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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애틀도 아닌데 잠 못 드는 밤

: 창작동인 울

사유악부 시인선-03이동
김승강 등저 | 사유악부 | 2023년 11월 30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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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11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128쪽 | 128*188*20mm
ISBN13 9791198530714
ISBN10 1198530715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우리는 늦은 점심을 먹으러 길가 식당으로 들어갔다 음식이 나오기 전 아내는 주위를 살피면서 내 몸에서 계분 냄새가 난다고 했다 방금까지 우리는 양계장에 있었으므로 당연한 일이었다 계분은 식물이 뿌리를 땅속 깊이 내릴 수 있도록 도와주지 그 식물을 우리가 먹고 살지 계분이 키운 식물로 만든 반찬이 나왔다 아내는 반찬에서도 계분 냄새가 난다고 했다 아내와 달리 나는 계분 냄새가 고마웠고 계분냄새가 나는 반찬은 맛있었다 양계장은 길 끝에 있었다 일주일에 한 번 거대한 사료 차가 사료를 싣고 산을 힘겹게 올라왔다 닭들은 선 채로 밥을 먹고 선 채로 알을 낳고 선 채로 똥을 쌌다 또 일주일에 한 번 계란 차가 도둑처럼 가볍게 올라와 알을 싣고 무겁게 내려갔다 우리는 양계장에서 나오는 계분을 받아 먼 강가의 우엉밭에 넘겼다 나는 우엉이 깊이 뿌리를 내리며 자라는 강마을이 좋았지만 아내는 씻은 내 몸 아래 누워서도 내 몸에서 계분 냄새가 난다고 했다
---「김승강, 길 끝에는 양계장이 있었다」중에서

아버지는 한 장 줄기로 뻗어 있다 뼈는 점점 가늘어지는 숨 가쁜 잠투성이였다 뼈의 잠을 일깨우려 입에 풍이 들었다 달각달각 저 혼자 그토록 공기를 저작하였다 허공에 미세한 눈꺼풀을 심었다 잡초의 시선이 구부려졌다 풀린 줄기가 들려 흔들렸고 입가의 바람으로 풀이 죽었다 언제 내려가나 흐릿한 말이 콩팥에서 나와 이슬처럼 흘러내렸다 내려가야 했다 비가 듣고 있었다 나는 계속 듣고 있었다 한 장의 종이처럼 펄럭이는 저 가벼운 가운 같은 기운 깊은 잠을 자지 않기 위해 허공에 눈꺼풀을 자꾸 심는 아버지 마침내 한풀 꺾인 아버지에게서 모든 바람이 풀리고 팔 같은 풀 줄기도 완전히 누웠다 차가운 손목을 잡았을 때 입술에서 말씨가 얼어붙고 덩어리 말을 비어내듯 말똥을 쌌다 유언流言이 가슴을 지나 항문에서 흘러나왔다 살아 있는 것은 소문이 아니라고, 숨에서 꽃이 피었다 꽃이 공기를 떠났다
---「정남식, 저 혼자 이토록」중에서

풀잎처럼 순하디순한 긴 생머리 여자가
청사과 한 입 베 물고 바람결에 흔들린다
만지면 시들 것만 같아 앙가슴만 부풀고

눈에서 눈빛으로 전송하는 이모티콘처럼
하늘거린 풀꽃 향기로 건너가 안고 싶다
눈물이 마를 때까지 통기타 노래 들려주며

슬픔이 천둥 같아 두려움에 떠는 날이면
더 세게 고함쳐서 당신으로 태어나리
별처럼 떠도는 시간 속에 피워올린 연꽃처럼
---「임성구, 맑은 사랑의 시간」중에서

하얀 식탁보를 깔고 잔을 놓았다, 그리고
아무 일 없었다

바위에 부딪히는 파도를 보고 있다 물보라에 놀란 새들, 날아올라 물고기 대신 술병 주위를 날아다닌다 노을이 조각조각 빛나는 물결, 그 가려움을 바라본다 박박 긁지 못하는 생은 그래서 더욱 가렵다 피부에 옴을 꽃피우던 사람처럼 허벅지 가려울 때 비로소, 거기 허벅지가 있음을 알아챈다 서천에 놓인 술병, 자잘한 꽃무늬 원피스의 여자가 병마개를 열었다 크고 작은 날개들 날아오른다 술잔 하나가 날개를 펴고 식탁에서 떨어진다 박살난 하루를 쓸어 담는 여자, 붉다
---「이주언, 배롱나무」중에서

