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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는 철문을 넘지 못한다 (큰글자책)

바다는 철문을 넘지 못한다 (큰글자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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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는 철문을 넘지 못한다
[도서] 바다는 철문을 넘지 못한다
윤은주 저 학이사(이상사)
10% 11,700
바다는 철문을 넘지 못한다

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11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208쪽 | 188*257*20mm
ISBN13 9791158544515
ISBN10 1158544510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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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의 파문으로 가닿기를

글을 쓰는 일은 가뭇없이 사라질 것들을 붙잡으려는 몸부림 같은 것이었다. 연못에 떨어진 물방울이 작은 파문을 일으키듯 그렇게 내 삶의 순간에 와닿았던 의미들이 기록으로 남았으니 적어도 그 순간들은 찰나의 소멸에서 생명을 얻었다.
우리 생에 찾아왔던 2020년은 가혹하고 길었으나 이 또한 과거의 시간이 되었다. 긴 터널 끝 희미한 빛을 느낀다. 그 빛이 점점 선명해져서 우리 앞에 새로운 일상들이 시작되리라. 그 시작에 봄처럼 노란 표지의 나의 책이 독자들에게도 공감의 파문으로 가닿기를 바라는 마음 크다.
--- 「머리말」 중에서

라디오에서 아득하게 잊고 있던 곳의 소식을 들었다. ‘진해 흑백다방’, 이제는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한 그곳에서 피아니스트인 고 유택열 화백 따님이 피아노 연주회를 연다고 했다. 흑백다방이라는 이름을 듣는 순간 기억의 한 자락이 수묵화처럼 아득히 번져간다.
90년대 초반, 벌써 30여 년이 지난 아득했던 그 시절, 나는 잠시 방송국 작가 생활을 했다. 주 1회, 프로 야구 중계와 겹치면 결방이 되기 일쑤였지만 우리 지역에서 활동하는 작가들의 작품 세계를 알리고 시청자들과 공유하는 그 프로그램에 한 편 한 편 공을 들였다. 지금이야 지역에서 활동하는 작가들의 분야도 다양해졌지만 당시 우리 경남지역 작가들은 미술 분야에서 절대 다수를 차지했다. 작가들의 작업을 통해 미완성의 그림들이 완성되어 가는 것과 그림 속에 숨은 이야기를 풀어서 알아가는 과정에서 꽤 재미가 있었다.
화가들의 작업실에 가면 유독 눈에 띄는 이미지가 있게 마련이다. 유난히 대작을 그리는 작가들의 작업실은 그림보다 엄청난 크기의 캔버스가 사람을 압도하고, 추상화가의 작업실에서는 왠지 모를 난해함이 느껴진다. 그런데 유택열 화백의 작업실에서 나를 붙든 것은 그림이 아니라 붓글로 쓴 시 한 구절이었다.
“새벽닭이 울 때마다 보고 싶었다.”
온통 어지러운 작업실 한 기둥에 붓으로 쓴 서정주 시 「부활」의 한 구절이 붙어 있었다. 서정주 시인을 좋아해 자주 접했던 시였는데 어쩐지 내가 알던 그 시가 아닌 듯했다. 새벽닭이 울 때마다 보고 싶은 마음은 얼마만큼의 깊이일까? 나는 그 아득한 그리움을 헤아려보다 포기해야 했다. 그저 보고 싶은, 그리운, 이런 수식어로는 알 수 없는 무엇이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어느새 유 화백의 화실을 가득 메운 추상화들을 그리움이란 단어와 연관하여 살펴보고 있었다. 마음으로는 혹시 예술가의 자유분방한 생활 속에 늦게 찾아온 사랑하는 여인이라도 있는 것은 아닐까, 달콤한 상상을 하면서 살펴보니 흑백 위주로 동양화풍으로 그린 화백의 그림들에 그리움의 이미지가 그럴듯하게 들어맞는 것도 같았다.
취재가 끝나갈 무렵 누가 그렇게 그리우냐고 여쭈었다. 한참을 망설이던 노화백은 짧게 나에게 고향이 어디냐고 물으셨다. 그 말 뒤 한참 뜸을 들이시더니 “나는 실향민이야. 북쪽이 고향이지.”라고 했다.
고향에 두고 온 수많은 그리운 것들, 정자나무, 우물가의 정담, 구수한 밥 냄새, 고향 뒷산의 완만한 등성이와 계절의 우수들. 그리고 그 어떤 것보다 더 그리운 사람들…. 노화백을 새벽마다 닭 울음처럼 깨운 것은 바로 두고 온 것들에 대한 사무치는 그리움이었다. 그것은 세상에 존재하는 하고많은 그리움 중 가장 절실하고 안타까운 그런 마음이었다. 내가 가진 감정의 깊이를 다 합해도 그 심연에는 도달하지 못할 것 같았다. 새벽마다 그리움으로 잠이 깬 유택열 화백은 풀지 못할 그리움을 가슴에 응어리처럼 안고 살다 세상을 떠났다. 고인의 부고를 들었을 때도 “새벽닭이 울 때마다 보고 싶었다.”라는 말이 유언처럼 내 마음에 떠올랐다.
--- p.120~122, 「흔적, 새벽닭이 울 때마다」 중에서

