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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형의 집의 참극

인형의 집의 참극

JM북스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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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12월 13일
쪽수, 무게, 크기 448쪽 | 128*188*30mm
ISBN13 9791167183637
ISBN10 1167183630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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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연실 연구회’의 동아리실은 그런 유서 깊은 폐교사의 2층 모퉁이에 있는 빈 교실이다. 끼익끼익 삐걱대는, 시골 분위기가 물씬 나는 노송나무 복도를 나아가 미닫이에 걸려 있는 팻말을 보았다.
‘빨강’은 내객 중.
‘파랑’은 대기 중.
‘하양’은 외출 중.
오늘은 ‘빨강’. 내객 중이었다. 만약을 위해 두 번 노크를 하고 조용히 문을 밀었다. 실내에는 수많은 오래된 책상이나 의자가 바리케이드처럼 쌓여 있었고 그것들 다리에 행등이나 제등, 캔들랜턴에 펜라이트, 스테인드글라스나 유리에 장식용 조각을 한 세공품 등 일본식과 서양식, 최신품과 골동품이 뒤섞인 광원체가 여러 개 매달려 있었다.
(중략)
애초에 ‘연실 연구회’는 표면적인 것으로 그들의 주된 활동은 세상에서 흔히들 말하는 심부름이었다. 장르를 불문하고 학생의 고민 상담을 듣고 해결하는 데 전력을 다한다. 또는 단순하게 잡무를 해결한다. 의뢰 내용에 대해서는 비밀 유지 의무가 있고 익명 OK·무보수라서 비공식 활동인데도 의뢰인은 한 주에 2~3명이 반드시 나타난다.
--- p.24~30

“저기, 요거트 먹어도 돼?”
“안 돼. 그거 고단백이라서 비싼 거야. 사야 건 오늘 사줄게.”
“알겠어. 고마워.”
감사 인사를 하고 짧은 대화를 마쳤다. 엄마는 명백하게 미야를 편애했다. 엄마뿐만 아니라 학급 친구들도 선생님도 편의점 점원도 우연히 전철에서 마주친 샐러리맨도 그저 스쳐 지나간 고등학생도 대개 모두 미야를 편애한다.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잠재적으로 모두 미인인 언니를 우대한다. 철이 들었을 무렵부터 그랬다. 익숙해졌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하지만 성장하면서 조금씩 체념하며 관망하게 되었다.
--- p.35~36

“그러니 미야는 절대로 실패하지 않았으면 해. 넌 사야처럼 혼자 살아갈 능력도 학력도 없으니까 평생 남자한테 의존해서 살아가야만 해. 그런데 상대를 잘못 고르면 엄마처럼 되는 거야. ……뭐? 그런 침울한 얼굴을 하고. 괜찮아, 안심해. 엄마가 절대로 배신 안 할 근사한 남자를 찾아내서 미야한테 건네줄게. 그러니 지금은 힘껏 그 아름다움을 가꾸고 예쁜 몸으로 있는 거야. 약속이야.”
엄마는 새끼손가락을 스윽 내밀었다. 미야는 절반은 암시에 걸린 것처럼 그 새끼손가락에 자신의 손가락을 감았다.
--- p.111

“가여워라.”
사야도 시뻘건 눈으로 미야를 올려다보고 “너도 가여워”라고 갈라진 목소리로 대답했다. 미야는 반론하지 않았다.
“엄마가 죽어버리면 좋을 텐데.”
헛소리처럼 읊조리더니 불안정한 걸음걸이로 방을 나갔다. 사봉 냄새가 불과 한순간 남았지만 잠시 후에 방은 다시 개성 없는 살풍경한 모습으로 되돌아왔다. 사야는 책상으로 몸을 다시 틀어 공부를 시작했지만 엄마의 말이 무의식적으로 머릿속에서 반복되어 제대로 집중할 수 없었다. 돌이켜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굴욕감과 분한 마음으로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샤프를 쥔 손에 힘을 싣자 심이 노트를 뚫고서 뚝 부러졌다. 죽어버리면 좋을 텐데. 마음속으로 조용히 읊조렸다.
--- p.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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