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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성의 시학

탄성의 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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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11월 27일
쪽수, 무게, 크기 344쪽 | 153*223*30mm
ISBN13 9791168150676
ISBN10 11681506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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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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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시조 문학계의 현황 점검과 전망
― 2019년 시조단 설문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1. 양해의 말(disclaimer)와 함께 시작하는 글

한국 현대시조문학계를 이끌고 있는 주요 시인들이 참여한 설문조사가 이루어졌다. 조사는 현대시조단의 현황과 문제점을 구체적으로 살펴보고 시조 발전을 위한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실시되었다. 그 설문조사 결과에 반영된 시인들의 목소리를 분석하고 종합한 다음 현대 시조의 발전을 위한 졸견을 밝히고자 한다. 시조 시인이 아닌 외부자의 입장에서 현대 시조단을 진단하고 전망을 제시하고자 하는 것이다. 문단의 말석에 자리 잡은 평론가이기는 하나 필자는 시조 장르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갖고 있다. 마치 그 애정을 무슨 권리라도 되는 것처럼 여기며 무모한 시도를 감행하는 것이다. 그러나 다시금 생각해보니 참으로 어려운 과제를 시도하는 것이 분명하여 난감하기도 하다. 이 글을 쓰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선행 과제가 있음을 잊고 있었다.

현대시조의 역사는 이제 백년이라고 보아야 한다. 그 백년 동안 현대시조가 스스로 변모하면서 정체성을 확립해 온 과정을 파악하고 있어야 오늘의 현대시조에 대해 어느 정도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일제 강점기의 최남선, 정인보 시인에게까지 거슬러 올라가 시조부흥운동의 맥락을 파악한 다음, 이병기, 이은상, 조운, 이호우, 이영도, 김상옥, 정완영 시인등으로 이어지는 현대시조의 전통을 다시금 새겨보아야 한다는 것이 대전제인 것이다. 과거를 분명히 이해하지 못한 채 현재를 진단한다는 것은 덕이 되지 못한다. 잘못된 판단은 뒤이어 올 세대에게 오히려 정정해야 할 것을 늘려주고 불필요한 짐을 지우는 것과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런 역사성에 대한 인식이 충분한지에 대해서도 확신하기 어려우려니와 시조 창작의 현실에 대해서 충분히 인지하고 있는지도 또한 의문이다. 등록회원 4000여 명에 이르는 것이 한국시조시인협회의 규모라고 한다. 그렇다면 오늘날 시조시인들의 작품세계는 폭이 매우 넓고 작품들은 다양한 개성을 드러낼 것임이 분명하다. 그러므로 현대시조의 통시적, 공시적 점검이라는 일은 한 개인이 담당하기에는 너무나 힘들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군가는 거칠게라도 조사 결과를 요약하고 해석을 시도해보아야 할 것이다. 그러므로 이 글에서 필자는 평소 필자가 지녀왔던 시조 장르의 미학에 대한 이해와 평론가로서 시조 텍스트들을 분석해본 경험을 바탕으로 의견을 덧붙이고자 한다. 필자는 학계에서 비교문학자로 훈련받아 왔기에 주로 세계문학의 장을 염두에 두고 현대시조 텍스트에 접근해왔다. 이 글을 쓰면서도 마찬가지이다. 시조문학이 시문학의 한 하위장르이고 시조문학의 대타적 존재가 자유시 장르로 파악되어온 까닭에 흔히 ‘자유시 혹은 자유시를 쓰는 시인들과 비교할 때 시조나 시조시인이 소외되고 평가절하 되어 왔다’고 말하곤 한다. 필자는 그런 자세가 먼저 수정되어야 한다고 본다. 시조를 쓰는 시인들 중에서 자유시를 쓸 줄 몰라서 시조를 쓰는 시인은 없을 것이다. 자유시로는 문학성을 충분히 인정받을 자신이 없어서 시조로 도피한 시인도 물론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시조 시인들이 경쟁자로 여겨야 할 대상은 한국의 자유시인들이 아니다.

