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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11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228쪽 | 248g | 128*188*20mm
ISBN13 9791186198810
ISBN10 1186198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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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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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이 그림을 어떡하누!” 노화백의 마음은 칡넝쿨처럼 어지러웠다. 이 그림을 도저히 아내로 볼 수는 없지 않은가. 그렇다고 아내를 그리려고 들었던 붓으로 그냥 딴 여자를 그리기에 노화백의 양심은 너무나 곧았다. 허나 솔직히 말하자면 그는 샘처럼 맑고 정기 있는 순경의 눈을 보자 홀연 새로운 창조의 정열이 부쩍 솟아올랐다. 이대로 그려 나간다면 확실히 새로운 무엇을 창조할 수 있을 것만 같았으나 그러나 그는 지하의 아내의 영(靈)을 짓밟고 싶지는 않았다. 물론 예술을 이해해 주던 아내이긴 하였지만 그렇다고 아내를 그리려던 붓으로 어떻게 딴 여자를……. 노화백은 자기의 흥분을 순경에게 보이지 않으려고 넋없이 팔레트에 조색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고요한 화실에 팔레트 나이프 놀리는 소리는 노화백의 감정, 그것과 마찬가지로 너무나 거칠게 울렸다.
--- p.36

동경과 금단! 그럴 법한 제호였다. 순경이가 노화백에게는 ‘금단’의 구역이라면, 승조에게는 틀림없는 ‘동경’의 세계가 아닐 것이냐? 노화백이 순경을 청교도의 태도로 대하지 않을 수 없듯이 승조는 그를 몽상의 맘씨로 바라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성격 차이일까?’ 노화백은 속살로 그렇게 궁리해 보다가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성격의 소치가 아니라 나이의 관계다.’ 노화백은 이렇게 믿었다. 칠십 넘은 늙은이와 삼십 전의 젊은 혈기! 역시 예술도 나이를 초월할 수는 없는 모양이라고 알자 노화백은 속절없이 마음이 서글펐다. 무어 순경을 빼앗긴 듯한 질투심에서가 아니라 ‘정열을 잃어버린 예술가’란 의미에서였다. 대체 정열을 잃어버린 예술가도 예술가일 수 있을까?
--- p.64

“아부지, 승조 씨 성격이 어때요?” “승조 군의 성격? 좀 내약허지. 대같이 곧은 사람이지만 선이 좀 약하지.”
“순경 언닌요?” “찬 사람이지! 차구 말구. 무서운 사람이니라.” (중략)
“그러나 넌 승조 군을 참맘으로 사랑하냐?”
노화백은 강박한 질문이었으나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영옥은 수줍은 듯이 고개를 주억거릴 뿐이다.
“그럼, 그만 아니냐? 너만 사랑한다면 그만 아니냐. 참으로 사랑한다면 질투 같은 더러운 감정을 일으켜서는 안 되느니라. 사랑이란 줄 것이지 받을 것은 아니어든! 그러니까 참으로 사랑만 한다면 그건 벌써 행복이지 그 이상 무엇을 바랄드냐! 그 이상 바라는 건 욕심이지 사랑은 아니어든―”
노화백은 이렇게 타이르는 것이었으나 그러나 그것은 영옥에게 들리기 위해서보다도 차라리 제 자신을 경계하는 말에 지나지 않았다.
--- p.124

그때 공교롭게도 영옥은 학교에서 돌아오는 길에 화신에 들러 이 층 화장품부에서 물건을 고르고 있었다. 이틀 앞둔 여름방학을 이용하여 약혼한다는 동무에게 프레센트 하려고 화장품을 고르고 있던 영옥은 우연히도 고개를 돌렸다가 문득 에스카레타 위에 순경을 발견하자 “순경 언니!” 하고 쪼르르 몇 발걸음 그쪽으로 달려가며 불렀으나 그 소리는 사위의 소음 속에 부서져 내리고 말았다. 그래 영옥도 막 에스카레타에 발을 올려놓으려 하며 위층을 쳐다보니 에스카레타에서 내리는 순경의 뒤에 뜻하지 않았던 승조가 따라 내리므로 영옥은 문득 발부리 앞에서 뱀이라도 발견한 듯이 호독히 놀라 뒷발질을 치며 “아!” 하고 소릴 질렀다. ‘승조 씨! 승조 씨다! 틀림없는 승조와 순경이다.’
--- p.135

