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문을 걸어 잠그지 말라고 벌써 수천 번도 더 말했을 텐데? 한 번만 더 이런 일이 있으면, 크게 혼날 줄 알아. 내 말 알아들었어?” 그녀는 간신히 고개만 끄덕였다. “왜 아직 옷을 벗지 않았어? 잠자려고 한 줄 알았는데.” “지금 막 벗으려던 참이었어요.” 그녀는 시선을 내리뜬 채 작은 소리로 대답했다. “그러면 얘야, 어서 벗어라.” 그는 갑자기 다정하게 말하며 손으로 그녀의 얼굴을 어루만졌다. “네가 정말로 잠자리에 드는지 곁에서 지켜볼 생각이야. 자, 어서 옷을 벗으렴.” 그는 침대에 걸터앉았다.---p.10
“그런데,” 율리아가 운을 떼고는 혀로 입술을 핥았다. “다들 주장하는 대로 로젠츠바이크가 정말 슈퍼맨이었다면, 왜 누군가가 인슐린에 독을 탔을까요?” “뒤랑 형사의 직감이 오늘은 뭐라고 말합니까?” 프랑크가 씩 웃으며 물었다. 율리아도 씩 웃으며 대답했다. “내 직감도 말하길, 칭송도 거짓말이고 슈퍼맨도 거짓말이래요. 로젠츠바이크에게는 그 누군가가 꼭 제거해야 한다고 생각한 까만 얼룩, 그것도 어쩌면 아주 크고 새까만 얼룩이 있었을 거라는데요.”---p.75
그는 그녀를 바라보며 들릴 듯 말 듯 속삭였다. “내가 왜 이러지? 숨 막힐 것처럼 이상해. 무슨 일이지?” 그녀는 책상에 앉은 채로 몸을 돌렸다. 담배 연기를 깊이 빨아들여서 그를 향해 내뿜었다. 눈빛이 차갑고 냉혹했다. (중략) 이마에 굵은 땀방울이 맺혔고, 그는 끔찍한 두려움에 휩싸였다. 이제껏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공포가 덮쳤다. 몸의 기능이 거의 완전히 마비되었다. 15분 후, 그는 의식을 잃었다. ---p.181
마침내 율리아는 벌떡 일어났으며 수화기 너머에서 말하고 소리치고 애원하는 사람이 누구인지 깨달았다. 그녀는 몸을 부들부들 떨며 전화기에 대고 외쳤다. “여보세요, 여보세요!” 하지만 전화선 다른 편 끝에서는 그냥 수화기를 내려놓았다. 율리아는 단번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목이 바싹 타들어 갔다. 맙소사, 그녀는 생각했다. 이게 사실일 리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