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트에 업로드된 동영상이 하키스틱 패턴으로 성장한다는 설명을 들은 밀러는 곧장 적절한 금액대를 약 5억 5,000만 달러(7,150억 원)로 설정하고 행동에 돌입했다. 그리고 2006년 1월 타임워너 이사회에 유튜브 매입을 제안했다. “꺼지라고 하던데요.” 밀러가 말했다. 당시 유튜브는 불법 동영상의 온상이라는 평판에도 불구하고 유튜브 매입을 성사시키는 데 혈안이 돼 있던 그는 몇 달 후 다시 한 번 이사회에 제안서를 가져갔다. “그때는 모두가 유튜브를 고소할 생각뿐이었어요. 나는 고소하지 말고 매입하자. 우리가 거기서 최고의 콘텐츠를 제공하면 승산이 있다고 호소했죠.” 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여전히 ‘안 돼’였다.
--- p.125, 「4장 피의 결혼식」중에서
그가 5층 회의실의 DVD 플레이어에 조용히 디스크를 삽입한 뒤 플레이 버튼을 누르자 〈위기의 주부들〉의 출연진 에바 롱고리아, 테리 해처, 펠리시티 허프먼이 나타났다. “내가 ‘빈스, 저건 최종회잖아요’라고 말하자 그가 이렇게 답했죠. ‘네, 방송이 나가고 15분 만에 온라인에서 다운로드할 수 있었어요.’” 몇 년 후 스위니가 회상했다. “산통 다 깨졌죠…. 시청자 규모를 정확히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완전히 뒤통수 맞았어요. 훨씬 많은 사람이 우리 작품을 봤지만 그만한 보상을 받지 못했고 그렇다고 광고주들에게 ‘이봐요, 사실우리에겐 1,000만 명의 시청자가 더 있어요’라고 말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으니까요.” 몇 달 후, 잡스는 끝없이 추락하는 음악 산업 임원들을 만나 그랬던 것처럼 온라인 불법 복제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했다. 심지어 버뱅크로 날아와 아이팟으로 직접 동영상 재생을 시연하기도 했다.
--- p.138, 「5장 하던 대로만 해서는 안 된다는 걸 알고 있었죠」중에서
하지만 이는 희망사항에 지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월스트리트저널〉의 한 기사는 겉으로는 그럴듯해 보이는 프로페셔널한 업무 관계가 스트레스로 파열을 일으켰다고 폭로했다. 휘트먼은 캐천버그가 자신을 무시하는데다 CEO는 커녕 부하 직원처럼 대하는 독재자라고 묘사했다. 기사에는 심지어 그녀가 그만두겠다는 협박까지 했다고 적혀 있었다. 문화 충돌은 퀴비 초기부터 명백했다. 한 임원은 할리우드 문화에 익숙한 캐천버그가 사무실과 비서 등 보여지는 것에 지나치게 집착하면서 가식 없고 소박한 실리콘밸리 감성의 휘트먼에게 반감을 일으켰다고 회상했다.
--- p.189, 「7장 한 입 거리 퀵바이트」중에서
배우 커뮤니티에는 애플이 프로젝트에 과도하게 관여하며 피드백을 제공한다는 명목으로 대본 지적도 남발한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일각에서는 이렇게 지나친 간섭이 일부 출연자들을 내모는 한이 있어도 세련되고 고도로 선별된 제품을 생산해야 한다는 강박에서 비롯된 것으로 해석했다. 넷플릭스 〈하우스 오브 카드〉의 자문 및 총괄 프로듀서로 활동했던 전직 정치 전략가 제이 카슨은 “창작 문화 차이”로 인해 〈더 모닝쇼〉에서 하차했다. 작가 겸 프로듀서 브라이언 풀러는 스티븐 스필버그의 〈어메이징 스토리〉를 준비하던 중 견해차로 충돌하면서 그만뒀다. 그는 해당 시리즈를 넷플릭스의 〈블랙 미러〉와 비슷한 부류로 해석한 반면 앰블린텔레비전과 애플은 가족친화적 프로그램을 원했다고 〈버라이어티〉가 보도했다. “TV 프로그램 하나에 이렇게 많은 지적이 쏟아진 적이 없어요.” 한 프로그램 관계자의 말이다.
--- p.285, 「13장 여러분도 마음에 드실 거예요」중에서
2021년 개봉 예정인 워너브라더스의 모든 영화를 극장과 HBO맥스에서 동시 공개하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이 파격적인 “팝콘 프로젝트”에포함된 17편의 목록에는 〈매트릭스〉신작, 〈수어사이드 스쿼드〉와 〈스페이스 잼〉, 〈듄〉과 〈톰과 제리〉 새로운 버전, 린 마누엘 미란다의 뮤지컬을 원작으로 하는 〈인 더 하이츠〉, 그리고 괴수 영화 〈고질라 vs. 콩〉 등이 포함돼 있었고 모두 〈원더우먼1984〉의 개봉 방식을 따른다는 내용이었다. 그야말로 지옥문을 여는 발표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사전 공지가 부족해 혼란이 가중된 측면도 있었다. 워너미디어는 계획이 새어나갈 것을 우려해 출연진이나 제작 파트너에게도 이 계획을 알리지 않았던 것이다.
--- p.431, 「20장 격변하는 모든 것」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