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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걸 왜 이제 얘기해

그걸 왜 이제 얘기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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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12월 01일
쪽수, 무게, 크기 280쪽 | 115*185*20mm
ISBN13 9791198240330
ISBN10 1198240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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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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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난 철학적 사유가 있는 산문도 아니고 가벼운 직업 수필에 지나지 않지만 한 문장 한 문장 머리를 뜯으며 쓰기 시작한 이후다. 문학이나 작문 공부도 하지 않은 블로거 나부랭이, 아무나 출간 작가라는 댓글이 보이는 듯한 착각에 자다가도 눈이 번쩍 떠진다. 나의 불안한 마음을 남편에게 얘기한다. “댓글을 걱정할 정도로 벌써 다 쓴 거야?” 그가 묻는다. “아니, 아직 열 페이지도 안 썼어.” 남편은 배 아프기도 전에 똥 닦을 걱정을 한다는, 더럽고 이상하지만 적절한 비유를 내놓는다.
--- p.42~43

세진에게는 놀림을 당해도 머리를 쥐어박혀도 기분이 안 나쁘고 재밌기만 한 미스터리에 대해서 생각한다. 어떤 사람을 마냥 좋아하는 힘은 무엇일까, 그 비밀을 알면 베스트셀러 작가가 될 수 있을 텐데, 하고 생각한다. 세진과 팔짱을 끼고 걷다가 더워져서 손깍지를 한다. 가끔은 세진과 연애하고 있다는 기분이 든다.
--- p.48~49

습관적으로 쇼핑몰 링크를 세진에게 보낼까 하다가 손이 멈춘다. 쇼핑 정보를 공유하면 매번 네 덕분에 싸게 산다며 좋아했는데 요샌 아무것도 알려주고 싶지 않다. 아무래도 나만 알기에는 아까워 또 다른 나의 친구인 미영에게 링크를 전달하지만, 곧 그 결정을 후회한다. 금방 날아온 미영의 답장. “난 인터넷 상품은 못 믿겠더라. 싼 게 비지떡이란 말도 있잖니.” 우리 집은 비지떡으로 찜도 해 먹고, 탕도 끓여 먹는다고 받아칠까 하다가 그만둔다. 세상이 너무 외롭다.
--- p.101

안경원 사장님이 렌즈를 만드는 동안 가게를 둘러보다가 구석에 새로 생긴 수납장을 발견한다. 변진섭, 양수경, 김현철 등 나도 좋아했던 옛날 레코드판이 몇백 장쯤 꽂혀있어 반가운 마음에 입꼬리가 올라간다. “레코드판 진짜 오랜만에 봐요.” 아는 척을 했더니 사장님이 슬픈 표정으로 말한다. “어릴 때부터 모은 건데 마누라가 미니멀인지 뭔지 한다고 다 버린대서 가게로 가져왔어요. 좀 있으면 저도 버릴지 몰라요.” 어디서 들어본 소리인데 하며 남편을 봤더니 거의 눈물을 흘릴 듯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고 있다. 설마 산 사람을 버리겠어요, 라고 말하려던 뒷말은 삼킨다.
--- p.172~173

초고가 거의 완성되어 간다. 내 글 구려 병이 도져 출판사 대표에게 전화한다. “글이 아름답지도 않고 얕은데 어떡하죠?” 나의 자격지심에 대표가 말한다. “깊고 아름다운 글만 글인가요. 평범하고 편한 이야기도 가치가 있지요. 작가님 쓰고 싶은 대로 쓰시면 돼요.” 나를 위로하는 말은 분명한데 어쩐지 부아가 돋는다.
--- p.173

“죽으면 얼어붙은 땅속에 백 년을 누워있거나 삼백도 불가마에서 잿더미가 되도록 타버릴 텐데. 사는 동안만이라도 따뜻하고 시원하게 살자. 보일러 좀 올려.”
--- p.2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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