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정들Elves을 두고 ‘요정fairy, 요정들fairies’이란 낱말이 빈번히 사용되는 것이 다소 곤혹스러울 수도 있겠다. 이에 따라, 숲속을 날던 흰 나방들에 대해 ‘티누비엘은 요정fairy이라서 그것들에 개의치 않았다’(71쪽), 그녀가 스스로를 ‘요정들fairies의 공주’(99쪽)로 일컬으며 그녀에 대해 ‘자신의 기예와 요정 마법fairy-magic을 발휘’(108쪽)했다는 설명이 제시된다. 첫째로, 『잃어버린 이야기들』에서 ‘요정들fairies’이란 낱말은 ‘요정들Elves’과 동의어이며, 저 이야기들에는 인간과 요정의 상대적인 신체 크기에 대한 언급이 여러 번 나온다.
--- p.62
“당신이 춤추고 싶다면 나를 따라오세요.” 그 처녀는 이렇게 말하곤 베렌에 앞서 춤추며 저편의 숲으로 나아갔다. 그 움직임이 민첩했지만 그가 뒤따를 수 없을 만큼 빠르진 않았다. 그녀는 이따금 눈길을 돌려 비틀거리며 따르는 그를 보고 웃으며 말했다. “춤춰요, 베렌, 춤을 추라고요! 험난한산지 너머에서 춤추듯 말이에요!” 이런 식으로 그들은 꼬불꼬불한 소로들을 따라 틴웰린트의 처소에 다다랐고, 티누비엘이 개울 건너의 베렌에게 손짓을 하자 그는 의아해하면서도 그녀가 사는 동굴과 깊숙한 궁전으로 따라 내려갔다.
--- p.74~75
“당치도 않으니, 썩 꺼져라” 하고 테빌도가 말했다. “네게서 개 냄새가 나는데, 개들과 수작을 벌인 요정이 고양이에게 무슨 희소식을 가져온단 말이냐?
--- p.96
“오, 안녕, 후안, 참으로 믿음직한 동지여. 그리고 잘 가시오, 그대, 나의 사랑하는 귀여운 티누비엘이여. 내가 그대에게 부탁할 것은 오직 이뿐이오. 이제 곧장 안전한 그대의 집으로 가시오. 착한 후안이 그대를 안내해 줄 것이오. 하지만 나는, 보다시피, 나는 숲의 고독 속으로 떠나야만 하오. 나는 내가 지녔던 저 실마릴을 잃어버렸고, 결코 더는 앙가만디에 접근할 엄두가 나지 않는 만큼 틴웰린트의 궁전에도 들어가지 않겠소.”
--- p.117
쿠이비에넨에서 시작된 요정들의 대장정에서 놀도르의 지도자는 핀웨였고, 그의 세 아들은 페아노르, 핑골핀 및 핀로드였으며 핀로드는 펠라군드의 아버지였다. (나중에는 그 이름들이 바뀌는바, 핀웨의 삼남이 ‘피나르핀’이 되고 ‘핀로드’는 그의 아들 이름이 되는데, 핀로드는 또한 ‘펠라군드’이기도 했다. 이 이름은 난쟁이들의 언어로 ‘동굴의 왕’ 혹은 ‘동굴을 파는 자’를 뜻했는데, 그가 나르고스론드의 창건자였기 때문이다. 핀로드 펠라군드의 누이는 갈라드리엘이었다.)
--- p.145
“눈살 찌푸리지 말라! 빛에, 법에, 사랑에 죽음을! 창공의 달과 별들에게 저주를! 저 밖 굽이치는 차가운 바닷속에 잠복한 장구한 어둠이 만웨, 바르다 및 태양을 휩쓸어 버리길! 광막한 바다의 신음 속에서 만물이 증오로 시작되고 만물이 악으로 끝장나기를!”
--- p.174
텅 빈 방대한 왕좌 밑에는 독사들이 비틀린 돌처럼 깔리고 늑대들이 역겨운 시체처럼 널렸는데, 그 속에 베렌이 까마득히 혼절한 채 누워 있었다. 그의 캄캄한 정신 속에선 어떤 생각도, 어떤 꿈도 어떤 눈먼 그림자도 어른거리지 않았다. “나와요, 나와! 조종弔鐘이 울릴 때가 닥쳤고, 앙반드의 강대한 군주가 쓰러졌어요! 깨어나요, 깨라고요! 저 두려운 왕좌 앞에 우리 둘만 있다니까요.”
--- p.272
“티누비엘은 비탄에 잠겨 온 세상 어디서도 위안이나 빛을 찾지 못하고 모두가 홀로 밟아 가야만 하는 저 어두운 길들을 따라 곧장 그를 뒤따랐어. 자, 그녀의 아름다움과 애틋한 성품은 만도스의 냉혹한 가슴조차도 움직였으니, 그는 그녀가 베렌을 인도해 다시 한번 세상 속으로 가는 것을 허락했어.”
--- p.290
여기서 나는 저술의 연대기를 돌려 나우글라프링의 『잃어버린 이야기』를 논하겠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여기의 대목이 초기의 『실마릴리온』에서 아버지가 채택한 확장적 양식―시각적이고 때론 극적인 세목에 대한 감각이 예민한―의 두드러진 예이기 때문이지만, 실은 「잃어버린 이야기」 전체가 이 책이 필요로 하지 않는 쇄말주의로 치닫기 때문이기도 하다.
--- p.303
그가 시가詩歌에서 찬양되는 배들 중 가장 아름다운 윙겔롯, 곧 거품꽃을 건조한바, 그 선재船材는 은백의 달처럼 희었고 노櫓는 황금빛에 돛대 줄은 은빛이며 돛대들엔 별 같은 보석들이 얹혔다.
--- p.312
베렌과 루시엔의 최종적인 떠남에 대해서는? 「퀜타 실마릴리온」의 표현으로는 이렇다. “베렌과 루시엔이 세상을 떠나는 것을 보거나 마침내 그들의 시신이 묻힌 곳을 아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 p.3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