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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12월 15일
쪽수, 무게, 크기 144쪽 | 136*216*20mm
ISBN13 9788961043472
ISBN10 89610434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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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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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증금을 월세로 모두 변제하고 난 뒤, 건물주는 마스터키로 문을 열었다. 세입자는 깊은 잠을 자고 있었다. 너무 오래 누워 있던 탓인지 형체가 녹아가는 중이었다. 현장에서 두툼한 종이책을 들췄을 때 얼굴에 빽빽이 눌어붙은 기호들을 발견하였다. 읽을 수는 없었다. 사람들은 입에서 입으로 들은 바를 옮겼다. 필사하던 공책에서 흐른 잉크가 독극물이라는 말도 있었다. 천문학과 기호학을 독학하여 해독하기 힘든 영역을 넘나들었다는 소문도 나왔다. 세입자가 새로 들어왔다. 이번에는 〈목구멍의 난제에 대한 몇 가지 증명〉이라는 팔백 쪽짜리 도형에 대한 논문집이었다. 스프링 제본된 논문을 들추자 구멍 뚫린 얼굴이 있었다. 구멍 한 개가 관통된 것인지, 다른 구멍 두 개가 뚫리다 보니 맞닿은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얼굴을 이루는 뼛속은 비어 있었다. 이것은 먹고 사는, 이라고 시작되는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그다음 세입자는 안면 압사 사건에 대해 이미 알고 있었다. 보증금은 없었다. 방들은 충분히 어둡고 냉기가 넉넉하게 돌았다. 세입자는 노트북 크기만 한 거울을 세워두었다. 문과 마주 보는 방향이었다. 깨진 유리병 조각들을 주워 늘어놓았다. 벽과 바닥이 닿는 귀퉁이였다. 무료나눔 받은 전신 거울이거나 길가에 내놓은 팔각형 화장 거울을 들여놓기도 하였다. 차츰 벽과 창을 가득 메우고 천정에 샹들리에처럼 늘어뜨려 놓기도 하였다. 그와 이웃이 마주치기도 하였다. 사람들은 그때마다 낯설고 외로워져서 목덜미를 으슬거리곤 하였다. 건물주가 첫 발견자였다. 바닥에 떨어진 기호 하나를 주웠을 때 반사된 그것은 무수히 많은 문장들을 발성하고 있었다. 거울 속의 기호들은 소리를 복사하여 스스로 음향을 만들었다. 한없이 어깨를 부풀게 하다가 가차 없이 듣는 이의 무릎을 꺾어 주저앉게 하기도 하였다.

주소가 잘못 적힌 봉투를 찢어대는 소리가 들렸다. 헐거워진 돌쩌귀가 삐걱대는 소리와 염소가 뿔을 비벼대는 소리도 들렸다. 오래 들고 다녀서 땀에 눅눅해진 전단지가 바닥에 미끄러지고 있었다. 빠르고 불규칙하게 찍히는 개찰구의 교통카드 스치는 소리가 겹쳤다. 더 이상 듣는 이가 해석할 수 없는 영역의 소리와 굳이 알고 싶지 않은 소리들이 유리와 거울과 기호와 발견자 사이에서 되풀이되어 반사되었다. 그는 거울들 속에서 자신을 찾을 수 없었다. 밥숟가락을 입속에서 빼낼 때 이빨 부딪는 소리가 났다. 그는 자신의 얼굴을 쥐어뜯는 소리를 반사시켰다. 사물과 기호의 소리들로 가득 찬 방안에 오직 자신의 얼굴로 자신의 얼굴을 눌러 죽이며 자신의 몸에서 빠져나가는 숫자들을 보았다.
---「질식에 대한 기록들」중에서