시조시인들이 염두에 두어야 할 대상, 그들의 독자는 세계문학 독자가 되어야만 하는 것이다. 필자가 시조 텍스트들을 일반 독자에게 소개할 때 듣게 되는 가장 당황스러운 반응이 “시조도 자유시 못지않게 아름답습니다”였다. 말하는 이는 찬사를 의도했겠으나 듣는 이에게는 전혀 칭찬으로 들리지 않았다. 시조는 자유시보다 기본적으로 열등한 존재이다, 그러나 예외적으로 이 시조 텍스트는 그 예술성이 자유시의 수준에 근접한 듯하다는 뜻이 그 말 속에 들어있다고 본다. 자유시가 시조의 경쟁자여야 하는가? 탄산음료 시장에서 펩시콜라의 경쟁자는 코카콜라가 아니라 물이라고 하는 말을 어떤 경영인에게서 들은 적이 있다. 한국 시조의 경쟁자는 한국 자유시가 아니다. 중국 한시도 아니고 일본 하이쿠도 아니다. 전 세계인의 문학적 감수성에 스며들어 공응을 얻어내는 것이 현대시조의 목표가 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시조의 경쟁자는 세계문학을 구성하는 지구상의 모든 문학일 따름이다.

필자가 장황하게 늘어놓는 이런 이야기는 이 작업의 의미와 비중이 매우 큼에 반하여 필자의 공부가 태부족하다는 자각이 추동하는 부끄러움에서 나오는 것이다. 시조 연구가 학계와 문단에서 동시에 더욱 깊어지고 넓어져서 이 글에 드러날 결락을 속히 메꾸어줄 것이라 믿는다. 필자가 스스로 위로로 삼고자 하는 것은 최근 북한 문학사에서 시조를 연구해 온 경향에 대해 조금 공부하여 정리 발표할 기회가 있었다는 사실이다. 그 덕분에 우리 시조단에서 시조를 대하는 입장을 북한의 시조 이해와 대비하여 점검해볼 수 있게 되었다. 남한의 현대 시조 시인들이 이병기, 이은상, 최남선, 조운등을 문학사적 기여도가 높은 인물로 꼽는 반면 북한에서는 조운을 제외한 인물은 거의 배제하고 있다. 이병기, 이은상, 최남선등에 대한 평가는 아예 등장하지 않는데 거기에는 ‘친일문제’가 일차적인 원인으로 개입하고 있을 것이다. 고시조 영역에서도 우리 시조단에서는 이조년과 정몽주의 텍스트를 교과서에 실을 만하다고 보고 있으며 황진이, 윤선도, 정철, 이조년, 박인로, 정몽주등을 중요한 시인으로 꼽고 있다. 반면 북한에서는 윤선도, 김립, 박인로, 황진이등의 기여를 높이 산다.

시조를 대하는 남북한 간의 태도 차이에는 남북한의 정치 이념적 차이가 놓여있다고 볼 수 있다. 양 사회체제의 이념 차이는 당연한 것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정치 이념 차이보다 오히려 문학 철학, 넓게는 예술 철학의 차이가 양자에게서 확연히 드러난다는 점이다. 북한에서는 민중의 삶에 대한 긍휼을 보여주고 양반 중심의 계급사회에 대한 비판을 보여주며 우국의 정신을 노정하는 텍스트를 중요하게 여긴다. 남한에서는 선명한 갈래를 찾아보기 어렵다. 남한에서는 서정성 강한 텍스트도 높이 평가받고 시어의 우아미를 보여주는 텍스트도 존중받는다. 시조의 내적 형식을 창조적으로 재구성한 시인들의 작품들도 고평 받는다. 그러므로 남한은 다양성을 존중하는 유연한 성격의 시조관을 지니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먼저 최남선, 정인보등의 문학사적 기여를 인정하고 더 나아가 이태극, 이우종을 중요한 현대시조시인들로 인정한다는 데에서 작품의 문학성만큼이나 시조 문학의 활성화를 꾀한 문단 활동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음도 볼 수 있다. 또한 작품 미학의 문제를 두고서도 다양한 평가 기준을 적용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시조 형식의 본질을 탐색하는 텍스트를 보여주고 형식의 혁신을 도모해 본 장순하등을 고평하고 시조의 주제나 내용에서 현대성을 도입하고자 애쓴 일군의 시인들에 대해서도 좋은 평가를 보여준다. 서정성과 사회성에 천착한 다양한 텍스트들에 대해서도 고르게 높은 평가를 보여주고 있음을 볼 수 있다.

