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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11월 17일
쪽수, 무게, 크기 160쪽 | 310g | 152*210*13mm
ISBN13 9788952247322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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놈이 선택한 건 온갖 덫과 올가미나 계략이 미치지 못하는 저 깊고 어두운 바닷속에 머물러 있는 거야. 내 선택은 그 어떤 사람도 갈 수 없는 곳까지 가서 놈을 찾아내는 거였고. 그래, 이 세상 그 누구도 갈 수 없는 곳까지 말이야. 그렇게 우리는 지금 만나서 함께 있게 된 거야. 정오부터 줄곧 함께 있었지. 우리 둘 다 아무도 도와주지 못하지.
--- p.57

물속의 고기 놈에게도 먹이를 줄 수 있으면 좋을 텐데. 저놈은 나와 형제간이니까, 라고 그는 생각했다.
--- p.67

노인은 바다 저 머나먼 곳을 바라보면서 자기가 얼마나 외따로 떨어져 있는지 깨달았다. 하지만 그의 눈앞에는 저 깊고 어두컴컴한 물속의 프리즘이 있었으며 곧바로 뻗어나간 낚싯줄, 잔잔한 바다에 일고 있는 야릇한 파동이 있었다. 무역풍이 불어오려는 조짐인 양 구름이 뭉게뭉게 피어오르고 있었다. 노인이 앞쪽을 바라보니 물오리 떼가 바다 위를 날아가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오리떼는 하늘에 또렷이 모습을 보였다가 잠시 모습을 감추더니 다시 모습을 드러내곤 했다. 그래, 바다에서는 그 누구도 외롭지 않아, 라고 그는 생각했다.
--- p.68~69

고기야, 네가 나를 죽이고 있구나, 라고 노인은 생각했다. 하긴 네게도 그럴 권리가 있지. 형제야, 너처럼 크고 아름다우며 너처럼 침착하고 고상한 놈은 이제껏 본 적이 없다. 자, 어서 와서 나를 죽여라. 누가 누구를 죽이든 아무 상관이 없다. (……) 이제 머리가 점점 몽롱해지는군, 이라고 그는 생각했다.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 해. 머리를 맑게하고 인간답게 고통을 이겨낼 줄 알아야 해. 아니면 고기답게, 라고 그는 생각했다.
--- p.105

노인은 살점을 뜯겨 몸에 손상을 입은 고기에게 더 이상 눈길을 주고 싶지 않았다. 고기가 공격을 받았을 때 노인은 자신이 공격을 받는 느낌이었다.
--- p.117

“하지만 인간은 패배하도록 생겨난 게 아니야.” 그가 말했다. “인간은 파멸할 수는 있어도 패배할 수는 없어.
--- p.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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