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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일 블루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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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12월 15일
쪽수, 무게, 크기 664쪽 | 834g | 140*210*35mm
ISBN13 9791170950912
ISBN10 1170950914

카드 뉴스로 보는 책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뭐, 그는 그런 식으로 상상력이 풍부했다. 말하자면 기상천외했다. 나로 말할 것 같으면 항상 형이상학보다 사실을 선호한다. 적절하고 냉철하며 담백한 사실, 하루치 양식. 따라서 사실과 추론이 이 이야기의 근간을 이룰 것이다. 그것들이 내 삶의 근간을 이루었듯이.
--- p.16

알아 두면 좋은 것이, 심문의 원칙은 일반적인 대화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일반적인 대화에서는 얘기를 하는 쪽이 아니라 얘기를 하지 않는 쪽이 주도권을 잡는다.
--- p.24

우스꽝스러운 가죽 모자 밖으로 검은 머리 두 가닥이 삐져나와 눈과 선명한 대조를 이루었다. 적갈색이 섞인 회색 눈은 얼굴에 비해 너무 컸다. 치아는 그와 반대로, 야만족 족장이 거는 목걸이에서 볼 수 있음 직하게 작고 정교했다. 나뭇가지처럼 비쩍 마른 그에게 잘 어울리는 섬세한 치아였다. 전체적으로 가냘픈 그의 체형 중에 이마만 예외라 모자로도 가려지지 않았다. 핏기 없이 큼지막한 이마가 아나콘다의 목에 걸려서 내려가지 않는 먹이처럼 모자 밖으로 불룩 튀어나와 있었다.
--- p.94

“나는 시를 접할 기회가 별로 없어서 말일세.”
“당연하죠. 선생님은 미국 분이시잖습니까.”
“그럼 자네는 어느 나라 사람인가, 포 군?”
“저는 예술가죠. 그러니까 무국적이라는 말씀입니다.”
--- p.108

나는 한 남자의 비밀을 파헤치려면 학교 여선생님 앞에서 오줌을 쌌던 여섯 살 때로, 아니면 자신의 은밀한 부위에 맨 처음 손이 닿았던 때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엄청난 치욕을 향해 우리를 몰고 간 사소한 치욕의 현장으로 말이다.
--- p.166

나는 악을 쓰며 울어 대던 핏덩이를 맨 처음 품에 안았던 그날부터 그 아이를 잃어 가고 있었고, 결국에는 그 아이를 잃지 않도록 막을 방법이 없었다. 사랑으로도 못 막았다. 어떤 것으로도 되지 않았다.
--- p.180

“어제 그 아이의 어머니와 아버지가 아주 사적인 대화를 나누던 도중에 나를 맞닥뜨렸거든요. 그랬더니, 아, 유치한 소리처럼 들릴지 모르겠지만 무슨 죄를 지은 사람처럼 굴더라고요.”
“모든 집마다 죄가 있죠.”
--- p.265~266

나는 누구나 내면에는 가장 추악한 귀퉁이일망정 남들에게 드러내고 싶어 하는 마음이 존재한다고 믿는다. 그렇지 않고서야―나만 해도 그렇다―종이에 굳이 기록을 남기는 이유가 어디 있을까?
--- p.323

우리는 마치 바로 옆방에 세 들어 사는 두 명의 나이 많은 독신남 같았다. 남은 가산으로 지내며 이런저런 것들을 두고 끝없이 사색하는, 천진한 미치광이. 나는 이런 사람을 책 속에서만 접했기에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자 포와 내가 어떤 책을 쓰고 있는 건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언제까지 계속 이어질까?
--- p.377~378

“따님은 돌아올 거예요. 저는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일종의… 자기장 같은 걸 만든다고 믿거든요. 그러니까 그들이 아무리 멀리 떠났더라도, 우리의 인력을 아무리 거부하더라도 결국에는 우리 곁으로 돌아오게 되어 있어요. 어쩔 수 없이, 달이 지구의 궤도를 돌지 않을 수 없는 것처럼.”
--- p.382

“아, 그래도 범죄는 여전할 테니 걱정할 것 없습니다. 베네치아에는 범죄가 차고 넘치는데, 그마저도 시적이고 열정적이죠! 미국 범죄는 모두 해부학인데.”
--- p.384

나는 내 얼굴 위에서 너울대는 빛과 그림자를 느끼고 왜 빛이 그림자보다 따뜻하지 않은지 궁금해하며 방 안을 빙글빙글 돌았다. 하지만 사실 결론을 내린 참이었다.
--- p.441