다양성과 유연성의 존중이라는 태도는 매우 값진 것이다. 그러나 동시에 작품을 평가하는 기준에서 눈에 띄게 드러나는 통일성을 찾기가 어렵다면 그 의미를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그것이 시조의 철학 부재로 연결되지는 않는지 의심해볼 수도 있다. 시조의 시조다움이 어디에 있는가? 오늘날 우리 시단에서 자유시가 주도적인 역할을 맡고 있는 상황 속에서 굳이 시조를 통해 우리 시조시인들이 추구하고자 하는 것은 과연 무엇인가? 시조 텍스트에서 효과적으로 드러나는 압축적 심상과 언어의 음악성은 자유시의 결핍을 어떤 식으로 넘어서고 있는가? 시조가 아니면 안되는 그 것, 시조를 통해서만 제대로 온전히 드러날 수 있는 에너지 혹은 사상은 과연 어떤 것인가? 이와 같은 질문들에 대한 대답이 바로 시조의 철학이라는 주제어에 합당한 담론들이 될 것이다. 이번 설문조사에서 보여준 다양한 시각과 태도들이 앞서 언급한 것처럼 기준 없는 것으로 이해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자칫 현대시조단이 시조 철학 확립을 위한 고민과 모색을 결여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되지는 않을지 생각해 볼 일다. 굳이 정치적 이데올로기와 연결된 것일 이유는 없지만 우리가 주장할 만한 통일된 시조철학을 궁리해 볼 필요가 있겠다. 시조의 철학에 대한 질문은 시조의 본질에 대한 질문이기도 하다. 아울러 논의가 계속되고 있는 시조 형식의 규정 문제도 철학을 분명히 한 이후에 적절한 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2. 설문 조사의 성과와 한계

현대시조 백년사에서 금번의 설문 조사와 같은 의견 수렴은 유의미한 과정이라는 견해를 이미 밝혔다. 최남선, 정인보의 시대, 그들이 생각했던 시조의 모습과 2019년의 현대시조단이 시조라는 이름에 부여하는 의미는 매우 다를 것이다. 이은상, 이호우, 이영도의 시조와도 사뭇 다를 것이다. 국운이 풍전등화이던 시대, 즉 최남선의 시대와 달리 2019년의 한국은 세계 경제 구도에서 경제규모 11위에서 14위 사이를 오가는 부유한 나라가 되었고 그만큼 극심한 사회변화도 거쳐왔다. 김훈 소설가가 밝히듯, 6.25 전쟁 직후 80달러에 불과하던 국민 소득이 이제 30,000달러에 이른다고 한다. 압축 근대화의 70년을 거치는 동안 한국 사회는 세계 역사상 유례가 없는 변화를 함께 겪었다. 그 과정 속에서 민족이라는 상상된 공동체의 동일성을 확보해주는 역할을 상당 부분 담당하면서 현대시조는 성장하고 확장하고 변모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조사는 한계도 분명히 지니고 있다. 현대시조단의 중요한 목소리를 내는 인물들을 중심으로 진행되었지만 약 4만 명의 회원 목소리를 대변하기에는 44명은 충분하다고 보기 어렵다. 설문에 응하지 않은 분들의 이른바, 들리지 않은 목소리들에도 유의해 볼 필요가 있다. 더 나아가 문학 창작은 극도로 개인적이며 고독한 작업의 장이므로 공적인 목소리를 내는 것 자체가 문학인 본연의 자세에서 벗어난 것이라는 견해를 지닌 분도 있을 것이다. 의견을 밝히지 않았다고 해서 그분들의 표현되지 않은 견해가 덜 중요한 것은 아닐 것이다.

