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세상에서 가장 좋은 환경에서 사는 것 같다. 나를 때리기를 해, 더우면 에어컨 틀어주지, 겨울에는 따뜻하게 이불 속에서 사람과 같이 자지, 계절마다 럭셔리한 옷 입지, 똥오줌 다 인간이 치워주지, 최고급 음식물 먹지, 개로 태어난 지금이 최고 행복한 것 같다. 인간들은 태어나자마자 경쟁 속에서 살아야 한다. 학교 가서 공부해야지, 군대 가야지, 돈 벌어야지, 재해에 노출되어 언제 어디서 다칠지도 모르지, 전쟁 같은 치열한 경쟁 속에서 자신을 보호해야지, 부모님 공경해야지, 노후에는 어떻게 죽을지 불안하지, 어떻게 그렇게 어렵게 살 수 있을까? 정말로 개로 잘 태어났어.
---「개로 살 만해 vs 살기 힘들어」중에서
인간들은 ‘개는 개답게 살아야 한다’라고 해놓고는 개를 인간화시키고 있다. 도대체 개다운 게 무엇인지 모르겠다. 오줌똥 아무 데나 누고 잠자고 먹고 하는 것이 개다운 것 아닌가? 그런데도 인간들은 개답게 살아라, 하고 열심히 훈련시키고 있다. 개답게 훈련하는 것은 어떻게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높이뛰기도 하고 주인이 던지는 원반도 받아오고, 음식물 앞에서 침 질질 흘리면서 기다려야 하고 앉아, 일어서, 뛰어, 인간이 시키는 대로 해야만 되는 것이다.
이것이 인간이 말하는 인간화된 개다운 것이고, 나는 개답게 사람의 발걸음 소리만 들어도 짖고 나를 잡으려면 물어버리고 아파트가 아닌 공간에서 인간과 함께가 아닌 나 혼자 마음대로 살고 싶은 게 개다운 삶인데도 인간은 자기가 요구하는 개다운 개로 살기를 바란 다. 나는 개답게 살고 싶다. 인간들의 간섭이 없는 세상에서 살고 싶다. 이 목줄만 풀어주어도 개답게 살겠구먼, 인간들은 왜 목줄을 풀어주지 않는지 모르겠다.
---「유린」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