돌아가신 친정아버지의 직업은 사진사였다. 엄마와 결혼 당시는 사진사가 지금의 컴퓨터 프로그래머만큼이나 첨단의 직업이었던 모양이다. 하지만 세상은 빠르게 변해갔다. 개인 카메라가 보급되면서 사진사라는 아버지의 직업은 속절없이 낡고 말았다.
그러다 보니 여섯 남매의 맏이인 언니는 많은 희생을 강요당해야 했다. 언니는 초등학교 시절부터 그림 대회에 나갔다 하면 상을 휩쓸었다. 게다가 시골 중학교 출신으로 마산 제일여고 학생회 간부까지 할 만큼 통솔력이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재주가 아니라 형편이었다. 동생들을 위해 언니는 대학을 포기했고 열아홉 살의 어린 나이부터 직장 생활을 하며 어린 나를 책임져야 했다.
언니와 함께 자취를 하던 때의 일이다. 마침 월급날이었는데 언니가 퇴근길에 강도를 만났다. 칼을 들이대며 돈 내놓으라는 그 강도에게 언니는 겁도 없이 ‘오늘 월급날이어서 돈은 있는데 이 돈 다 주고 나면 동생과 한 달 동안 굶어야 한다’고 매달렸던 모양이다. 결국 강도는 월급 중 5만 원만 내놓으라고 했다 한다. 그 돈을 빼앗긴 언니는 두려움보다 한 달을 어떻게 살지 더 걱정했다. 이런 사정도 모르고 나는 샴푸랑 치약 좀 좋은 것 쓰자며 철없이 조르곤 했다.
형부와 9년여의 열렬한 연애 끝에 결혼을 한 언니의 결혼식에서 축시를 읽으며 나는 그 시간들이 생각나서, 열아홉 살 때의 어렸던 언니에게 미안해서 참 서럽게 많이 울었다.
--- p.142~143, 「모든, 언니를 위하여」 중에서

하루가 저물었다. 이른 저녁 하늘에 성근 별이 돋고 사람들은 종종걸음으로 집에 돌아가고 있다. 하루의 끝에 저토록 맹렬히, 고픈 배와 허기진 삶을 안고 달려갈 집이 있다는 것은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퇴근길의 차량들은 모천으로 회귀하는 연어들 같다. 시인 안도현은 연어라는 말에서 강물 냄새가 난다고 했다. 연어들이 간절히 돌아가고 싶은 곳의 냄새가 그 이름에서 난다면 사람이라는 말에서는 집의 냄새가 날까? 밥이 끓으며 나는 구수한 냄새가 사람에게서 그대로 느껴지면 좋겠다. 잘 마른 빨래의 햇빛 냄새, 엄마의 품속 푸근한 그 냄새가 사람에게서 났으면 한다. 우리들이 궁극적으로 연어의 강물처럼 그리는 곳은 바로 집이니 말이다.
--- p.162~163, 「모든, 화해의 저녁」 중에서

