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문명’이라는 용어는 오늘날 ‘검은 금발’ 같이 내적으로 자기모순적인 용어, 즉 모순어법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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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파올로 솔레리Paolo Soleri는 비생태적인 도시를 계속 만들어가는 대신 ‘아콜로지arcologies’라는 이름의 건축 생태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안타깝게도 아직까지 그런 곳은 조성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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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지역공동체가 많다고 해서 그 자체로 생태문명을 구성하거나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인간은 서로에 대한 관점을 ‘우리’와 ‘그들’의 관점에서 정립하는 경향이 강하다. 인간을 자기 폐쇄적이고 이기적인 개인으로 보는 근대적 관점은 역사적으로 거의 지지를 받지 못했다. 그러나 인간이 부족이나 국가 또는 다른 ‘우리’를 위해 필요하다면 목숨을 바칠 수 있다는 관점에는 많은 지지가 있었다. 이는 고귀하고 칭송받을 만한 일이지만, 자신의 공동체에 대한 헌신이 타인에 대한 적대감으로 표출되는 경우가 너무 많았다. 이로 인해 상호 학살로 이어지는 경우를 자주 찾아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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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별 가능한 패턴들은 종종 다양한 문화권에서 공유된다. 이러한 패턴들이 문자와 사회의 체계화를 포함할 때 그리고 그것들이 광범위한 지역을 뒤덮고, 광범위한 시간에 걸쳐 지속될 때, 우리는 이것은 한 문화의 집단이 하나의 문명으로 묶여 있다고 말한다. 어떤 의미에서, 하나의 문명은 그것이 포괄하는 문화권들의 총합이다. 그것은 그 구성원들이 공유하는 스타일과 관행, 근본적인 가치다. 또 다른 의미에서, 문명은 그 부분의 합보다 훨씬 더 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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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카르트의 ‘공간에 연장된 것들’은 토마스 홉스에게 모든 것이 ‘움직이는 물질’이라는 교리가 되었고, 18세기 프랑스 의사 라 메트리La Mettrie에게 인간은 기계L’homme Machine가 되었다. 뉴턴의 물리학은 물질에 작용하는 힘의 법칙을 통해 모든 운동을 설명하고자 했다. 1648년 얀 바티스트 반 헬몬트Jan Baptist van Helmont는 “모든 생명은 화학”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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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의 이 마법 같은 발전은 대부분 화석연료 덕분에 가능했다. 우리가 지금은 당연하게 여기는 대부분의 기술들은 막대한 양의 탄화수소를 연소함으로써 가능해졌다. 이로 인해 에너지는 근대 사회에 전례 없는 수준으로 제공되고 있다. 미국 내 온라인 서버만 해도 연간 700억 KWH(킬로와트시)를 소비한다. 이 에너지 수요를 충족하려면 대형 원자로 8기가 필요하거나 미국 전체의 태양 전지판 모두를 합한 출력의 2배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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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인류 문명들의 대다수는 겨우 몇 세기 동안만 번성했다가 쇠락의 길을 걷
는다. 셰익스피어의 창작 인물인 맥베스Macbeth의 표현을 빌리자면, 우리는 모두는 각자가 “무대 위에서 / 자신의 시간을 뽐내다가 / 더 이상 그 소리가 들리지 않는 / 불쌍한 연주자”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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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토피아적 사고에는 재앙을 초래할 수 있는 위험한 측면도 있다. 유럽의 근대 초기는 모든 상황이 ‘점점 더 좋아지고 있다’는 믿음을 의미하는 ‘사회개량적melioristic’인 시대로 묘사된다. 고전적인 예로는, 우리가 “가능한 모든 세계 중에서 가장 좋은 세계”에 살고 있다는 생각에 자신의 철학의 기초를 둔 철학자 라이프니츠를 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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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그 출발점은 인간과 자연을 포함한 모든 것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인식, 즉 ‘생태학적 패러다임’에 기반한 라이프스타일, 사회, 경제를 구축하는 것이다. 만물은 (정태적인 기계적 관계가 아니라) 공동체 안에서만, 서로 연결된 채로만 존재한다는 점을 깨달은 이후에야 비로소 새로운 형태의 사회가 싹트고 자라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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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ience[과학]’라는 단어는 ‘지식’을 뜻하는 라틴어 scientia에서 파생되었으며, 이는 ‘안다’는 뜻의 라틴어 scire와 연결된다. 전통적으로 지식을 습득한다는 것은 연구 분야를 보다 기본적인 법칙들로 환원하는 것을 의미하지 않았다. 실제로 좋은 지식은 체계적이고 포괄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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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이라는 용어가 오늘날의 글로벌 사회를 구성하는 모든 다양한 요소들을 포괄하는 것처럼, ‘통합’이라는 용어는 개인과 사회, 인간과 비인간, 환경과 사회 사이의 임의적인 경계들을 초월하는 심층적인 상호연결성을 의미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우리는 환경적 위기와 사회적 위기라는 두 가지 분리된 개별적 위기가 아니라 사회적 위기와 환경적 위기가 결합된 하나의 복합적인 위기에 직면해 있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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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튼이 우리에게 이야기의 변화를 촉구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베리와 스윔은 ‘우주 이야기’라고 불리는 우주의 역사 자체에 비추어 인류 문명을 재구성하자고 제안했다. 통합 생태학, 살아 있는 지구 이야기, 생태문명, 생태대는 지금까지 인류 문명이 조직되어 온 방식만이 아니라 우리의 시스템과 패러다임 모두가 근본적으로 변혁되어야 한다고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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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우리의 목표는, 장기적인 목표를 분명히 함으로써 그 목표가 현재 행동 지침 역할을 수행하게 하는 것이다. 일부 학자들은 이 과정을 설명하기 위해 ‘백캐스팅backcasting’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백캐스팅은 “특정한 미래의 결과에서 시작해서 현재 상황까지 역방향으로 진행하는 역예측 기법”이다. 이 기법은 1970년대부터 주요 사회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사용되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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