차가 광화문 네거리에서 머뭇거리자 “한강― 한강으루―” 창건은 지체 않고 운전수에게 명령하였다. 천재에 일우인 이 기회에 영옥을 아예 앗아 버리자는 창건의 심산이었다. 한강이라는 말에 영옥은 발작적으로 고개를 번쩍 들었으나 ‘한강……. 승조와 순경이가 나갔다는 한강― 흥! 내 그 꼴 좀 봐 줄걸!’ 영옥은 이렇게 속살로 부르짖고 나니 어째 갑자기 창건이가 사내답게 믿음직스러워서 영옥은 커브의 동요에 휩쓸리는 척 몸 전체를 창건의 어깨에 떠맡기며 가만한 한숨을 깨물어 버렸다. 간 곳마다 지체받고 업신여김받은 이 몸뚱어리를 반가이 맞아 줄 사람은 역시 창건이밖에 없을 성싶었던 것이다.
--- p.169

그리하여 영옥이가 무아경의 짙은 꿈에서 소스라쳐 깨어났을 때에는 보트는 이미 강심(江心)에 뜬 채 물결을 따라 너울거리고 있고 창건은 노 잡은 손을 쉰 채 유들유들하고 검측스러운 눈시울로 영옥을 마주 보고 있었다. “아!” 영옥은 악몽에서 솟아난 듯 저로 돌아오자 입속으로 부르짖으며 상류를 올려다보았으나 인도는 까마득히 멀어 안개 낀 바닷가에 넘나드는 갈매기처럼 아련하게 가물거릴 뿐이었다. 영옥은 비로소 옆에 앉은 사내가 승조가 아니고 창건이라고 알자 두려운 고독이 뼈에 사무쳐 공포에 찬 눈치로 창건을 돌아보려니 창건은 벌름 웃고 나서 “왜? 두려워?” 하고 말투부터가 육지의 세계에서보다는 동뜨게 능글맞다. 영옥에게는 창건의 웃음이 지금처럼 유들유들해 보인 적은 없었다. “저리로 올라가요.” 영옥은 떨리는 목소리로 야무지게 말했다. 그러나 그 음성에는 애원의 색조가 다분히 섞여 있었다. 육지 먼 바다 위의 꿀렁거리는 보트에 몸을 의탁한 그 한 가지 사실만도 무섭고 두렵고 한데, 육지의 세계에서는 양같이 온순하던 창건이가 강 위에서는 이렇게도 사나운 표범으로 변하였다고 알자 영옥은 두려움이 뼈에 사무쳤던 것이다.
--- p.175

‘왜 저러실까……?’ 순경은 두려웠다. 저 태도가 무엇을 의미하는가를 모르는 바 아니었고 알기 때문에 더욱 노화백이 두려운 그였다. “승조 군과 함께 뚝섬에?” 할 적에 비상히 놀라시던 그 눈―그 눈에는 질투의 빛이 얼마나 번개 치듯 하였던가. 노화백이 두려운 게 아니라 금방이라도 그의 입에서 튀어나올 듯싶은 ‘고백’이 무서웠던 것이다. ‘모델 노릇을 하기가 잘못이었지.’ 순경은 이런 후회까지 해 본다. ‘어떡하면 질식할 이 장면을 고스란히 헤어날 수 있을까?’ 노화백도 마음의 상처를 받지 않고, 순경 자신도 신앙으로 구원을 얻을 수 있는 방도는 없을까? 순경은 고요히 눈을 감고 ‘주여! 광야에 헤매는 이 불쌍한 양을 구원하여 주소서’ 하고 간절한 기도를 올렸다. 순경은 이때처럼 신을 알뜰히 믿은 적은 일찍이 없었던 것이다.
--- p.191

“시체? 그럼 영옥이가 죽었소? 아니, 영옥이가 죽었단 말이오?”
비로소 노화백은 숙였던 얼굴을 번쩍 들어 놀람에 찬 눈으로 의사를 힐문하듯 쳐다본다. 노화백은 정말 영옥이가 잠든 줄로만 알았던 것인가? 혹은 ‘시체’라는 말에 새삼스럽게 죽음을 인식한 것인가?
“…….”
급박하고도 어이없는 질문에 의사는 잠시 아연히 서 있었고 방 안의 모든 사람도 의사와 마찬가지로 노화백의 정신 상태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의사, 그럼 영옥이가 죽었단 말이오?” “매우 슬픈 일입니다만 소생할 가능은 끊어졌습니다.” 하고 의사가 차디차게 대답하자 “영옥이가 죽어? 죽다니 웬 말이냐? 죽다니! 영옥이가 죽다니……!” 하고 엄청나게 웅장한 목소리로 곱씹어 부르짖는 노화백의 전신이 와들와들 떨린다고 보는 순간 그는 몇 발걸음 뒤로 비칠비칠하다가 ‘탕!’ 하고 뒤로 반듯이 나자빠지는 것이었다.
“아앗! 선생님! 선생님!”
--- p.1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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