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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처에 살아요

[ 양장 ] 애지시선-120이동
김혜연 | 애지 | 2023년 11월 15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리뷰 총점10.0 리뷰 1건 | 판매지수 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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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11월 15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132쪽 | 242g | 128*188*20mm
ISBN13 9791191719239
ISBN10 1191719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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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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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춤을 추게 될 줄 몰랐지, 이토록 느린
너의 몸은 너의 발을 따르고
너의 손은 너의 진심을 가려주지
느린 춤일수록 고백에 가깝다는 걸
그 많은 울음에 그을리고 나서야 알았지
너는 쭉 펴진 몸을 가져보지 못했으니
너는 경직되고 웅크리고 듣지 말아야 했으니
가난은 춤도 출 수 없으니
가난은 기껏해야 힘껏 노래할 수 있으니
발목이 묶인 처녀들이 태풍 앞에서 춤을 추지
살아남은 상반신을 나부끼지
기다리는 것들을 향해
결국 오지 않을 것들을 향해
춤이 기도이니
모든 기도가 닿는 게 아니니
어차피 정해진 것들은
다가오는 순서와 상관없이 잔인하지
그럼에도 운명을 들키지 않을 것
지나간 죽음들처럼 방관하며 흘려보내지 않을 것
이 춤을 멈추지 않을 것
너는 춤을 추게 될 줄 몰랐지
너는 이미 기도하지 않으니
모든 것은 그저 오래될 뿐임을 몰랐으니

* Lento: 음악에서 '느리게'라는 뜻. 악곡 전체에 걸쳐 대체적으로 느리게 연주하라는 빠르기표.
---「Lento」중에서

토끼에게 줄 당근을 씹어 본다
내 입맛은 몇 번쯤 바뀌었나
동물원에 못 가본 내가 쪼그려 앉아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시고
토끼는 건성건성 당근을 씹는다

