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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륵상회 박복자

: 엇갈린 운명이 만든 어떤 울타리 이야기

스토리인 시리즈-23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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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12월 20일
쪽수, 무게, 크기 236쪽 | 130*210*13mm
ISBN13 97889652938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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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요즘은 혼자 사는 독거인들이 많다. 이유는 다양하다. 40이 가깝도록, 혹은 넘도록 결혼하지 않고 혼자 사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또는 노년에 배우자를 잃은 경우, 아니면 요즘 유행처럼 부쩍 늘어난 황혼이혼 때문이기도 하다. 젊은 층 역시 이혼으로 혼자 된 경우가 많다. 더불어 우울감을 갖거나 아예 우울증을 앓고 있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고독사 소식도 종종 들려온다. 나아가 그 외로움과 고독을 이기지 못하고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사람들도 많다. 이런 저런 이유로 우리는 참으로 외로운 사회를 살고 있다.
--- p.6

작년의, 그 우연 같은 만남을 은영은 일 년 내내 가슴 속에서 물레질했다. 그리고 오늘 자아내려 한다. 그러나 막상 나서고 보니 망설여졌다. 알 수 없는 질척임이 내심을 흔들었다. 남편 태성의 집안과 산속 그녀인 복자네 사이에 어떤 사연이 있었는지 너무나 궁금했다
--- p.16

어느 새 교실은 거의 다 찼다. 은영의 옆인 복자와 그 패거리들의 자리, 그리고 바둑 따먹기처럼 빠진 그 애 자리만 비어있었다. 그녀는 조급해졌다. 눈 놀림도 바빠졌다. 가슴은 자꾸 답답했다. 갑자기 더워지며 열이 났다. 작은 몸뚱이 하나를 부산스럽게 비벼댔다. 애가 탔다. 그래도 이런 날이 오기를 얼마나 빌고 빌었던가. 한 교실에 앉아 있기를. 멀리 앉아서도 그 애를 느낄 수 있기를. 그러나 시계는 씩씩하게 발을 쳐들고 척척척 돌아갔다. 이제 선생님 오실 시간이 겨우 십 분 남았다. 은영은 더욱 애가 탔다. 다시 문 밖에서 발자국 소리가 들렸다. 그녀는 귀청을 넓혔다. 발소리가 점점 다가왔다. 그러나 그 문으로 씩씩하게 들어선 건 복자와 그 패거리들이었다. 은영은 자신도 모르게 움찔하며 눈을 감았다. 복자는 아주 당당하게 들어와 힐끗하며 은영을 흘겼다. 그리고는 퍽! 소리를 내며 책 보따리를 내려놓았다. 무슨 철천지원수 대하듯 ‘흥’하며 90도로 돌아앉았다.
--- p.26

*1997년
1년 전, 기도원에서 우연히 복자를 만나고 다시 찾아가는 길. 복자와 헤어진 지 근 30년이나 된 지금, 그것을 아직도 우정이라고 말 할 수 있는지. 더구나 헤어질 때 인사조차 제대로 나누지 못했는데. 그때는 어리고 세상을 몰랐지만, 은영은 내내 마음에 걸렸다. 아프고 괴로울 때 함께 나누며 위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 p.63

민들레 씨앗이 새로운 삶을 찾아 어느 바람에 발산하듯. 그녀는 그렇게 과감하게 발산하기로 했다. 고요하며 찬란한 무지개를 펼치고 싶었다.
--- p.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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