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기본 지향은 사회연대경제를 옹호하려는 정치적 접근도, 경영방법을 위한 도구적 접근도 아니다. 무엇보다 분석 전반은 두 가지 핵심가설을 둘러싸고 연결되는데, 하나는 제3섹터의 조직과 그 역동성은 온전히 경제학적인 것이어서 경제학의 정당한 연구대상이 된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경제학 스스로도 다른 사회과학의 목소리를 듣고 이들과 대화를 나눌 때에만 사회연대경제와 같은 대상을 온전히 다룰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이 책은 무엇보다 사회경제학적 접근에 기반하고 있다.
--- p.11
왜 사회연대경제를 측정해야 하는가? 그 첫 번째 이유는 측정이 공권력과 대중에게 인정받는 핵심 수단이기 때문이다. 수치가 중시되는 오늘날 사회에서 집계되지 않는 것은 고려되지도 않는다. 측정의 필요성을 뒷받침하는 두 번째 이유는 사회연대경제가 무엇인지를 분명히 확인하는 데 기여한다는 것이다. 사회연대경제를 측정한다는 것은 무엇보다 그 영역을 경계 짓는 것이며, 적절하게 선택된 기준들에 따라 어떤 조직이 사회연대경제에 속하고 어떤 조직은 빠지게 되는지를 결정하는 것이다.
--- p.18
위성계정은 경제적이거나(관광, 농업, 환경 등) 사회정책적인(보건, 사회보장, 교육 등) 관심 분야에 대한 정보를 모아 놓는 유연한 틀이다. 위성계정은 국민지출이나 부가가치와 같은 몇몇 합계 정보만을 보여주는 국민계정의 중심 틀보다 훨씬 유연하고 상세한 틀이다. 마치 하나의 위성처럼, 이 계정은 중심 계정의 주위를 회전하지만, 동시에 마치 현미경처럼 국민계정의 중심 틀에서는 보이지 않는 실체를 확대시켜준다.
--- p.49
어소시에이션에 대한 이러한 신고전주의적 접근방식은 국가와 시장, 어소시에이션 등 각 주체를 서열화하는 방식이다. 즉, 국가는 시장이 실패할 경우에만 개입할 수 있고, 어소시에이션은 국가와 시장이 동시에 실패할 경우에만 자신의 자리를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듯 어소시에이션에 대한 ‘보완론’은 국가와 시민사회를 대척점에 두는 시각을 낳았으며, 둘 사이의 상호작용과 같은 조절의 관점에서 보지 않았다.
--- p.69
이러한 도구들은 다 시장과 기업, 효율성과 효과성을 중요시하는 해결책을 통하여 사회의 미래에 대한 질문에 답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이러한 이념은 불평등 문제의 심각성을 방기하고, 공익과 연대를 위해 행정당국은 더 이상 중심적인 역할을 하지 않는다는 것을 드러낸다. 우리가 앞서 강조했듯이 이러한 이념은 서비스 제공자의 법적 지위는 고려하지 않고 단지 제공된 서비스만 고려할 뿐이다. 이러한 상황이 정상 상태가 되면 영리부문은 성장하고 어소시에이션들은 점차 무너질 것이다.
--- p.99
이상의 다양한 논의들은 리스크를 간과하지 않으면서 특정한 재화와 서비스 생산을 위해 이용자, 기부자, 직원, 민간단체, 공권력, 전문가와 같은 다양한 이해당사자들이 소유권을 공유하는 파트너 기반 소유의 채택에 대한 관심을 보여준다. 최근 새로운 법적 지위들은 이해당사자들의 다양성과 연결된다. 특히 이탈리아 사회적협동조합 지위와 프랑스 공익협동조합 지위가 대표적이다. 이 지위들은 서로 다른 이해당사자들의 이해관계를 더 잘 고려하기 위해 다양한 내부그룹의 구성(공익협동조합의 경우 자원활동가, 이용자, 직원, 설립자, 공권력 등)을 규정하고 있다.
