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장메뉴
주요메뉴


닫기
사이즈 비교
소득공제
바다는 거의 밀물이어서

바다는 거의 밀물이어서

전망시인선-007이동
정기남 | 전망 | 2023년 11월 16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리뷰 총점10.0 리뷰 2건 | 판매지수 354
정가
10,000
판매가
9,500 (5% 할인)
배송안내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은행로 11(여의도동, 일신빌딩)
지역변경
  • 배송비 : 유료 (도서 15,000원 이상 무료) ?
eBook이 출간되면 알려드립니다. eBook 출간 알림 신청
  •  국내배송만 가능
  •  최저가 보상
  •  문화비소득공제 신청가능

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11월 16일
쪽수, 무게, 크기 173쪽 | 130*205*120mm
ISBN13 9788979736120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1명)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섬에 남은 것이라곤 푸른발의
푸른 다리들뿐이어서
푸른발로 부비부비하면서
조난당한 바다의 말씀들이
쌍으로 춤추듯이 뭉그러지고
구름처럼 둠칫거리다가
흩어지지 말자는 다짐으로
사금파리에 가시털이 돋고
꽁지깃에 뾰족부리가 솟고
절름발이 물갈퀴는 뒤뚱거리다가

갈라파고스 제도
습지의 심장들이라서
혓바닥을 발바닥에 맞대기할 때
습윤의 경계들이라서
귓바퀴를 서로의 입술에 꽂을 때
태평양 무풍대에 달뜨고
산크리스토발섬이 발기할 때
바다는 검은 태반으로
배꼽과 탯줄을 다시 이을 때

달아 문 열어라
그림자는 버려두고 오너라
달의 허리가 흔들리는 야한 밤에
푸른발이 부비부비하면서
푸른발부비부비하면서
---「푸른발부비새」중에서

골짜기에 숨은 항구
무스카트 앞을 지날 때부터
페르시아만으로 접어들기 전부터
유조선은 등화관제를 했다
걸프전이 한창이었고

공중을 난무하는 초단파 통신은
“감도 있습니까?”
미래의 안녕을 호출하는 게 아니었다
인도양 산호충의 뿌리가 뽑혀나가고
상층대기권이 뒤집어졌다
전파의 통달거리는 늘어났지만
뱃놈들은 브릿지에서 더 외로워졌다

호르무즈 해협이 목을 누르고 있었다
포경선의 갬Gam*처럼
불통의 낱말들이 건네졌다
뭍에서 밀려난 자들 사이로
절름거리는 말들이 오갔다

뱃놈들의 귓바퀴가
새된 소리를 감청하고 있다는 소문이
바다를 배회하고 있었다
감도가 감도를 묻고 있었다
여기는 서아시아의 바다인데
메두사의 뗏목이 떠다니고 있었다
메카 순례 항로가 폐쇄되었다는
급전이 날아다녔다
“감도 있습니까?”
미사일이 아라비아 갯골을 파고들고 있었다

* 갬Gam: 두 척 이상의 포경선 사이에 이루어지는 사교적 교류.
---「감도 있습니까?」중에서

바다는 방향을 모르네
풍배도*의 장미 화살로
바람을 가늠해 볼 뿐
어차피 항해는 추측으로 하는 거지
자유롭게 떠 있어야 하는데
어디서 멈춰야 할지 몰라 떨다 보면
국자가 남쪽을 가리키기도 하지
매생이 떠다니는 바다는 미끄러운 녹색
사막의 수반에 별을 띄우고
달의 방위를 지우면
바다는 말 더듬듯 어눌해지지
자계磁界의 바다는 흐릿하여
등대의 빛을 보정補正해보지만
서역으로 가는 사막에서는
작은 물방울만 떠다니고
다리 분질러진 콤파스로는
찌그러진 달밖에
그려내지 못한다네
수전증에 걸린 듯
부르르 떨리는 손 맞잡고
트레몰로 트레몰로로
다 같이 돌고 싶은데
미처 한 바퀴도 돌지 못하네
바다 요정들이 지느러미 세워
물 위에 그려낸 그림
파도가 쓰러져 내리며 지워버리네
하얀 지우개 똥이 흩어지고
바다는 여전히 방향을 모르네