딱 하나만 맹세하겠습니다. 다시는 질투나 자존심으로 선생님과의 우정에 금이 가게 하지 않겠다고요. 정말 소중한 선물이거든요. 이 지긋지긋한 곳으로 온 뒤에 리의 사랑 다음으로 값진 선물이었죠.” 이것이 바로 친절을 베푼 대가로군. 나는 생각했다. 나에게서 그를 떼어 내려면 그의 어머니가 쓴 시를 비평하는 것보다 훨씬 못된 짓을 저질러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용서받을 수 없는 짓을 찾아야 했다.
--- p.445~446

축하해. 나는 생각했다. 다시 한번 실패한 것을.
--- p.460

가끔 그럴 때가 있다. 어떤 사람이 말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그 위로 그가 아닌 제삼자의 목소리가 들리면서 그 제삼자가 아주 오래전에 이 사람을 상대로, 지금 이 사람이 하고 있는 말을 철퇴처럼 휘두른 적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때가. 그러면 이보다 더 정확하고 이보다 더 끔찍한 가족의 유산은 없겠다는 걸 깨닫게 되지만, 이 모든 걸 알면서도 여전히 그 말이 싫고 그 말을 하는 사람이 싫다.
--- p.535

인간의 약점을 옆에서 지켜보는 것이 가끔 힘겨울 때도 있다. 내 경험상 대부분의 부패는 그것에서부터 비롯된다. 약점. 강점으로 그걸 감추려는 시도.
--- p.563

사… 랑… 해. 우리 각자가 자신을 향해 한 말이라고 생각할 수 있었으니 리 마퀴스가 어떤 여자였는지 알려 주는 대목이라 하겠다.
--- p.597

나는 당장 그의 귀에 대고 으르렁거렸다.
“그래도 이것이 시의 가장 장엄한 주제라고 할 텐가?”
그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눈으로 나를 쳐다봤다. 나는 딱딱거렸다.
“아리따운 여인의 죽음. 지금도 그것이 시의 가장 숭고한 주제라고 생각하느냔 말이지.”
“네.”
--- p.598

‘모두에게 이유가 있다(Tout le monde a raison).’ 그렇게 근사한 문구는 처음이었다고 해야 할지, 그렇게 끔찍한 문구는 처음이었다고 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 p.655

시간은 우리 생각과 다르게 단단하게 고정돼 있는 것이 아니라 말랑말랑하고 쭈글쭈글하며 엄청난 압력이 가해지면 접혀서… 몇 세대를 건너뛴 사람들이 한데 뭉뚱그려져 같은 땅에 서고 같은 공기를 마시게 되니 ‘산’ 사람과 ‘죽은’ 사람을 논하는 것이 더 이상 의미가 없어진다. 어느 누구도 완전히 살았다고 또는 완전히 죽었다고 할 수 없으니 말이다.
--- p.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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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름 끼치게 재밌다!”
- 『뉴욕 타임스』
“역작. 마지막 장을 덮는 순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고 싶어진다.”
- 『커커스 리뷰』
“놀랍도록 영리하고 이성에 충실하다. 우리가 잃어버린 고전처럼 읽힌다. 베이어드는 역사소설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 『뉴욕 타임스 북 리뷰』
“걸출한 주제에 걸맞은 어두운 분위기와 차갑고 비참한 현장을 탁월하게 그려냈다. 포 스스로 설득력 있게 말하고 움직인다.”
- 『워싱턴 포스트』
“통쾌하다. 마지막 페이지까지 예상치 못한 반전이 가득하다.”
- 『덴버 포스트』
“서정적으로 훌륭한 이야기. 능숙하고, 맛있다. 포의 유령처럼 흘러가는 내러티브는 예상치 못한 충격적인 결론에 다다른다.”
- 『프로비던스 저널』
“아름답게 제작된, 강렬하고 몰입감 넘치는 스릴러!”
- 『퍼블리셔스 위클리』
“언어, 상상력, 대담함과 장인 정신을 신비롭게 혼합하는 놀라운 재능을 지닌 작가.”
- 조이스 캐롤 오츠 (『흉가』 『좀비』 『블론드』의 저자)
“문학적 역사소설의 선두에 그가 있다.”
- 매튜 펄 (『에드거 앨런 포의 그림자』 『단테 클럽』 『디킨스의 최후』의 저자)
“그가 다음에 무엇을 쓸지 몹시 기대된다.”
- 로라 리프먼 (『나는 네가 어디 있는지 알고 있다』 『죽은 자는 알고 있다』의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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