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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지와 왕국

[ 개정판 ] 알베르 카뮈 전집 개정판-04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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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11월 07일
쪽수, 무게, 크기 316쪽 | 352g | 128*200*30mm
ISBN13 9791159319150
ISBN10 1159319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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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득한 옛날부터 광막한 이 나라의 뼛속까지 헐벗긴 메마른 땅 위에서 가진 것은 아무것도 없으나 그 누구의 종 노릇도 하지 않는 어떤 사람들은, 이 기이한 왕국의 가난하지만 자유로운 주인들로서 지칠 줄 모르고 길을 걸었다. 자닌은 이러한 생각이 왜 이다지도 그녀를 감미롭고 드넓은 슬픔으로 채우는지, 그리하여 마침내는 눈을 감게 만드는지 그 까닭을 알 수가 없었다. 그녀는 다만 이 왕국이 원래부터 그녀에게 약속되어 있었지만, 어쩌면 이 덧없는 한순간, 돌연 정지된 하늘과 얼어붙은 빛의 물결을 향해 그녀가 다시 눈을 뜨고, 한편 아랍 마을에서 올라오던 목소리들이 문득 잠잠해지는 이 순간을 제외하고는, 영영 자기의 것은 되지 못하리라는 것을 알 수 있을 뿐이었다.
--- p.34

이 기나긴 이렇듯 기나긴 꿈, 나는 깨어나는 거다, 아니지, 곧 숨통이 끊어지려는 거다, 먼동이 튼다, 살아 있는 딴 사람들에게는 새벽 첫 햇살이고 낮이겠지만, 내게는 냉혹한 태양과 파리 떼. 누가 말하고 있는 것인가, 아무도 아니다, 하늘은 갈라지지 않는다, 아니지, 아니야, 신이 사막에서 말할 리 없다, 하지만 이 소리는 어디서 오는 것이냐.
--- p.76

오래전부터, 그는 시가 한쪽 끝에 있는 공장까지 가는 동안 바다 쪽을 바라보는 일은 다시 없게 되었던 것이다. 스무 살 먹었을 적엔 바다를 아무리 봐도 싫증나지 않았다. 그에게 바다는 해변에서 보내는 즐거운 주말의 약속이었다.
--- p.82

다뤼는 망설였다. 태양은 어느덧 하늘 위에 높이 떠올라서 그의 이마를 후벼파기 시작했다. 교사는 처음에는 어쩔 줄 몰라하다가 이내 결심을 한 듯 온 길을 되짚어갔다. 작은 언덕으로 다시 돌아왔을 때는 몸이 땀에 흠뻑 젖어 있었다. 그는 전속력으로 언덕을 올라가 헐떡거리며 정상에서 걸음을 멈췄다. 남쪽으로 바위들이 뒤덮인 곳은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그 윤곽이 뚜렷하게 보였지만, 동쪽에 있는 들판 위에는 열기로 인한 아지랑이가 벌써부터 아물거리고 있었다. 다뤼는 이 가벼운 안개 속에서 감옥으로 가는 길을 천천히 걸어가는 아랍인을 발견하고 가슴이 찢어지는 것만 같았다.
--- p.129

"별거 아닙니다." 왕진 온 의사가 잠시 후에 말했다. "일을 너무 많이 하시는군요. 일주일 후면 일어나실 겁니다." "정말 나을까요?" 일그러진 얼굴로 루이즈가 물었다. "나을 겁니다." 또 방에서는 라토가 화폭을 바라보고 있었다. 전체가 하얗게 비어 있는 화폭 한가운데 요나는 아주 작은 글씨로 단어 하나를 써놓았는데, 알아볼 수는 있었지만 과연 그것을 '솔리테르solitaire(고독)'라고 읽어야 할지 '솔리데르solidaire(연대)'라고 읽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 p.181

다라스트는 어둠 속에 서서 아무것도 보지 않은 채 귀를 기울였다. 물소리가 어떤 소용돌이치는 행복으로 그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 두 눈을 감은 채 그는 자기 스스로의 힘에 즐거운 마음으로 인사했다. 다시 한번 새로이 시작되는 삶에 인사를 보냈다. 바로 그 순간 몹시 가까운 듯싶은 곳에서 폭죽 터지는 소리가 났다. 요리사의 형이 동생과의 사이를 약간 벌리면서 다라스트를 향하여 고개를 돌리더니 그를 똑바로 쳐다보지는 않은 채 빈자리를 가리켰다. “이리 와서 우리와 함께 앉아.”
--- p.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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