* 풍배도: 어떤 지점에서 일정한 기간 중의 풍향별 빈도를 방사 모양의 그래프로 나타낸 그림.
---「나침반」중에서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정기남 시인은 항해자였다. 그는 큰 배를 몰았고 세계의 항구들을 넘나들었다. 전남 순천이 고향인, 유년 시절 남해와 뻘밭을 만난 그의 가슴바닥에 진즉 바다의 상상력이 자리 잡았던 걸까. 실제로 그는 천측계산장을 읽는 선장으로서 바다의 지도를 펼치고 또 펼쳐야 했다.(…)

나침반은 떨고 있다. 떨리는 나침반 바늘을 응시하면서 그의 촉수 또한 미세하게 떨린다. 「천측항해」과 마찬가지로 나침반을 읽는 일조차도 그에겐 끊임없이 흔들리는 영혼과 같다. 풍배도는 어떤 지점에서 일정 기간 바람 방향을 관측한 그림으로 바람장미라고 부른다. 바람을 계급별, 방향별, 그 발생빈도와 속도를 따라가며 지켜본다는 것은 어떤 공부일까. 매번 새롭게 피어날 바람장미. 바람의 틈과 겹을 보는 일, 그 형상화된 바람장미는 무한한 암시이다. 바람을 가늠하고 항해를 추측하는 내내 나침반 바늘의 떨림을 보다가 문득 북두칠성을 발견하는 시선에서 대자연의 무한이 다가온다. 바다가 “말 더듬듯 어눌해지”는 순간이란 우리는 도무지 감지할 수 없는 깨달음의 세계가 아닐까. 바람의 방향과 속도에 혼신을 기울이는 순간에 감지하는 자유란 또 무엇일까. 그래프로 그려낼 수 없는 그 무엇, 숨은 파장에 시인은 촉수를 뻗어 바람의 줄기와 잎을 헤아린다. 하여 나침반의 떨림은 이 시집 전체에서 숨은 은유로 작동한다.(…)

정기남 시인이 경험한 바다 속으로 더 깊이 들어가다 보면 한국 해양문학의 물기둥을 새롭게 만날 수 있지 않을까. 부산도 그렇지만 한국은 바다를 끼고 있는 지역이다. 바다를 제대로 이해할 때 삶도 꿈도 더 선명해진다. 시인은 이 시집 외에 다른 시력詩歷이 없다. 하지만 바다에 대한 무한 애정을 시인의 눈으로 건너려는 의지는 누구보다도 높고 간절하다. 이 시집이 해양문학에 어떻게 자리 잡을지는 잘 모르지만, 한 인간의 바다가 어떻게 삶과 꿈을 관통하는지 생각할 때 그의 문학은 매우 새로운 세계를 확보했다고 믿는다. 혹여 시편에 가끔 묻어나는 생경스러움은 엄청난 독서가 선물한 그의 철학적 상상력과 관계가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면 한결 접근하기 좋을 것이다.

결론은 이렇다. 바다를 믿자. 거기에 사랑의 험난함과 사랑의 간절함과 사랑의 뜨거움이 출렁이고 있으니. 바다를 배우면 하늘을 배우는 것이니. 실제로 생명의 모든 여정이 항해라면 이 별에 도착하는 순간부터 지금까지 항해 중임을 그는 자각했으리라. 바다는 오늘도 우리에게 광막한 우주이다. 그 심연 또한 아득하다. 바다를 배우는 일, 바다를 사랑하는 일은 그 광막함과 아득함을 끝까지 저어가는 일일 것이다. 그 심연에는 우리를 회복하는 가시풀이 자라고 있음을 믿는다. 우리는 바다에게서 심연의 춤을 배운다.
- 김수우 (시인)

회원리뷰 (1건) 회원리뷰 이동

한줄평 (1건) 한줄평 이동

총 평점 10.0점 10.0 / 10.0

배송/반품/교환 안내

배송 안내
반품/교환 안내에 대한 내용입니다.
배송 구분 예스24 배송
  •  배송비 : 2,500원
포장 안내

안전하고 정확한 포장을 위해 CCTV를 설치하여 운영하고 있습니다.