친숙함이 모두를 천박하게 해요. 코를 풀고 이를 쑤시고 생선 가시는 씹어요. 뱉어낸 가시에 살점과 가래가 엉겨 있네요. 흠을 견디지 못해 얼굴을 옆 사람의 목덜미 뒤로 감추는군요. 숙덕거리는. 미적지근하게 번지는 웃음. 사랑해야 하므로 고개를 주억거려요. 참을 수 없는 것은 없으나 불콰해진 얼굴로 타인의 머리통을 달걀처럼 품고 싶어요, 흐르는 식은땀. 품기 이전에는 마주친 적이 없는 머리통들에서 미열이 풍겨요. 즐탁하는 시간. 강하게 두드리시오, 발톱이 솟으려 해요. 목에 가시가 걸렸나 보다. 아니, 삼키던 가래가 기도에 걸렸어요. 부화하는 머리통. 짧은 문장은 읽지 못해요. 안긴 문장을 뱉고 싶어요. 할 줄 아는 건 계속 이어지는 중얼거림. 다른 한쪽 겨드랑이에서는 품던 알이 굴러떨어졌어요. 구토하세요. 맘껏 식도를 열어두세요. 우리 너무 오래 만났나 봐요. 당신의 패턴을 벗어야 해요, 아, 나는 생일이 없어요. 부모가 없는데 그런 날이 있을 리가요. 아침이라 여겨지는 어느 날, 해가 깊이 박힌 어느 시간쯤 문득 재생되는 날이라구요. 리셋, 재부팅. 일력을 다르게 기억하는 그런 시간이 있다는 걸 알게 되면요, 그냥 던져졌음을 알게 되는. 생일이 없는 날이 날마다 복사되어 있어요. 보름달이 여러 날째 계속되는 걸 알고 있나요. 대충 아흐레쯤 되었나요. 다르게 기억할 수가 없는걸요. 북동쪽에서 조금은 핥아질 달을 보면서 가장 외로운 시간을 달래요. 짧은 문장들은 복사하기 쉬워요. 구토하세요, 머리통에서 미열이 흘러요.
---「오독」중에서

복숭아는 더욱 안 먹어요.
입술에 묻은 팥빙수를 핥으며
손바닥을 펼쳐 소근거려 주어요.
나는 낯을 가려요.
매실도 안 먹어요.
오디도 먹지 않구요.
긴 수염을 쓰다듬어 주세요.
제 두상은 뒤집어졌어요.
내려놓지 않고 띄워야 하는 풍등처럼.
대롱대롱 매달린 알전구 안에서 모래 알갱이들이 흐르네요.
아, 바람에 가볍게 흔들리는 그것은
벌레들이 파먹은 흔적이네요.
잠의 사막에서 흘러내리는 모래인 줄 알았어요.
정수리를 긁어주세요.
가볍게 손바닥으로 쓰다듬으면서
손끝으로 살짝 두피를 비벼 주세요.
뿔이 자라느라 가렵거든요.
딸기향 아이스바를 주세요.
얼굴을 알아보지 못하더라도 삐지진 마세요.
당신의 냄새와 발목에서 올라오는 기울기로 알아보거든요.
아, 제 눈동자에 길게 누운 호라이즌을 알아봐 주셔서 고마워요.
다를 뿐이거든요.
이제 팥빙수가 다 녹기 전에 마저 먹을래요.
당신은 정수리를 마저 긁어 주세요.
---「염소는 사과를 먹지 않아요」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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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 『더께』는 비평가의 상찬이나 주해를 요하지 않는다. 단지 당신의 오독을 기다릴 뿐이다. 그러므로 이 시집은 잠재태, 잠재성으로 존재한다. 그녀의 텍스트를 읽는 순간, 텍스트도 독자도 다른 생성의 변이와 진행을 겪게 되기 때문이다. 시집에 수록된 모든 텍스트는 반복과 차이, 그리고 창조의 ‘더께’를 생성해 내는 오독으로 변주된다. 그것을 발화하고 있는 주체는 이 시집을 읽고 있는 독자, 바로 당신이다.
- 김효은 (시인,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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