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통증 치료를 과소평가해 맞는 비극적 결과는 단순히 특정 순간에 통증을 느끼는 수준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한참 발달 중인 아이의 신경 연결 통로에 악영향을 미쳐 지속적인 피해로 발전하는 수준까지 확대된다. 다시 말해, 사람들이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아이의 “아야!”는 훨씬 더 큰 피해로 발전될 잠재력을 갖는다.
--- p..17, 「'프롤로그’」 중에서
통증에 대한 우리의 인식은 정신적인 요소와 상황적인 요소(경험,기억, 환경, 불안 수준 등)에 따라 달라진다. 그래서 우리는 정신 및 행동 전략을 활용해 통증 신호뿐 아니라 실제 느끼는 통증 강도까지 누그러뜨릴 수 있다. 우리에게는 실제 통증을 변화시키는 힘이 있다. 그 힘을 제대로 발휘하기 위해선 먼저 통증의 두 종류, 즉 급성 통증과 만성 통증 간의 차이를 제대로 알 필요가 있다.
--- p..29, 「1장 ‘우리는 어떻게, 왜 통증을 느끼는가?’」 중에서
수세기간 이어져온 잘못된 이론과 허점 많은 연구, 문화적 편견 때문에 대부분의 의사는 유아의 신경계가 아직 제대로 발달되지 않아 통증을 느끼지 못해 통증 관리를 할 필요가 없다고 믿었다. 그리고 그런 믿음에 이의를 제기하는 소수의 의식 있는 의사조차도 의대 시절 이런 교육을 받았다. 유아들이 설사 통증을 느낀다 해도 마취제 같은 약이 갖는 잠재적 부작용이 너무 커 자칫 호흡 장애나 심장마비, 죽음에 이를 수 있다고 믿었다. 또한 설사 잠시 통증을 느낀다 해도 나중에 분명 그걸 기억하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다.
--- p..46, 「2장 ‘어린아이들은 통증을 기억하지 못한다?’」 중에서
주사에 대한 두려움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건 부모의 행동이었다. 예방접종을 앞두고 부모가 전전긍긍하면 아이는 예민해져 더 큰 통증을 경험했다. 반면에 부모가 감정 표현 없이 일정한 상태를 유지하고 통증 완화 방법을 쓰면 아이는 차분히 대처해 통증을 덜 느꼈다. 필라이 리델 박사는 이를 이렇게 요약한다. “부모의 행동은 강력한 영향력을 갖고 있어, 예방접종 전과 도중에 세심하게 돌보면 아이가 통증을 덜 느낄 수 있습니다.”
--- p..89, 「3장 ‘아야!’」 중에서
최근 들어 수술 도입 단계에서 아이들의 마음을 진정시켜주는 최선의 방법은 ‘관심을 딴 데로 돌리기’라는 게 입증되고 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수술 전에 아이에게 비디오게임을 하게 해주거나, 동영상을 보여주거나, 최면 기법을 사용하는 것이 모두 관심을 딴 데로 돌리는 데 효과가 있었다. 때론 이런 방법이 졸음을 유발하고 마음을 편하게 해주기 위해 수술 전에 투여하는 약만큼이나 아이를 진정시키는 데 효과가 있었다. 관심을 딴 데로 돌리는 방법은 그 효과가 오래 지속되기도 한다.
--- p..128, 「5장 ‘수술, 소소한 의료 행위, 병원 방문’」 중에서
우리는 모두 기능성 복통을 앓는 아이에게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 복통이 아이들의 학교 출석과 신체 기능에 미치는 영향에 관심을 기울여야 하고, 도움이 될 치료법을 추천해야 한다.
만성적인 기능성 복통을 완화하는 인지행동치료 역시 단기적인 복통을 줄이는 데 효과가 있다. 많은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인지행동치료는 아이들의 통증 관리 능력을 높이고 통증 영향을 줄여 일상적인 활동으로 되돌아가게 해주는 데도 효과가 있다.
--- p.164~165, 「6장 ‘배가 아파요’」 중에서
만성 두통은 대개 유전, 트라우마, 호르몬 변동, 감염, 환경 자극(특정 음식 또는 햇빛)에 대한 노출, 생활습관(수면 부족 또는 탈수) 등 많은 요인의 누적으로 생기기 때문에 특히 더 괴로울 수 있다. 너무 많은 요인이 개입되기 때문에 두통의 원인은 사람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두통은 어떤 경우 부상이나 건강상의 다른 문제(뇌진탕, 시력 문제, 라임병, 부비동 문제 등)로 생긴다. 이때 두통은 보다 큰 문제를 야기할 수 있는 증상으로 봐야 한다. 두통은 잠재적 생활습관을 알아내고 관리하는 게 완화에 큰 도움이 되는 경우가 많다.
--- p.180, 「7장 ‘두통이 있을 때’」 중에서
부모가 계속 아이의 통증에 집착하면, (예를 들어 “괜찮니?”, “많이 아프니?”, “오늘은 통증이 좀 어떠니?” 같은 질문을 해대면서) 아이들은 대개 점점 더 많은 통증을 호소한다. 반면에 부모가 관심을 통증 외의 다른 것으로 돌리면, (예를 들어 같이 보드게임을 하든가 주말 계획에 관해 얘기하면서) 통증에 대한 아이들의 호소는 줄어든다. 그렇다고 부모가 아이의 통증을 가볍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통증에 시달리는 아이를 위해 부모가 할 수 있는 가장 큰 도움은 자신감을 키워주고, 아이에게 장애물을 헤쳐나갈 능력이 있다는 신호를 보내주는 것이다.
--- p.279, 「10장 ‘약물치료 외’」 중에서
만성 통증을 앓는 아이들은 오랫동안 사회적 낙인으로 고통받고 있다. 아이들은 의료진과 부모, 가족, 친구, 학교로부터 낙인이 찍혔다고 느낀다. 이는 결국 부적절한 치료와 우울증, 사회적 고립, 학업 부진 등 많은 부정적인 결과로 이어져, 가뜩이나 만성 통증에 시달리는 아이들을 더 힘들게 만든다. 사회적 낙인의 무게는 삶의 모든 분야에서 아이들을 짓누르고, 결국 아이들은 그 어떤 도전도 견디기 힘든 상태가 된다.
--- p.313, 「12장 ‘보이지 않는 통증의 부담’」 중에서
이러한 잘못된 믿음은 아이들에게 단기적인 것은 물론 장기적인 피해까지 준다. 어른이 아이의 통증을 알아채지 못하거나 적절히 관리하지 못할 경우, 아이는 고통받을 뿐 아니라 잘못된 통증 반응을 보일 수 있다. 까진 무릎 때문이든, 주삿바늘 때문이든, 외과 수술 때문이든 어린 시절에 통증 치료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신경계에 변화가 생겨 통증에 더 예민해지고 결국 만성 통증이 생길 가능성이 커진다.
--- p.341, 「에필로그 ‘악순환 끊기’」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