고객님께 배송되는 모든 상품을 CCTV로 녹화하고 있으며, 철저한 모니터링을 통해 작업 과정에 문제가 없도록 최선을 다 하겠습니다.

목적 : 안전한 포장 관리
촬영범위 : 박스 포장 작업

  • 포장안내1
  • 포장안내2
  • 포장안내3
  • 포장안내4
반품/교환 안내

상품 설명에 반품/교환과 관련한 안내가 있는경우 아래 내용보다 우선합니다. (업체 사정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반품/교환 안내에 대한 내용입니다.
반품/교환 방법
  •  고객만족센터(1544-3800), 중고샵(1566-4295)
  •  판매자 배송 상품은 판매자와 반품/교환이 협의된 상품에 한해 가능합니다.
반품/교환 가능기간
  •  출고 완료 후 10일 이내의 주문 상품
  •  디지털 콘텐츠인 eBook의 경우 구매 후 7일 이내의 상품
  •  중고상품의 경우 출고 완료일로부터 6일 이내의 상품 (구매확정 전 상태)
반품/교환 비용
  •  고객의 단순변심 및 착오구매일 경우 상품 반송비용은 고객 부담임
  •  직수입양서/직수입일서중 일부는 변심 또는 착오로 취소시 해외주문취소수수료 20%를 부과할수 있음

    단, 아래의 주문/취소 조건인 경우, 취소 수수료 면제

    •  오늘 00시 ~ 06시 30분 주문을 오늘 오전 06시 30분 이전에 취소
    •  오늘 06시 30분 이후 주문을 익일 오전 06시 30분 이전에 취소
  •  직수입 음반/영상물/기프트 중 일부는 변심 또는 착오로 취소 시 해외주문취소수수료 30%를 부과할 수 있음

    단, 당일 00시~13시 사이의 주문은 취소 수수료 면제

  •  박스 포장은 택배 배송이 가능한 규격과 무게를 준수하며, 고객의 단순변심 및 착오구매일 경우 상품의 반송비용은 박스 당 부과됩니다.
반품/교환 불가사유
  •  소비자의 책임 있는 사유로 상품 등이 손실 또는 훼손된 경우
  •  소비자의 사용, 포장 개봉에 의해 상품 등의 가치가 현저히 감소한 경우 : 예) 화장품, 식품, 가전제품, 전자책 단말기 등
  •  복제가 가능한 상품 등의 포장을 훼손한 경우 : 예) CD/LP, DVD/Blu-ray, 소프트웨어, 만화책, 잡지, 영상 화보집
  •  소비자의 요청에 따라 개별적으로 주문 제작되는 상품의 경우
  •  디지털 컨텐츠인 eBook, 오디오북 등을 1회 이상 다운로드를 받았을 경우
  •  eBook 대여 상품은 대여 기간이 종료 되거나, 2회 이상 대여 했을 경우 취소 불가
  •  중고상품이 구매확정(자동 구매확정은 출고완료일로부터 7일)된 경우
  •  LP상품의 재생 불량 원인이 기기의 사양 및 문제인 경우 (All-in-One 일체형 일부 보급형 오디오 모델 사용 등)
  •  시간의 경과에 의해 재판매가 곤란한 정도로 가치가 현저히 감소한 경우
  •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이 정하는 소비자 청약철회 제한 내용에 해당되는 경우
소비자 피해보상
  •  상품의 불량에 의한 반품, 교환, A/S, 환불, 품질보증 및 피해보상 등에 관한 사항은 소비자분쟁해결기준(공정거래위원회 고시)에 준하여 처리됨
환불 지연에
따른 배상
  •  대금 환불 및 환불 지연에 따른 배상금 지급 조건, 절차 등은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라 처리
  •  쿠폰은 결제 시 적용해 주세요.
1   9,500
뒤로 앞으로 맨위로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