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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 버든

리뷰 총점9.7 리뷰 6건 | 판매지수 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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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11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488쪽 | 618g | 140*210*30mm
ISBN13 9791169837477

카드 뉴스로 보는 책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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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마당 진입로 틈에 볼썽사납게 삐져나온 잡초를 뽑고 있을 때였다. 깊고 거친 비명이 들렸다.
---「첫 문장」중에서

“얼마나…… 오래 묻혀있었죠?”
“아직 확실하게 말할 수 없습니다. 마당 흙이 알칼리성에 가까운 덕분에 옷이나 신발 일부 남아 있기는 합니다. 그래도 1970년대보다 더 이전은 아닐 거로 추정하는 정돕니다. 부패 상태로 보면 1990년 이후는 아닙니다.”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우리 집에서 두 사람이 살해됐다. 나의 목가적인 시골집에서. 모든 것이 돌연 어둡고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
“그리고 당연한 말씀입니다만, 경찰에선 1970년부터 1990년 사이에 그 집에서 산 적이 있는 모든 사람을 조사해야 합니다. 죄송하지만 댁의 전 소유주였던 로즈 그레이 씨와 이야기를 해봐야겠습니다.”
방이 기울어진다. 로즈 그레이는 우리 할머니다.
--- p.24

오늘은 일찍 일을 마쳤다. 늘 그러듯 매주 목요일이면 할머니를 만나러 간다. 집 밖에 기자들이 몰려오는 바람에 지난주에는 할머니를 보러 가지 못했다. 떠올리니 불쑥 죄책감이 들었다. 하지만 오늘은 여느 목요일과는 다르다. 오늘 할머니 맞은편에 앉으면 오래전에 무슨 일이 일어났을지 알고 싶어질 것이다. 그 두 사람은 어쩌다가 할머니의 정원에서 살해당하고 매장됐을까?
--- p.26

모호하고 뒤틀린 기억이 머릿속에 스쳤다. 마당, 밤하늘에 터지는 불꽃놀이로 간간이 어둠이 걷히던 기억이 언뜻 떠올랐다. 하지만 확실히 떠오르기 전에 날아가 버렸다. 마치 바람에 날린 민들레 홀씨처럼 손이 닿지 않는 곳으로.
--- p.57

책을 받아서 앞표지가 보이게 뒤집는 엄마의 눈이 반짝였다. 어떤 기분인지 안다. 할머니는 늘 자기 얘기를 하지 않았다. 과거에 대해서도, 사랑했던 사람, 남편에 대해서도 말해주지 않았다. 로즈 그레이에게 엄마가 되기 전이나 할머니가 되기 전에도 인생이 있었다고는 상상하기 어려웠다. 장미꽃을 넣은 시집을 받는 인생도, 누군가와 사랑에 빠졌던 인생도 상상할 수 없었다.
--- p.125

눈에 갇힌 며칠 동안 우리는 집 안에서 눈부시게 아름다운 나날을 보냈어. 영원히 그렇게 살아도 좋았을 거야. 세상과 단절된 채로 우리 셋이서만. 우리는 텔레비전에서 흑백 영화를 보고 직접 만든 수프를 먹었어. 난 특별히 너를 위해 케이크를 만들었단다. 두 번째 크리스마스를 보내는 기분이었어.
--- p.268

우린 너무 행복해서 경계를 유지하는 것도 잊어버렸어. 계속 그랬어야 했는데. 훨씬 더 조심했어야 했어.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마을에서 남자 방문객이 더는 목격되지 않자 차츰 안전하다는 느낌이 들었어. 그렇지 않은데도. 순진하게.
--- p.291

로나는 딸을 보면서 미소를 지었다. 언제나 낭만을 잊지 않는 아이. 하지만 로나도 같은 마음으로 정말 그렇기를 희망했다. 얼마 뒤 아파트로 돌아온 로나는 와인을 한잔 따라서 발코니로 나갔다. 해가 지고 있었다. 연인이나 친구로 보이는 사람들이 삼삼오오 잘 차려입고 밤 외출을 나가는 모습이 보였다. 맞은편 레스토랑에서 테이블에 앉은 사람들의 웃음소리와 이야기 소리가 들려왔다. 이것이다. 이런 분위기야말로 자신이 원하는 것이다.
--- p.479

너는 너 자신 그대로 독립된 한 사람이야. 내가 되고 싶었던 사람이 되렴. 나의 아름다운 롤리.
--- p.4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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