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집이 그려내고 있는 사랑의 목소리는 크게 두 가지로 구별된다. 사랑의 대상을 향한 잔잔하고 수더분한 고백의 목소리가 있고, 사랑에 빠진 자가 어쩌지 못하고 터뜨리는 과격하고 무모한 신음소리가 있다. 앞은 사람의 목소리인데, 뒤는 짐승의 울부짖음이다. 나는 김용택 형의 시에 깃들어 사는 그 무지막지한 짐승을 좋아한다. 이것 좀 보라. “형, 나 지금 산벚꽃이 환장하고 미치게 피어나는 산 아래 서 있거든. / 형 그런데, 저렇게 꽃피는 산 아래 앉아 밥 먹자고 하면 밥 먹고, 놀자고 하면 놀고, 자자고 하면 자고, / 핸드폰 꺼놓고 확 죽어버리자고 하면 같이 홀딱 벗고 죽어버릴 년 / 어디 없을까.”(「우화등선」) 내가 딱 형한테 말하고 싶은 이 방탕, 이 탕진, 이 무책임, 이 유혹이 사랑의 절대성이다.
이 시집을 읽고 위안과 평화를 얻었다는 이보다 시 때문에 미쳐버릴 것 같다, 라고 말하는 이가 더 많았으면 좋겠다.
안도현(시인)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잃게 되는 게 삶의 법칙이다.
밤늦게까지 신나게 놀고 나면 다음 날 아침은 몸이 천근만근,
사랑에 온통 정신이 팔려 있다 보면 어디선가 구멍이 생긴다.
하지만 연애에서는 그런 셈이 통하지 않는 법.
그가 내 눈에 들어오는 순간 가슴이 터질 것 같고 구름 위를 걷는 듯한 기분을
어디서 얻을 수 있을까.
『속눈썹』의 시들은 그런 연애의 본능을 일깨워준다.
할 수 있는 자여, 구하라! 제발 이것저것 따지지 말고 아끼지 말고 연애전선으로
뛰어들어라.
황정민(아나운서,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