필자는 설문 응답자들의 등단 연도나 그분들이 함께 활동하거나 교류하는 동인이나 계파에 대해 무지한 편이다. 설문 응답자 중 일부가 등단 연도에 따른 문단 내 위계질서에 대한 비판을 보여주기도 했으므로 그 점에 무지하다는 것이 필자에게는 오히려 잘된 일이라고도 볼 수 있다. 그러나 작품이 보여주는 성숙도와 시적 경향성을 등을 기준으로 살펴볼 때 설문 응답자들의 세대별 분포는 적절한 다양성을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 필자가 설문 응답자의 경력을 정확히 몰라서 다소 부정확할 수도 있으나 응답자들의 분포는 대략 다음과 같았다. 시조단의 인물 구성이 빈약하던 시절, 시조단을 개척하는 역할을 담당하셨던 분들이 네 분 정도, 그 뒤를 이어 본격적으로 텍스트의 다양성을 보여준 세대에서 열 세 분, 그 다음 세대가 열 여섯 분, 그리고 신예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는 세대에서 아홉 분이 응답한 것으로 보인다. 평론가 두 분은 응답자를 헤아릴 때 제외했다. 배열하면 가운데가 불룩하고 가장자리가 줄어드는 바람직한 종 모양(bell curve)이 만들어질 것 같다. 그러므로 이번 설문조사가 시조단의 기성 세대나 신세대, 혹은 특정 계파에 편향되어 이루어지지 않고 대체로 다양한 시각을 반영할 수 있게 진행되었다고 판단할 수 있다.

3. 전통과 현대성, 그리고 시조의 정체성

수렴된 의견 중에서 시조의 정체성에 대한 문제 제기가 상당수 있었다. 고답적인 정서를 반복적으로 재현하는 것을 시조의 요체라고 생각하는 것에 대한 비판, 시조 텍스트들이 하나 하나 독특한 개성을 보여주지 못하고 유사한 정서나 은유를 반복하고 있다는 비판도 있었다. 시조 장르의 본질에 대한 이해가 많이 부족하다는 의견, 시조가 지닌 언어의 리듬감이 훼손되는 것에 대한 우려, 시조 형식의 혁신이 필요하고 내용에 있어서도 현대성의 요소가 강조되어야 한다는 의견 등도 있었다. 그러한 지적들은 모두 시조의 정체성 문제로 수렴된다고 볼 수 있다. 그 중에서도 시조 장르의 특성 혹은 본질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는 지적은 언필칭 ‘3장 6구의 균등 4음보’로 시조의 형식을 규정해온 것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그런 형식의 파괴를 시도하는 신예 시인들에 대한 불만을 토로한 것으로 보인다. 언어의 리듬감 문제도 그 연속선상의 문제일 것이다.

설문조사 문항 중에서는 문학사적 기여도가 높은 인물이 누구라고 보느냐는 질문도 있었고 문학사에 기록될 만큼 완성도 높은 텍스트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를 묻는 문항도 있었다. 그리고 초,중,고등학교 교과서에 수록하여 가르칠 만한 시조 작품은 어떤 시인의 어느 작품인지에 대한 의견을 묻기도 했다. 이 세 가지 문제는 모두 시조의 정체성에 대한 합의가 우선 이루어질 때 답변이 가능한 성격의 것이라고 본다.

문화의 모든 영역에서 전통과 현대성의 충돌과 융합은 언제나 있어 왔다. 그것은 또 장르의 생존을 위해 필요한 일이기도 하다. 응답자 중 근대성이라는 용어를 사용한 분도 있는데 영어의 모더니티 (modernity)의 번역이라는 점에서 그가 의미하는 바는 현대성과 동일할 것이라고 본다. 전통을 무시하면 시조 장르의 존재 의미 자체가 부정되는 것이고 현대성의 도입을 차단하면 장르의 존재 자체가 불안해진다. 어느 분야에서든지 주도적 세력이 있고 소수 세력 또한 그와 함께 존재하게 마련이다. 장르의 역사는 주변적인 것의 주류화 역사라고도 볼 수 있다. 이와 같은 예술사의 흐름을 명백히 이론화한 이들은 러시아 형식주의자들이었다. 낯설게 하기(defamiliarization)라는 개념이 중요성을 갖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한국문학사의 맥락에서 살피자면 조동일이 『한국 문학 통사』를 쓰면서 기조로 삼은 바도 바로 낯설게 하기의 전개과정이었다. 문학사의 주도적 장르가 어떻게 변천해 왔는가를 근거를 들어가며 설명한 것이다.

그렇다면 현대시조의 영역에서 전통의 범주는 어떻게 규정되고 현대성의 허용범위는 어디까지라고 보는 것이 적절할까? 우선 시조 형식의 문제에 있어서 3장 6구로 구성된 균등 4음보의 형식이라는 정의는 새로이 연구되어야 한다고 본다. 사실 이는 국문학계에서 학자들이 자료 확인과 이론적 검증을 통하여 먼저 정리해두었어야 하는 바라고 생각한다. 국문학계가 보여준 시조에 대한 무관심의 결과로 현대시조단이 그 고민을 떠안고 있는 셈이다. 민병기의 지적대로 시조, 특히 현대시조는 고전문학의 영역에서도 현대문학의 영역에서도 동시에 배척된 장르가 되어 버렸음은 매우 유감스러운 사실이다.

