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데이트! 오늘 밤 우리는 자유다! 닦아줘야 할 엉덩이도, 떠먹여줘야 할 입도 없는 오직 당신과 나만의 시간. “우리 밖에 나가자.” 내가 말했다. “발가벗고 빗속을 뛰어다니고, 기차에서 사랑을 나누고, 뭐든 하자.” 하지만 우리는 그러지 않았다. 대신 휴대폰에 저장된 우리 아이들 사진을 보다가 잠이 들었다.
---「에밀리제인 클라크, 허망한 밤 데이트」중에서
61세의 아버지가 알츠하이머병에 걸린 사실을 알았을 때, 우리는 편의점에 가서 제일 두꺼운 단어장을 샀다. “아버지가 어릴 때 살았던 마을은 어디에요?”... “앨라배마주 유니언 스프링스”... “첫 키스는 누구랑 했어요?” “아만다.” 그렇게 4년이 지나고, 나는 아버지를 치매 요양시설로 보낼 준비를 하면서 아버지의 책상을 정리했다... 서랍을 열자, 그 안에서 더 많은 단어장이 나왔다. 거기에는 모두 똑같은 단어가 쓰여 있었다. 바로 내 이름이었다.
---「드루 해슨, 나를 잊지 않기 위해」중에서
그는 다른 누군가를 사귀고 있었다. 나는 먼저 문자를 보낸 적이 한 번도 없었다. 그는 내 여동생을 만나는 자리에 나타나지 않았다. 나는 전 남자친구와 계속 연락하고 있었다. 우리는 ‘누가 누가 더 관심이 없나?’ 게임에 빠져 있었다. 그 게임의 승자는 나였다. 하지만 결국 내가 졌다.
---「캐럴라인 쿨리그, 누가 누가 더 관심이 없나」중에서
냉장고 안에는 다진 셀러리와 깍둑썰기한 감자. 조리대 위에는 물 한 병과 말린 콩이 가득 든 슬로 쿠커. 뚜껑에는 전문 요리사인 남편이 요리에 전혀 소질 없는 내게 남긴 작은 쪽지 하나. “정오가 되면 (1)물을 붓는다. (2)채소를 넣는다. (3)잘 저어준다. (4)전원을 켠다. (5)이제 끝.” ... 조리 4단계에서 5단계로 넘어가는 중에 문득 깨달았다. 부부 사이의 사랑은 결코 거창한 표현만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때로 그 사랑은 배우자가 맛있는 수프 한 그릇을 만들 수 있도록 돕는 간단한 조리법에 담겨 있다.
---「미건 프라티엘로, 사랑이 담긴 조리법」중에서
후지산 등반 여정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험난했다... 제프는 울어서 흐릿해진 내 눈을 들여다보며 말했다. “헬리콥터가 와서 우리를 구조하게 하려면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카드 포인트가 얼마나 많이 필요할까?” 그 말에 우리 둘 다 웃음과 눈물을 동시에 터뜨렸다. 그가 손을 내밀어 나를 일으켜 세웠고, 나는 몸에 묻은 먼지를 털어냈다. 우리는 맑은 날에도 궂은 날에도, 앞으로 계속 나아가기 위해 손 내미는 사람이 되기도 하고 끌어 올려줘야 하는 사람이 되기도 하면서, 매일 인생의 오르막과 내리막을, 우리의 산을 넘는다.
---「캐리 퍼거슨, 후지산 오르기」중에서
과거에 내가 가졌던 것: 깔끔한 이력서. 자유분방한 연애. 멋진 헤어스타일. 월급. 나 이외의 타인에 대한 철저한 무관심. 멀쩡한 회음부. 아이 양육에 대한 확고한 의견. 자율 조절되는 체온. 회사에 금요일 재택근무 규정이 없는데도 그날 ‘재택근무’를 하는 워킹맘을 향한 은근한 경멸... 지금 내가 가진 것: 갓난아기.
---「레슬리 포스터, 지금 내가 가진 것」중에서
엄마는 내게 인연이란 신발과 같다고 말했다. “아무리 예쁜 신발도, 네가 아무리 사랑하는 신발도 발에 맞지 않으면 한 걸음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고통스러운 법이란다. 그 고통을 아는 사람은 세상에 너밖에 없어.” 8년간 사귄 남자친구와의 관계로 힘들었지만, 그때 나는 엄마의 말을 무시했다. 하지만 남자친구가 바람을 피우고 나서 그제야 엄마가 했던 말의 진정한 의미를 깨달았다. 이제 더 이상 그 사람도 상대방 여자도 미워하지 않는다. 나는 신발을 벗었고 지금 자유롭다.
---「칼린 추, 인연은 신발 같은 것」중에서
일대일 개인 운동 수업이 처음 잡힌 날은 4년간 사귄 남자친구와 헤어지고 나서 24시간이 채 되지 않았을 때였다... 나는 트레이너가 당기고 밀고 들고 잡고 움직이라고 시키는 운동 강도에 멈칫했다. 그는 말했다. “스스로 생각하는 것보다 본인은 훨씬 더 강해요.” 그 말을 듣고 눈물이 났다. 4주가 지나고, 내 허약한 팔뚝으로 난생처음 턱걸이에 성공한 순간... 나는 전혀 다른 의미의 눈물을 흘렸다... 그는 내게 스스로 마음을 추스르고 힘을 기르는 법을 가르쳐주었다.
---「매릴린 바카로, 근력 운동」중에서
중환자실에서 크리스마스이브를 맞았다. 남편은 아무 반응이 없는 상태였다. 나는 남편의 침대에 엎드려 깜빡 잠이 들었다. 일어났을 땐 크리스마스 날 새벽 2시였다. 임종이 가까워졌다는 느낌에 두려웠다. 남편의 손을 어루만지며 말했다. “이렇게 춥고 어두운 시간에 나 혼자 집에 가기 싫어. 날이 밝을 때까지만이라도 기다려줄래?” 나는 침대 위로 올라가 그의 곁에 누웠다. 우리의 영혼이 맞닿았다... 해가 떠올랐고 남편은 마지막 숨을 거뒀다. 남편이 준 마지막 선물은 햇살이었다.
---「캐시 릭타이그 마코프스키, 아침이 올 때까지 기다린 남편」중에서
내가 80대에 데이트를 하게 될 줄은 몰랐다. 나보다 훨씬 나이가 많은 내 남자친구는 90세를 바라보고 있다. 토요일 밤이면 우리는 햄버거와 맥주를 먹고, SNL(Saturday Night Live 미국의 TV 코미디 쇼)을 보고, 같은 침대에서 잠이 든다. 함께 있지 않을 때는 전화 통화를 하고, 둘 중 한 사람이 아프기라도 하면 걱정을 한다. 영원할 줄 알았던 젊은 시절보다 걱정거리가 더 많다... 우리는 결혼할 계획도, 동거할 계획도, 집을 사거나 아이를 가질 계획도 없다. 내일도 이 세상에 함께 살아 있기를 바라는 것 말고는 미래를 생각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지금 이 순간이다. 그걸로 충분하다.
---「필리스 라파엘, 내 남자친구는 아흔 살」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