--- p.124
위에서 살펴보았듯이 조직과 주변환경의 변화라는 맥락에서 사회연대경제 조직 내부의 지배구조 문제가 중심에 놓인다고 할 때, 사회연대경제 조직에서 민주적 이상을 추구하는 것은 이러한 문제를 넘어서는 것이다. 프로젝트의 사회적 목적 추구 보장을 미션으로 하는 임원, 자원활동가, 직원들은 조직의 프로젝트와 그것이 추구하는 사회정의와 연대라는 가치를 방어하기 위해 조직의 틀을 넘어서서 보다 광범위한 정치적 역할을 담당한다. 이 장에서 살펴본 사회연대경제 조직 지배구조의 형태 변화는 점점 더 경쟁적이고 특히 재무경영 분야에서 점점 더 규제에 의해 제약되는 환경 속에서 자신의 정치적 프로젝트를 발전시키려는 사회연대경제 조직의 능력에 대해 과제를 던지고 있다.
--- p.150
사회연대경제 평가에 대한 현재적 쟁점들을 이해하기 위해, 첫 번째 절에서는 경제활동 평가 형태에 대한 사회경제적 변동의 영향, 특히 서비스 활동의 증가에 대해 심도 있게 살펴볼 것이다. 두 번째 절에서는 프랑스의 사례로부터 몇 가지 제안을 도출하고, 일반론적 수준에서 사회연대경제 평가에 관련한 성찰이 공적 행동 방식의 변화와 사회적 유용성 개념의 등장이라는 맥락에서 어떻게 위치하고 있는지를 보여줄 것이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 절에서는 사회연대경제의 사회적 유용성 평가에 관련된 다양한 형태와 이용되는 방법론들이 내포하고 있는 민주주의 관련 쟁점들에 대해 살펴보겠다.
--- p.158
인증과 라벨을 이용하는 도구들에 관련하여, 규제 담당자들이 사회연대경제 프로젝트 자체와 민주적 작동 방식이 아닌 그 결과물에만 관심을 기울인다고 비판받는다. “진정으로 민주적인 사회연대경제를 위한 호소문”은 “논쟁의 여지가 있는 효율과 유용성을 명목으로 사회연대경제를 인증하려는 시도는, 실제로는 사회연대경제 주체들을 고분고분한 사업수행자로 전환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보다 일반적으로 (라벨을 붙이는 것은) 인적 결사체로서의 조직 지위를 약화시키고, 사회연대경제의 정신과 반대로 규범화된 사회적 질서를 수립하는 데 기여한다.”고 쓰고 있다. 호소문의 저자들에 따르면, 사회연대경제는 이러한 방식으로 공공정책에 길들여지고, 통제와 인증, 라벨을 부여받는 수행자가 되기 위해 민주적 토론에 참여하는 사회운동의 차원을 상실하게 된다.
--- p.194
이상에서 서술한 접근법은 사회혁신을 (공공, 시장, 시민) 논리의 혼합에서 생겨나고, 사람들이 자신의 문제를 해결할 능력을 이미 갖추고 있는 것으로 여기는 기술적 비전을 발전시켜 왔다. 반면 사회적 불평등과 같은 사회문제 기원과의 관계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는다. 기업가정신(‘자선 자본주의’)과 리스크(자선 벤처) 같은 개념의 사용 및 효율과 결과의 극대화에 대한 기대에서 볼 수 있듯이, 금융계의 규범 논리가 자선의 영역으로 옮겨가고 있다. 이러한 접근에 대한 비판이 없는 것은 아니다. 특히 빈곤과 배제에 대응하는 행동이라는 명분 아래, 기부자와 수혜자 사이의 불평등 관계를 유지하고, 사회적 불평등의 원천에 대한 투쟁에는 침묵하는 “자선적 성격의 연대”라고 비판받는다.
--- p.210
우리에게는 사회혁신을 전환, 특히 발전모델에 대해 문제를 삼고 나아가 생태적 전환을 목표로 하는 대전환과의 관계에서 설명하는 데 있어서 불가피한 것으로 보인다. 이를 통해 사회적경제에서의 사회혁신에 대한 연구는 혁신에 대한 일반이론을 발전시키는 데 기여할 수도 있다. 이러한 과정이 없다면, 사회혁신에 대한 분석은 사회적경제에 대한 이론화 및 분석에 별다른 기여를 하지 못한 채, 단순히 유행하는 개념으로서 사회적경제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에 그치고 말 수도 있을 것이다.
--- p.2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