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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11월 15일
쪽수, 무게, 크기 294쪽 | 135*195*20mm
ISBN13 9791192828329
ISBN10 1192828321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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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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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은 영동이 좋아했던 정종과 국수를 먹으면서 자전거를 타고 다닌 여동생이며, 시인의 공원에 불을 낸 형 이야기를 한다. 모두가 인연이었다. 이렇게 세 사람이 나에게 이어져 있는 줄을 정말 몰랐다. 영동의 삶이 얼마나 버거웠던지 겉모습만 보며 추측할 뿐이었다. 찬찬히 들여다 보지 않으면 그가 우울증에 시달려서 서민아파트 고층에서 스스로 나비처럼 날아가 버렸다는 말을 함부로 할 수 없을 것이다. 자전거를 타고 다닌 여동생은 나타나지 않았다. 신기루처럼 안갯속을 뚫고 우리 집을 다니던 자전거 타는 여인, 불을 내고 보호 감호소에 들어가 있는 시인, 그들은 오빠와 남동생인 영동이가 하얀 나비가 되어 훨훨 날아갔다는 사실을 몰랐으면 좋겠다. 이 글을 쓰면서 그들에게 내가 뭔가 많이 잘못한 느낌이 든다. 이렇게 쉽게 세 사람을 만났다는 것이 어떤 의미였을까. 속물적인 마음으로 다시는 세 사람을 만나고 싶지 않다. 가슴이 아프니까.

그해, 눈이 소리없이 펑펑 쏟아지는 밤이었다. 고등학교 국어 선생으로 살아가는 나는 시인으로만 살고 싶었다. 직장을 갖는다는 것이 나에게는 무거운 갑옷을 입고 살아가는 것과 같았다. 눈이 많이 오는 날 밤 우연히 가락국수 한 그릇에 속을 풀 생각으로 그 집에 들렀다. 그런데 허름한 부엌 안에서 달그락거리며 국수 끓이는 여자의 뒷모습이 어찌나 가슴을 두근거리게 하던지 술이 한꺼번에 깨버렸다. 그 여자가 돌아서서 긴치마를 입고 국수 그릇을 내 앞에 놓았을 때 그녀는 처음 본 사람이 아니었다. 분명 그곳에서 만났던 단 한 사람 내 가슴 안에 늘 집을 짓고 살았던 사람이었다.

썰렁한 겨울을 맞고 있다. 사람들이 숱하게 몰려 있던 이곳에 한겨울 싸늘한 바람이 분다. 서울에서도 요즈음 손님들이 확 줄었지만 이곳만은 많은 사람들이 그대로 있을 줄 알았다. 내가 국수누나라 부르는 주인아줌마는 여전히 나를 보며 웃어준다. 그러면 됐지, 시인의 공원 느티나무 잎은 졌지만 발가벗은 사람 마음의 진실을 대변하고 있다. 봄을 맞기 위해서 혹독하게 찬 밤을 견디고 있다. 우리 모두가 이런 겨울을 지내고 있다.

‘시인의 공원’에 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추며 우리 모두의 어머니는 장하고 위대하다는 생각이 든다. 가락국숫집 주인 여자 또한 아들과 딸을 위해 얼마나 바쁘게 살아왔던가. 그녀가 끓여 준 동태찌개와 뜨끈한 밥과 막걸리 한 잔 먹으며 눈오는 날 스스로 위로받는다. 하얀 눈발이 흰 머리카락처럼 거칠게 때론 포근하게 어머니 모습으로 와 닿는다. 모든 보이는 것들은 이 또한 지나갈 것이다.

하루하루가 즐거웠다. 휴지를 주우러 가는 것이 아니라 가락국숫집에 들어가 벽과 천장에 써 붙여진 글들을 읽어보노라면 관조의 세계에 들어온 느낌이다. 얼마나 멋진 글들이 쓰여 있는가. 이곳에서는 삶의 희로애락이 한 장 한 장 수놓아 있는 듯하다. 각자의 삶을 소중하게 아는 주인아줌마가 고맙게 느껴진다. 아무렇지 않게 평범한 얼굴로 평범한 생활을 하면서 사람들의 마음을 받아 준다. 쉬는 날이 빨리 가고 국숫집으로 출근하고 싶었다. 세 여인은 각자의 살아온 이야기를 꽃피우면서 울고 웃어댄다. 주인아줌마는 점심 준비를 하면서 여인들의 이야기를 귀동냥하고 있다.

