조에 뜨거운 물을 받는데 문득 보드게임 카페를 열기 전에 하려던 일이 생각났다. 그는 작은 테이크아웃 전문 커피점을 열려고 했다. 계약금을 내고, 정식으로 계약을 하러 건물 주인을 만났다. 계약서에 주민등록번호를 쓰기 위해 주민등록증을 꺼냈다.
“주민등록번호 못 외우세요?”
부동산주인이 물었다.
“네, 이번 주민등록번호는 좀 어렵네요.”
정적이 감돌았다. 건물주인은 계약을 파기했고, 계약금도 돌려주지 않았다. 그는 항의했지만 경찰서에 신고하겠다는 말에 움츠러들었다. -310쪽

눈을 떴다. 욕조 마개를 뽑고 샤워기를 틀어 대충 헹구고, 씻고, 옷을 입었다. 몸에 기운이 하나도 없었다. 그는 소파에 쓰러지듯 누워 잠이 들었다.
배가 고파서 잠에서 깼다. 밥통을 열고 밥을 떠서 3분 카레를 얹어 먹으며 세상이 참 편리해졌다는 생각을 했다. 밥숟가락 들기도 힘들어 조금씩 떠먹었다. 그는 자기가 조금씩 약해진다는 걸 알았지만, 그게 자기가 거의 매일 하는 일 때문인지, 아니면 그냥 그럴 때가 되었는지 알지 못했다. 약해진다는 것도 기분 탓인지도 몰랐다. 그는 더 이상 있고 싶지 않았다. 누군가 당장이라도 뒷덜미를 잡아채며 왜 아직도 있느냐고, 어떻게 있느냐고 몰아칠까 두려웠다. 하지만 방법을 몰랐다. - 315쪽


살아남은 아이들
희철은 누나 희선과 아빠 엄마와 함께 먹는 아침상에서 꿈 이야기를 한다. 꿈에 형이 나왔다고 하자 엄마의 눈빛이 달라지고, 그 눈빛이 무서운 희철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다시 둘러댄다. 사실 희철은 이 엄마 아빠와 누나가 자기 엄마 아빠가 아니라고, 누나가 없었다고 알고 있다. 정신과 의사는 그것을 환영으로 알지만, 가족들만이 그게 진실이란 것을 안다. 그림을 그리는 아빠에게는 몹시 특별한 능력이 있지만, 그 능력은 가족에게 행복보단 불행의 반복만을 불러온다.
희철은 안방 문을 밀었다. 안방에 들어온 건 몇 년 만이었다. 커튼만 예전 그대로일 뿐, 옷장이며 이불장이 모두 사라진 방에는 그림을 그리는 큼지막한 책상과 화판들이 빼곡히 서
있었다. 이젤에는 열한두 살 정도 된 사내아이를 그리던 그림이 걸려 있었다. 희철은 방을 채운 화판들을 살폈다. 딱 한 번 본 지저분한 방구석에 앉은 아이, 앉은뱅이 밥상에 앉은 아이, 어딘지 모르게 원망하는 눈으로 서서 쳐다보는 아이, 낡은 이불을 덮고 자는 아이, 모두 같은 아이였다. 어디를 보아도 똑같은 사내아이 그림이 방을 뒤덮고 있었다.
“아빠 작업실은 들어가지 말랬지?”
아빠가 들어오더니 대뜸 뺨을 후려쳤다. 희철은 바닥을 굴렀고, 그 바람에 세워둔 화판이 무너졌다. 아빠는 허겁지겁 화판을 세우며 그림이 괜찮은지 살폈다.
“진짜 아빠도 아니면서.” - 348쪽

희철은 아무것도 없는 곳에 눈을 고정했다. 뭘 보고 있는지 그냥 멀거니 있는 건지 알 수 없었다. 희철이 느릿느릿 입을 열었다.
“형이 그러는데, 한 세계에 같은 사람이 두 명 있을 수 없대. 여긴 원래 우리 엄마아빠 세계니까 우리 엄마아빠가 오면 누나네 엄마아빠는 밀려갈 수밖에 없대.”
“너네 형 여기 있어?”
“누나 옆에…….”
희선은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반대쪽…….”
희선은 포크를 내려놓았다.
“소름 끼쳐. 나 간다. 해볼게. 그리고…….”
희선은 왼쪽을 바라보았다.
“전할 수 있으면 전해줘. 우리 희재한테, 잘 살라고. 그래도 엄마아빠 벗어난 게 어디야.”
희선은 당황해서 말을 멈췄다. 생각지도 않았는데 눈물이 흘러 바닥에 떨어졌다. 희선은 기가 막힌 듯 혼자 웃고 손바닥으로 얼굴을 훔쳤다.
“나도 잘 살 거야.”- 37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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