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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늘의 편애

그늘의 편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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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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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11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222쪽 | 282g | 145*195*20mm
ISBN13 9791191306552
ISBN10 1191306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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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신어서 길들인 고무신처럼 버리지 못하는 정(情)이 있다. 평생 써서 지워진 지문처럼 닳아도 버릴 수 없는 결이 있다. 정과 결을 결어서 광목 한 필 얻고 싶다. 짜고 나면 설피고 성글어 머리맡에 두어도 발치께로 밀려난다.
---「작가의 말」중에서

이끼는 여리고 부드러운 존재만으로도 나무와 새와, 또 다른 생명을 부양한다. 곤충들의 서식지로 꾸며 놓은 초록의 양탄자는 자식들을 위해 아랫목에 깔아 두시던 어머니의 솜이불이다. 작은 체구로 가족을 건사하고 눅눅한 그늘을 자처하는 이 땅의 어머니는 만물에 육화된 존재다. 오랫동안 땅과 하나로 낮게 깔려 있어 존재마저 관심 두지 못했다. 소리 없는 손이어서 어머니 그 젖은 손을 잡아드리지 못했다. 이끼 위에 공손히 손을 얹는다.
---「그늘의 편애」중에서

여인의 작은 소(沼)에 비친 희미한 달빛은 애원보다 간절했다. 아이만 무사하게 해달라고 매달리는 기도는 하루하루 달빛이 포개지며 부풀기 시작했다. 절박한 소원의 끝은 애달프기가 달빛 같아 숨소리를 키워갔다. 밤이면 북두로 은하를 퍼 올리고, 낮이면 햇살을 길어 항아리에 퍼 담았다. 감천에 기대기 전에 지성으로 홀로 섰다. 하늘이 듣지 못할지라도, 하늘에 닿지 못할지라도 열 달의 항아리를 까치발로 채웠다. 여인은 실낱같은 몸에 우주만 한 달을 안고 달을 건넜다. 생과 사를 포개고 천 길 불길을 건넜다. 터진 모서리를 문지르며 달빛 나이테 한 올 한 올 맥을 짚어 온전한 달 항아리를 빚어 냈다.
---「달을 건너, 달을 품다」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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