가게 안은 낙서 종이가 가득하다. 종이산이 된 것처럼 보인다. 종이가 부자인 이 집 천장과 벽에서 종이 커튼이 환풍기 바람에 나부낀다. 입이 저절로 벌어진다. 세상에 이런 집은 이 집뿐일 것이다. 주인아줌마 얼굴은 보이지 않는다. 음식 메뉴도 사람도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빼곡하게 종이커튼이 살짝 살짝 내 마음을 움직일 뿐이다. 엄마는 식탁에 앉아 있다. 나는 이곳저곳을 헤집으며 글을 읽어 보고 다녔다. 남녀노소 삶의 소리가 들린다. 아픔과 기쁨이 뒤섞인 인생사가 이 집안에 다 들어있는 듯하다. 안 먹어도 배가 부르다. 이곳저곳에서 국수, 돈가스, 홍어무침, 쫄면이 맛있다는 글이 아우성을 친다. 그저 그런 음식이라도 이런 종이 숲에 앉아서 먹으면 웬만하면 다 맛이 있을 것 같은 믿음이 온다. 엄마는 그 시절 주인아줌마를 좋아하게 된 이유가 그 허름한 식당에서 물건을 시키면서 쌀, 밀가루, 고춧가루, 돼지고기 등을 최고로 좋은 것으로 달라는 말을 들은 후부터였다고 했다. 지나가는 우연한 말들이 진실이기 때문에 엄마 마음을 움직였나 보다.

“연희, 아침은 그냥 오는 것 같지 않아. 봄도 마찬가지야. 어젯밤에 이 거리에 혼자 남아서 생각하니 꼭 내가 삶의 배를 타고 이곳으로 흘러 들어와 섬에 표류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 인생의 어디 쯤에서 타고 온 배가 사라졌어. 넓은 바다 흐느끼는 갈매기 소리 실어나르는 파도의 아우성을 해석한다면 내 삶의 의문이 풀리지 않을까. 느티나무가 조금 있으면 잎을 드러낼 거야. 파도가 가고 오는 길에 하는 말을 알아듣고 싶어. 하늘을 향해 물어보고 싶은 말이 지금 사라지고 있어. 이렇게 어김없이 봄이 오기 전에 삼라만상은 전조 증상을 표현하고 있는데 무심하게 일상생활에 충실하며 살아왔나 싶다.” 마리아는 느티나무 검은 가지 위에 푸른 빛이 돌고 있음을 알아차리고 있다. 마리아가 이곳에 남아 쪽방에서 잠을 자면서 그녀는 정말 하느님께 뜨거운 기도를 할까. 그녀에게 이런 일상적인 말을 물어볼 수가 없다.

붉디붉은 철쭉이 희디흰 철쭉을 사모하듯 다시 일어난다. 나의 오솔길에 주저앉을 수는 없다. 달그림자를 뒤로한 채 꿈결처럼 몽롱한 꽃과 바람과 감염병에 취한 나는 산뜻하고 향기로운 오솔길을 뒤로 한 채, 연수동 먹자골목에 손님들이 두고 간 이야기를 엮으러 휘적휘적 걸어간다. 죽어도 국수를 끓이다 죽고 싶다. 그곳에는 나의 단골들 수많은 이야기들이 살아있다. 손님들의 단골집일 뿐만 아니라 나의 유일한 분신이며 목숨을 담은 단골집이기 때문이다. 다시 문을 열고, 다시 이야기를 시작하고, 다시 가락국수를 끓인다.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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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단골』은 “한발은 땅에 딛고 한발은 하늘을 딛으며 꾸역꾸역 살아가는 사람”들 이야기이다. 세속적 욕심을 감추지 않고서도, 이웃의 아픔과 슬픔에 다가가 성심껏 위로하는 마음이란 어느 경지인가. ‘하늘에 한발을 딛지 않고는’ 낼 수 없는 도저한 마음. 삶의 애환과 고초를 修心의 방편으로 삼아 깍듯이 모시는 天心이라. 그래서 소설의 서술자는 “하느님과 결혼한 사람이다. 하느님과 결혼할 수도 있고, 이혼할 수도 있다. 또 재혼할 수 있다”라 말하는 것이다. ‘시인의 공원 느티나무’는 연희네 국수가게를 늘 지키며 속세의 희로애락을 묵묵히 굽어보는 ‘하느님의 변신’이다. 국수가게 주인은 “하루하루 사람 사는 이야기가 소설”이라고 담담히 말하지만, 천심을 모신 이야기는 ‘꾸밈없는 소설 형식’을 낳는다. 강순희의 소설 『단골』은 신산스런 삶을 이긴 마음에 깃든 천심이 저절로 造化를 이루는 소설의 귀한 사례이다. 이야기의 갈피들에 쓰인 뛰어난 시편들 또한 ‘시인의 공원 느티나무’에 빙의된 천심의 표현으로서 이 소설의 진실함과 고결함을 여실히 보여준다. “시인의 공원 앞집 여자/ 속 시끄러운 얼굴로/ 맨날 나를 쳐다봐서/ 이파리에/ 바람구멍이 났다.”(「느티나무」) “하고 싶은 말이 많아/ 살랑대는 느티나무 잎에/ 내 입술 포개 버린다”(「무언」)
- 임우기 (문학평론가)
남한강이 나를 키웠다. 그 물소리와 물빛 지금도 기억한다. 그런데 참 이상도 하지. 나는 왜 달래강과 저녁 달빛을 다 잊었을까? 여기 강순희 선생의 글에 뚜렷이 살아있는 숨결들 놀랍네. 어찌 이렇게도 곁가지 없이 흘러가는가. 중원에 우뚝 서 있는 강순희 마음 참 기쁘다.
- 류근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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