청할수록 명료해지는 잠의 뒤를 쫓는다 문틈까지 건너와 따르는 낮은 음역의 풀벌레 입김도 불면과 한 편이다 도심의 8층 창 아래 옛 시절의 파수병같이 선 참나무 한 그루 갈참 굴참 졸참 떡갈 신갈 상수리 넓적한 바람소리 곧잘 올려 보내는 녀석의 진짜 이름과 도토리묵같이 슴슴하고도 느슨한 떫은맛에까지 마실 가 보는 캄캄한 뜬 눈의 밤은 한 허리 베어다 니불 아래 묻을 까닭도 없는 기나긴 밤이다 역무원 처자는 겨우 갓, 빛나는 갓, 스물여덟을 살아내는 중이었다는데 퍼렇게 벼린 치뜬 마음을 받아주지 않아 주검이 되었단다 人面의 한 種 세상에 퍼뜨리는 자여 제발, 오리발도 아니고 불발도 아니고 씨발도 아닌, 우발偶發이라는 역한 발 내밀지 마라 댕강 부러뜨려 불구덩이 쑤셔 넣어라 섬뜩한 미행에 너절한 사랑 타령도 입히지 마라 허락받지 못했다면 몇 수레 미사여구를 바쳐도 칼잡이에 지나지 않는다 스물여덟을 사는 딸아이, 굴참이거나 졸참이거나 제가 열매인 한 그루 참나무로 산다 뒤뚱뒤뚱 모래알 집처럼 버석거리는 발바닥을 견딘 지 몇 달째, 주삿바늘이 발꿈치에 박힐 때마다 내 몸속 모든 숨, 비상벨처럼 뭉쳐서 붉게 정지한다 시애틀도 아닌데 시와 愛와 틀린 것들의 세상 번갈아 잠 못 드는 밤 돌아눕지 못하는 심정까지 풀벌레 흘러들어 울다 말다 하는 밤 한 번도 간 적 없는 시애틀*도 아닌데 구뷔구뷔 잠 못 드는 밤을 홀로 펴는 쓰라린 격발의 밤

*영화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에서 차용
---「박은형, 시애틀도 아닌데 잠 못 드는 밤」중에서

섬망의 나무에서 새 같은 사람이 추락하자 새가 울었다. 미리 저승을 한 바퀴 돌고 온 검은 울음. 그녀는 짐짓 모른 척 국화 속에서 웃고 있다. 삶을 적출한 미소는 무심의 영원 같아서 혼절한 꽃잎 위에 하얗게 새의 형상이 피어났다. 열나흘 달빛 끌고 온 새 같은 사람이 울고. 그 울음은 새 같은 사람에게만 전염이 됐다. 슬픔의 소주잔이 너무 작아서 그새 울음이 울음을 딛고 올랐다. 새 다리 젓가락 다리 울음의 오지를 돼지비계로 틀어막았다. 오지 없는 생 모퉁이 없는 생은 저승 밖의 일. 인간이란 탄원서를 울음으로 디밀어도 연기되는 울음뿐. 어깻죽지 다 젖도록 새 같은 사람이 새의 형상으로 울고 있다.
---「김명희, 새 같은 사람」중에서

권력자의 눈을 보다 신문을 덮고
귀가하는 길

공평보다 불공평이 더 좋다는 말을 오늘은 주워 들었다

눈알의 왼쪽 부분: 2분의 1
눈썹 부분: 8분의 1

여기서, 세상의 다른 곳에서 분수가 시작되고

누군가에 의해 다친 눈만큼
누군가의 눈을 똑같이 다치게 할 수 있을까

지폐에 새긴 거대 피라미드 꼭대기의 외눈 말이야
이 외눈에서 튀어 나가는 신세계 질서

벽은 촉각을 상징한다
부엌은 미각을 상징한다
창문은 생각을 상징한다

나는 이렇게 믿는다고 결정했는데

창을 열고 밤 우주를 올려다보면

완벽한 전체를 얻긴 어렵다

경사면을 부수며 기우는 달의 눈

눈의 흉터는 볼 수 없다

*호루스의 눈: 고대 이집트의 신격화된 파라오가 가진 왕권의 보호를 상징하는 문양
---「서연우, 호루스의 눈*」중에서

신비의 계절이 하나 있지
오래 다가가도 당도할 수 없는

벌레들 다급히 우는 소리로 가을이 오고
호박잎 고구마 순 순순히 주저앉는 빛깔로 가을이 가는데

네 소리와 빛깔, 네 냄새를 보존한 채
나를 맴돌며 떠나질 않는

계절 밖의 계절이 하나 있지
너를 감금한 채 오지도 가지도 않는

알곡 같은 농부들 땀 냄새로 가을이 와서
한로 상강 이름으로 쳐내야 할 것들 쳐내며 가을이 가는데

한평생 안고 뒹굴어야 하는
내가 못내 궁금한 계절이 하나 있지

쌀쌀맞은 바람으로 오지 못하고
쓰러져 누운 들판의 얼굴로 가지 못하는
---「최석균, 너의 계절」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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