현재까지 정리된 바로는 시조의 기본 형식은 3.4 혹은 4.4의 음수율을 중심으로 한 것이고 4음보 혹은 4율마디로 불리는 4박자의 리듬감을 지닌 것이다. 북한 문학사에서도 남한에서와 마찬가지로 3.4조나 4.4조를 중심으로 한 3장 6구 형식이 시조의 기본적인 형식이라고 보고 있다.

그러나 필자는 3.4의 자수율이나 4마디 리듬감이 시조의 필수 요건이라는 두 가지 점에 모두 의문을 품고 있다. 더 많은 연구가 진행되면서 시조의 형식적 규범이 분명해질 것을 기대해본다. 인공지능(AI)의 발달이 향후 십 년 이내에 이를 가능하게 해줄 것이라고 본다. 수집 가능한 모든 고시조 작품을 입력하면 시조를 구성하는 글자 수와 리듬의 전형이 도출될 것이기 때문이다. 북한에서는 김하명 원사박사교수가 『시조집』을 발간하면서 고시조 대표작들을 집적한 바 있다. 남한의 고려대학교 김흥규 교수 팀이 십 년 이상 연구 인력을 투입하여 『고시조대전』을 편찬한 것은 고시조 연구의 매우 중요한 결과물이라고 본다. 조만간 남북한 학계의 공조 작업이 이루어진다면 남북한 시조 연구의 결락 부분을 메울 수 있을 것이다. 인공지능의 역할에 더하여 기록물의 남북 공조까지 이루어지면 시조 연구의 장은 활성화될 것이다. 현대시조단이 그 연구 결과를 누리며 형식상의 문제를 쉽게 넘어설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충분한 자료 검토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필자의 의견을 굳이 제시한다면 다음과 같다. 시조의 핵심은 자수율에 있다고 보지 않는다. 그보다는 3장의 구조로 전개되는 시상의 구조적 특성과 간결하고 선명한 이미지와 전언에서 시조의 핵심을 찾아야 한다고 본다. 글자 수가 흔히 3,4조 혹은 4,4 조로 등장하는 것은 정병욱의 주장처럼 2음절과 3음절어가 대부분인 한국어의 음절 특성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에 불과한 것이다. 글자수는 시조 형식의 제약으로 작동해서는 곤란할 것이다. 4음보론에 대해서도 의심하고 있다. 지면 관계상 3장 6구 4음보라는 시조 형식 기준에서의 일탈을 보이는 고시조 작품들을 열거할 수는 없지만 『해동가요』 『가곡원류』 등에 수록된 텍스트들을 검토하면 3음보격으로 보아야 하는 구절을 포함하는 시조 작품들도 많다.

그렇다면 현대시조의 장에서도 자수율이나 4박자 리듬감에 대한 기준을 완화하고 형식적 제약에 너그러운 태도를 보이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몇 백년 역사를 지닌 고옥을 보존하는 도시재생사업이 이제야 우리나라에서도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 유럽에서 13-5세기에 닦은 길이나 그때 지은 건물들을 보존하는 방식을 통해서 전통을 유지하는 방안에 대한 지혜를 얻을 수 있다. 핵심적인 요소들은 남기고 나머지는 모두 새것으로 대체할 때 전통의 보존이 가능하다. 가옥이라면 기둥과 대문, 대들보만 남긴 채 벽과 내부를 모두 바꾸어도 전통미를 거기에서 느낄 수 있다. 중국이 서양 세력의 도전 앞에서 중체서용(中體西用)사상으로 국가 운용의 방향을 잡았던 것도 상기해 볼 수 있다. 한학자 이가원은 전통과 현대성은 7:3 정도의 비율로 섞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이른 바 있다. 현대시조단이 새로움의 요소를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이면서 동시에 전통의 아름다움을 지켜갈 수 있으리라 믿는다.
---「I. 현대 시조의 흐름 살피기와 내다보기」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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