살아요, 라고 말할 때
죽음이 떠다닌 건 몇 해쯤 되었나
죽음이라는 게
당근처럼 한낮처럼
토끼처럼 당근이 씹히지 않는다

나는 긴 표정으로
토끼는 짧은 꼬리로
낯가림을 하고
작은 숨을 쉬지만
풀은 죽지 않는다

근처에, 라고 대답할 때
우리가 되지 못하는 나도
우리,
그 근처에 있구나
그래서 종종만 외롭구나

근처로 소풍 갈 때면
당신이 싸준 김밥이 아직 따뜻할 때면
당근을 쏙 빼어 한쪽에 모아둘 때면
맛있었다는 말에 당신이 웃어줄 때면

괄호 같은 당신이
오후를 깰 때면
살아요 살아요
살아져요
기약분수처럼 남겨진
내가
아무렇지 않게
---「근처에 살아요」중에서

엉킨 사지들 속에서
삶의 중점 같은 것을 보았을 것이다

씨실과 날실의 틈, 용해되지 않는
숨의 틈의 틈들
지나감의 잔량들

불쑥 불손한 마음 없이도
끌려가게 되는
갓길들과 오래된 길들

아버지는 마지막 숨을 벗어
셔츠 한 장 양말 한 켤레를
휘장처럼 널었지

갓 태어난 오월의 눈송이를
바다를 떠도는 갓 죽은 한낮의 별빛을
본 듯한 봄 어느 날
아버지의 복사뼈는 봉분을 닮아
따뜻해 보였지

기다려도 들키지 않는
숨바꼭질에
우리는 옷장 속에서
줄어든 적 없이
까맣게 까맣게 길어졌지

손을 뻗어 기억이 씻긴
자신을 건질 때
관자놀이엔 지나간 적 없는
노을이 번졌을 것이다

벗겨진 양말에서
용해되지 않을 민말들이
흘러나왔을 것이다
---「양말은 반쪽의 아버지를 신고」중에서

꿈은 바늘이에요
잠든 여러 '나'를 밤마다 꿰매죠
조금씩 나는 '나'에게서 물들어요
기시감은 문양처럼 내게 새겨지죠
그러니까 나는 어제보다 조금 더 무겁고
그러니까 나는 어제보다 조금 더 훼손돼요
바늘에 끅끅 눌려 길어지는 밤 울지 않아도 돼요
꿈이 바늘인걸요
고작 내가 짝퉁이 되어가는 것뿐인걸요
테두리가 뭉개진 화면
눈물처럼 번진 얼굴들
부어오른 기억의 표면
애가 끊어지고 목 놓아 울고 둥둥 떠다니고
잃어버린 것이 기억이 나지 않아
손발이 묶인 내가 '나'를 뒤틀고
넌 무얼 바라보는 거지? 그토록 까맣게
꿈의 각막에 선율이 쏟아져요
흑백의 음률이 발목에서 찰박이고
나는 녹아 없는 빛깔로 일렁이다 침전돼요
깨어난 나는 가슴을 쓸며 바늘을 숨겨요
울음소리가 그치지 않았는데
아직 내가 다 돌아오지 못했는데
나는 '나'로 굳어가요
그러니까 나는 어제보다 조금 더 비대해지고
그러니까 나는 어제보다 조금 더 모호해요
---「게슈탈트」중에서

그림자를 삼킨다
그림자가 목소리로 만들어졌다는 걸 말해줄 수 없다

목구멍을 모범적 표정들이 막는다
나의 발성법은 똬리, 를 틀 수 없다

종種 을 묻는다면
그림자를 뱉을까 똬리를 틀까

내 노래를 들어줘 멋대로 흘러드는 네 운명을 뱉게 해줘 모든 것의 시작인 귀들을 핥게 해줘 뜨거워지는 네 혈관에 파고들 수 있게 해줘 왜곡하는 눈동자를 삼키게 해줘 돛대에 묶인 너를 풀어줘

예감한 당신이 나를 힐끔거린다
빈 칸에 대다수의 분위기를 채우시오

뱀이냐 묻기 전에
귀신이냐 묻기 전에

바벨탑 근처는 가 본 적도 없습니다
사과는 도대체 어떻게 따는 겁니까

미쳐 날뛰며 바다로 뛰어들어줘 검은 입속에서 후회로 팔딱거릴 비명에 맞춰 발톱이 부서지도록 춤을 추게 해줘 왼손에 사과를 쥐고 모든 날을 깨물게 해줘 쓸데없이 길게 존재하지 않게 해줘 부리가 부러지고 머리가 으깨어 죽게 해줘 묻지 말고 내 노래를 들어줘

말이 죽었는데 목만 남는 건 억울하다
억울은 모두에게 어울린다

문을 닫고 접경이 되고
흘러드는 그림자를 조금씩 모아둔다

누구냐 묻기 전에
무간無間 에서 말라가기 전에
---「세이렌 - 뱀의 발성」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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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집을 읽다 당신은 “도중에 태어날 수도” 있다. 그러기에 당신은 시집에 등장하는 ‘나’에 주목해야 한다. ‘나’는 애매하고 모호해지며 자주 흐려져 뒷면이 되기에 당신은 ‘나’의 손길을 잡고 함께 걸어가야 한다. ‘나’가 당신을 이끄는 곳은 어떤 “근처”일 것이다. 시집 제목인 『근처에 살아요』의 “근처”는 비애미가 넘치는 곳인 동시에 공존의 의지가 발현하는 곳이다. “우리가 되지 못한 나”이기에 ‘나’가 인식하는 세계의 정황은 “꿈은 바늘”이며 “나의 가시는 내 어둠만을 찌르지”라는 비극성이 강한 곳이다. 비록 결핍된 존재인 ‘나’와 ‘당신’이 “서로의 좌표에 닿지 못하는 곳”이지만, ‘우리’는 다행스럽게도 “그 근처에 있구나/그래서 종종만 외롭구나”처럼 결핍된 존재들이 조우하고 공존을 시도하고 있다. 즉, 시에 등장하는 “근처”는 시인의 시적 의지의 지향점이기도 하다. 이 시집의 미덕은 공동체에서 축출되는 결핍된 존재의 고통을 섬세하게 조명한다는 점이다. 동시에 공동체에 합류하지 못하는 존재가 감내하는 고통을 동음이의어와 펀(fun), 수학적 용어인 약분, 기약분수, 괄호, 개성적인 비유와 수사라는 다양한 장치를 통해 시적 정조와 감성을 유감없이 펼치고 있다. 김혜연의 『근처에 살아요』는 소외와 배척을 교묘하게 양산하고 강화하는 소비 자본주의의 구조적 모순을 날카로운 감각으로 포착하고 있기에 우리가 주목해야 할 시집이다. 시인이여 대성하시라.
- 서안나 (시인, 한양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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