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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위한 시간들

나를 위한 시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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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11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283쪽 | 148*210*20mm
ISBN13 9788959595839
ISBN10 8959595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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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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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밖에 슬그머니 나타난 고라니 엄마가 새끼 두 마리를 데리고 나타나 부끄러운 고갯짓으로 서로의 사랑을 뽐내고, 옆집 물오리는 잔디밭을 헤집으며 한참 동안 수다를 떨다 자리를 비웠다. 조용히 다가와 시선에 머물렀던 그들의 다정함과 따뜻함을 가슴에 떠올리며 내가 세상에 태어나 어머니가 나를 처음 안아주었던 순간을 생각해 본다.

그 순간을 정확히 기억할 순 없어도 그때의 그 편안함과 따뜻함, 어루만짐의 감촉과 처음으로 한 걸음을 떼었을 때, 나의 발끝에 머물렀던 다정한 시선과 애처로운 마음으로 나를 얼싸 안아주며 기뻐하던 모습은 영혼 깊은 곳에 각인되어 결코 잊을 수 없다. 기억하지 못하지만 기억과 함께했던 사랑의 냄새와 목소리는 지금도 여전히 나의 무의식을 지배하고 있다.

누군가의 꿈이 만들어낸 우리의 존재, 그래서 우리는 내가 했던 수많은 일도 기억하지 못하기에 기억 이전에 받았던 누군가의 꿈을 잊지 못하고 있다. 결코 잊지 못할 꿈들을 가지고 있기에 그저 행복해서 눈물 나는 기억 저편의 감촉을 느끼고 싶어 한다.
---「기억 저편의 감촉」중에서

종지나물, 긴병꽃풀, 솜방망이, 애기나리, 각시붓꽃
침묵에 대한 믿음 속에서 나는 꽃으로 피어나지 못했다
모두가 사랑으로 피어나지 못했어도 기다림 때문에
죽을 수 있다는 것은 슬프지만 아름답다
기다림의 미학이다

파란 잉크를 똑똑 떨어뜨린 종지나물, 자색 꽃이 되어 피었다
입술을 뾰족이 내민 긴병꽃풀, 연분홍색 꽃이 되어 피었다
여린 솜털을 매달고 나온 솜방망이, 노란색 꽃이 되어 피었다
달개비 떡잎을 가진 애기나리, 하얀색 꽃이 되어 피었다
붓에 먹물을 머금은 각시붓꽃, 보라색 꽃이 되어 피었다
기다림의 미학이다

똑같은 기다림으로 피어나지 못한 꽃들에게
슬프지만 아름답다고 위로의 말을 전해 주는 꽃들이
꿈결 같은 비상을 이루며 창공을 날아오른다
화려하게 예쁘다, 존경의 맘이다

〈이하 생략〉
---「기다림의 미학」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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