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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타리

: 정신병원의 속 이야기

리뷰 총점8.4 리뷰 10건 | 판매지수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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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11월 26일
쪽수, 무게, 크기 356쪽 | 152*225*30mm
ISBN13 9791169570992
ISBN10 11695709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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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직이는 환자는 보지 못했다. 철망 너머로 밖을 보거나 햇빛을 받으며 베란다에 앉아 있거나 방을 차지한 모습들만 흔하게 들어왔다. 사실 운동을 위한 그런 시설이 없어 좁은 공간에서 걷는 게 전부라 해야겠으나 그것도 하지 않았다. 먹고, 자고, 화장실 다녀오고, TV를 보는 게 움직임의 전부라는 걸 알게 했다. 배불뚝이 같은 불룩한 모습이 흔해 자신을 챙기지 않는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내세울 거 없는 이들이 환자로 들어와 불쌍함을 키워놓기도 했다. 정신을 되돌릴 뚜렷한 약이 없다는 걸 알았다. 일시적으로 감소시키거나 중단시킬 뿐인 치료가 전부라 평생을 붙잡힌 채로 살아야 하고, 이 아이도 벗어나지 못하고 결국에는 중독이라는 덫에 걸릴 게 뻔했다. 누구의 슬픔인지는 굳이 말하고 싶지 않았다. 남자는 설사를 멎게 하듯 효과 빠른 그런 걸 희망해 놓기도 했다.”

“둘이서 취한 자를 이동시키려면 몸싸움이 벌어지고 힘을 잃기도 했다. 원무과 직원이 거들어주기는 하지만 영 신통찮았다. 묶이지 않으려는 발버둥을 감당하기가 벅찼다. 결박의 지시가 내려오면 피하지도 못했다. 느긋한 맘으로 현관문을 들어섰다. 소란만 없다면 잠시 쉬다가 내려올 수도 있겠다는 여유를 맞기도 했다. 의사가 도착하지 않아 시간도 넉넉할 거로 봤다. 질서는 보이지 않았다. 묶인 이는 쉼 없이 알아듣기 힘든 말들을 쏟아냈다.”

“이틀 쉬는 동안 새로운 환자가 들어왔다. 보호사는 덩치도 크고, 힘도 엄청나고, 다루기가 힘들 거 같다는 푸념을 뱉어냈다. 강제퇴원 당한 자를 받으면 여기는 어쩌냐는 불만도 터트렸다. 설명은 중단되지 않았다. 주사도 효과 없어 간밤에도 여섯 대나 맞았다. 일 층 보호사와 둘은 이때도 힘을 다 써서 죽 늘어져버렸다. 환자는 열 시가 넘어 들어와서는 자정을 넘어서까지 버텨냈다.”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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