한때 시집 『약해지지 마』가 독서계에 때 아닌 시집 읽기 열풍을 몰고 왔었다. 이 책은 시바타 도요라는 일본 할머니 작가가 100살이 가까운 나이에 자신의 장례식에 쓰려고 모아둔 돈 100만 엔으로 출판하였는데, 여러 나라 말로 번역되어 150만 부가 넘게 팔렸다.
실버 세대를 대상으로 책과 글로 소통하는 힐링 도서관 ‘은빛 행복 책 읽기’의 첫 수업은 이 시집으로 시작되었다. 첫 만남의 어색한 분위기는 시를 소리 높여 읽으며 어느새 누그러졌다. 시 낭송하기를 마무리한 뒤 지나온 삶의 가장 행복했던 순간을 떠올려보며 시를 쓰시도록 했다. 평생 처음으로 시라는 것을 써본다며 난감해하시는 수강생들께 100세 할머니도 하시는 일을 70~80대 젊은이들이 못 하겠느냐고 독려했더니 다들 추억과 시심에 빠져 멋진 시 한 편씩을 지으셨다.
어린 시절에 마을 어른들 모아놓고 연극 공연을 할 때 객석에서 지켜봐 주시던 아버지에 대한 고마움과 든든함, 초등학교 시절 저녁이 늦도록 학교 운동장에서 놀다가 바라본 하늘에 돋아났던 초승달의 추억, 어머니와 손잡고 걸었던 솔밭의 솔 내음, 어리고 약해 늘 못 미더웠던 아들이 어느 날 친구들의 딱지를 모조리 따서 서랍에 넣어둔 것을 보고 느꼈던 뿌듯함까지 추억의 창고에서 먼지를 뒤집어쓰고 묵혀지던 기억들이 지금의 일인 듯 되살아나 한 편의 시로 완성되었다.
평생에 처음으로, 중학교 시절 이후 몇십 년 만에 써본다는 시들은 생생하고 감동적이었다. 몸은 늙어가도 마음과 추억은 여전히 총천연색 화려함 그대로였다. 힘들게 쓴 시의 가장 좋은 독자는 말할 것도 없이 시를 쓴 작가 자신과 기억 속의 주인공들일 터였다.
--- p.189~190, 「기억, 은빛 행복 책 읽기」 중에서

한 여자가 글을 읽으며 운다. 억지로 참아보지만 눈물은 그녀의 인내를 집요하게 뚫는다. 좁은 틈새를 침범하는 바람처럼, 작은 구멍으로 쏟아지는 물줄기처럼 비집고 나오는 눈물이 여자를 점령한다. 어눌한 발음이나마 힘이 있던 목소리는 흐려지고 이내 알아들을 수 없다. 슬픔은 전염된다. 함께 있던 사람의 울음이 여자의 울음 위에 더해진다. 눈물이 쏟아져도 그녀는 읽기를 멈추지 않는다. 마치 글 속에서 자신을 울렸던 사람, 그 상황에 맞서는 전사처럼 끝까지 읽어낸다. 글의 내용이 흐려져 온전히 알아들을 수 없다. 하지만 그게 뭐 대수겠는가. 한바탕의 울음 끝에 마음이 말가니 가라앉을 수만 있다면.
성폭행 피해자, 그것도 지적 장애여성들을 대상으로 한 글쓰기 수업이라니. 도대체 그들에게 무엇을 어떻게 가르칠지 막막했지만 강의는 수락했다. 무슨 말로건 힘이 되고 싶다는 마음과 그들이야말로 가장 배움을 필요로 하리라는 생각이 반반씩이었다.
수업을 약속하고 도서관으로 달려가서 관련되는 여러 권의 책을 빌렸다. 책을 통해 지적 장애 여성들의 현실과 그들에게 다가오는 검은 손의 정체, 성폭행 피해 이후 여성들의 짓밟힌 자존감과 망가진 삶을 꼼꼼하고 자세히 살폈다. 다른 강의를 준비할 때보다 훨씬 시간이 많이 걸렸다. 하지만 먼저 특수한 상황의 수강생을 이해해야만 그나마 수업이 가능할 것 같았다. 책만으로 부족해서 담당 실무자들을 만나 수강생의 특성과 지적 수준 정도를 묻고 방향을 정했다.
강의장에 가니 20명, 40개의 눈동자가 나를 주목했다. 나이도 장애 등급도 갖가지, 공통점보다 차이점이 더 많아 보이는 사람들이었다.
--- p.199~200, 「기억, 울음과 웃음을 보태며」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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