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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으로 물들다 12  (리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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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으로 물들다 12  (리혜)
중고도서

빛으로 물들다 12 (리혜)

리혜 | 맑은샘 | 2017년 03월 28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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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7년 03월 28일
쪽수, 무게, 크기 456쪽 | 148*210*30mm
ISBN13 9791157781997

중고도서 소개

사용 흔적 약간 있으나, 대체적으로 손상 없는 상품
  •  판매자 :   yjo3248   평점5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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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이는 별을 볼 때가 제일 행복해 보여.”
수많은 별을 품은 미리내가 하늘과 땅을 빛으로 이어 주고 있었다. 그들이 걸어 나왔던 짙은 나무숲은 이제 완전히 어두워졌다. 어둠에 잠긴 산은 하늘의 찬란한 빛을 조용히 품어 주었고, 산보다 더 검은 강물의 속삭임은 별이 내리는 소리 같았다. 눈처럼 날리는 하얀 꽃잎이 우수수 흩어지며 향긋하게 옷자락에 스며들었다. 봄은 여물어 가고, 두 살 터울의 누이인 윤영潤瑛의 눈동자는 별빛으로 가득 찼다. 이제 막 피어나는 꽃송이처럼 하얗고 반짝이는 안개가 그녀를 감싸고 있는 것 같았다.

윤영은 하늘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작은 탄식과 함께 그대로 뒤로 몸을 눕혔다. 무영懋瑛도 그녀를 따라 뒤로 벌렁 누웠다. 남매는 나란히 누워서 짙어지는 별빛을 한동안 말없이 바라보았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볼 때와는 달랐다. 별은 마치 그들을 마주 보고 있는 것만 같았고 숨 쉴 때마다 점점 가까워지는 것 같았다. 무영은 팔베개를 했다. 손등에 닿는 풀의 느낌이 까끌까끌했다.
“우와… 금방이라도 쏟아질 것 같아.”
무영의 감탄에 윤영은 하늘로 숨을 살며시 불어넣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밤하늘을 향해 손을 뻗어 그들을 내려다보고 있는 수많은 별들을 어루만졌다. 까닭을 말할 수 없는 눈물이 흘러내렸다. 부디 어둠이 그녀의 눈물을 가려 주기를.
“죽을 때까지 절대로 닿을 수 없겠지 …그렇지만 말야, 난 바라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해… 그래. 그것으로 족한 거야.”
윤영이 속삭였다. 무영은 누이의 알쏭달쏭한 옆얼굴을 바라보았다. 누이의 시선은 여전히 하늘을 향해 있었다. 혼잣말인지 무영에게 하는 말인지 알 수 없었다. 반짝이는 무엇인가가 그녀의 눈가에서 흘러내린 것도 같았다. 누이는 별에 대해 말하는 것이었을까, 아니면 더 이상 펼칠 수 없는 그녀의 꿈에 대해 말하는 것이었을까. 가슴이 시렸다.

무영의 시선은 그녀와 같이 하늘을 향했다. 누이는 이렇게 기회를 잃고, 무영은 이렇게 원치 않는 길로 간다. 서로를 부러워하면서, 진짜 마음은 모른 채로.
‘나 대신 누이가 성균관成均館에 갔어야 했어.’
누이는 역법에 타고났다. 그가 이해하지 못한 복잡한 수식들을 누이는 단번에 이해했고, 그에게는 없는 열정이 그녀에게는 있었다. 무영은 늘 누이보다 조금 부족했다. 그랬기에 무영은 그의 성균관 입학이 마치 그녀의 자리를 빼앗은 것처럼 미안해졌다. 그녀를 남겨 두고 저 별하늘로 혼자만 날아오르는 것처럼. 아니, 누이에게서 떨어져 나가 영영 땅에 발을 딛지 못할 것처럼, 두려웠다.
“네가 정말 자랑스러워.”
동생의 복잡한 마음을 달래 주려는 것처럼 누이는 무영을 마주 보았다. 누이의 벅찬 자랑스러움이 고스란히 무영에게 느껴졌다. 도망쳐버리고 싶었던 그의 마음이 부끄러워졌다. 한편으로는 뿌듯해지는 것 같기도 했으며, 옅게 슬퍼지는 것도 같았다. 마치 하룻밤 사이에 소년에서 어른이 되어 버린 것처럼 어색한 여러 개의 마음이 공존하고 있었다.
‘누이의 말처럼, 그렇게 될 수 있을까’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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