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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11월 17일
쪽수, 무게, 크기 400쪽 | 480g | 152*210*17mm
ISBN13 9788952247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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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은 끝나지 않아요. 전투에 승리한다고 해서 전쟁에 이기는 것도 아니고요. 우리가 산가브리엘레를 점령한다고 해서 뭐가 달라집니까? 오시면서 많은 산들을 보셨지요? 저걸 다 점령할 수 있겠어요? 한쪽이 그만둬야 해요. 누구나 전쟁은 끔찍이 싫어하잖아요. 우리처럼 기술이 있는 자건 무지렁이 농부건 마찬가지예요. 아무것도 깨닫지 못하고 깨달을 능력도 없는 바보 같은 자들이 나라를 좌지우지하고 있어요. 그놈들 때문에 전쟁이 있는 거예요.”
--- p.73

그녀는 밖으로 나갔다. 나는 그녀와 사랑에 빠질 생각이 추호도 없었다. 나는 그 누구와도 사랑에 빠지는 것을 원치 않았었다. 그런데 나는 이렇게 사랑에 빠져 밀라노의 어느 병원 병실에 누워있었다. 온갖 생각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지만 나는 사랑의 기적을 맛보고 있었으며 사랑의 경이감에 한껏 빠져 있었다.
--- p.119

나는 신성(神聖)이니 영광이니 희생이니 하는 공허한 표현들을 들으면 늘 당혹스러웠다. 우리는 고함 소리만 겨우 들릴 뿐 거의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빗속에 서서 그런 말들을 들었다. 또한 케케묵은 포고문 위에 덧씌워 놓은 포고문들에서 그런 표현들을 읽었다. 나는 신성한 것을 실제로 본 적이 없으며 영광스럽다고 말하는 것들에서는 조금도 영광을 느낄 수 없었다. 또한 희생이란 고깃덩어리를 땅속에 파묻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아무것도 없는 시카고의 도살장과도 같았다. 도저히 참고 들을 수 없는 단어들이 너무 많았으며 오로지 지명만이 위엄을 지니고 있을 뿐이었다. 숫자나 날짜들만이 지명과 함께 우리가 말할 수 있는 것이었으며 의미가 있는 것들이었다. 영광, 명예, 용기, 신성 따위의 추상적인 말들은 마을의 이름이나 도로 번호, 강 이름, 연대의 번호, 날짜들에 비하면 오히려 외설스러웠다.
--- p.219~220

불쌍한 어린 것. 제길, 나도 그렇게 질식했더라면 좋았을 것을. 나는 그러지 않았다. 그랬더라면 이런 죽음들을 겪지는 않았을 것을. 이제 캐서린도 죽을지 모른다. 바로 내가 저지른 짓이다. 나도 죽는다. 나는 죽음이 무엇인지 모른다. 배울 시간이 없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경기장 안에 내던져진 채 경기 규칙에 대해 듣는다. 그리고 마치 야구에서처럼 정해진 베이스를 벗어나는 순간 아웃시켜 버린다. 혹은 아이모처럼 아무 까닭 없이 죽인다. 혹은 리날디처럼 매독에 걸리게 만든다. 어쨌든 결국에는 우리를 죽인다. 그것만은 분명하다. 살아남는다 하더라도 결국에는 죽임을 당한다.
--- p.369~3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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