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5년 고교 3학년 졸업장도 못 받고 떠난 이민. 미국의 성인학교(adult school)를 다니며 검정고시로 졸업장을 딴 뒤 막노동에 가까운 일을 하다가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코네티컷대학에 입학했다. 그러나 초등학교 내내 주의가 산만하다는 평가를 들어온지라 공부가 제대로 될 리 없었다(나중에 알고봤더니 과잉행동장애). 박중련은 가장 무식하고 확실한 방법을 선택했다. 책과 강의 내용을 모두 외워 버리자. 산을 한 삽씩 퍼나르는 각오로 공부해서 그는 와튼 스쿨 MBA까지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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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근처 공립중학교를 다니며 누나(지연)가 다니던 버겐 과학고를 염두에 두었던 현열이는 우연한 기회에 기숙형 사립고등학교인 ‘보딩스쿨’에 대해 알게 된다. 중학교 3년 간 모두 A학점을 받았고, 전국 상위 1퍼센트 안에 드는 실력을 가졌던 현열은 실력 테스트 겸 보딩스쿨에 지원했다가, 덜컥 합격했다. 그러나 가족에게 고민이 생겼다. 3만5000 달러에 이르는 학비가 문제였다. 박중련 씨는 엑시터의 학비보조 서류에 가족이 감당할 수 있는 액수를 적어 보냈다. 학교는 흔쾌히 나머지 금액만큼 학비보조를 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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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시터에서 시작되어 많은 미국 명문 사립고들이 채택하고 있는 ‘하크네스 테이블’은 타원형의 테이블에서 12명의 학생과 1명의 교사가 토론하며 공부하는 방식이다. 에드워드 하크네스는 부유한 자산가로 자신의 재산을 모두 사회에 기부했다. 특히 그가 제안한 ‘하크네스 테이블’은 교육 혁명에 가까웠다. 하크네스테이블에서 선생님과 12명의 학생들이서로 마주보며 공부하기 때문에 서로의 시선을 피할 수 없고, 선생님도 강단이 아니라 테이블에 앉아 학생과 같은 눈높이에서 대화하기 때문에 훨씬 가깝게 느껴진다. 또한 이 수업은 수학까지도 토론식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예습은 필수다. 현열이는 이 테이블에서 공부하면서 ‘표현력이 뛰어난’ 학생으로 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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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엘리트의 산실로 꼽히는 엑시터와 앤도버를 상징하는 표어 중 하나가 ‘Non Sibi(나를 위하지 않는)’이다. 엘리트 학생들에게 나를 위하지 않는 마음을 가르치는 것은 학문 이상으로 중요하다. 그들이 소유하는 즐거움보다 나눠주는 기쁨을 느낄 수 있다면 사회에서 존경받는 지도자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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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시터에서는 형식적인 교사와 학부모 면담이 아니라, 1박2일 동안 충분히 학교 수업을 참관하고 교사와 대화할 수 있는 ‘학부모 방문의 날’이 준비되어 있다. 박중련 씨 부부는 학교 방문을 통해 물리, 생물, 화학, 수학, 역사, 영어, 드라마, 종교, 사진 등 다양한 과목의 수업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아들 현열 군이 학교생활에 잘 적응하고 있는지 등을 면밀히 살펴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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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최고의 명문 사립고로 꼽히는 엑시터와 앤도버의 라이벌 관계는 학교 창립 때부터 계속 이어져 온 전통이다. 두 학교의 시설, 학생과 교사의 구성, 재단의 규모 등을 비교하면서 최고 명문고라는 타이틀이 하루 아침에 만들어진 것이 아님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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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문이라는 타이틀은 학교 스스로 붙일 수 있는 게 아니다. 그 사회가 인정해야 한다. 선택15, 7개 보딩스쿨 그룹, 8개 학교 모임, 세인트 그로틀섹스, 하버드 독립사립고등학교 가이드 10대 보딩스쿨 등을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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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이 가장 접근하기 어려운 부분이 미국 상류사회를 묶어주는 학연과 학교 내 사조직이다. 미국사회에서도 ‘연줄’은 중요하다. 이들은 아이비리그에 가기 전에 이미 고등학교에서 확실한 인적 네트워크를 형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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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부모, 부모가 다닌 학교를 후손에게 물려준다는 뜻의 ‘레가시(Legacy)’. 미국 명문대학이나 명문 고등학교에 레가시로 들어오는 학생은 15% 정도 된다. 이들은 가문의 전통도 이으면서 학교가 졸업생 자녀나 형제 자매들에게 주는 입학 특혜를 누린다. 그래서 어느 명문가 자녀는 하버드대학 입학증서를 입에 물고 태어난다는 말도 한다. 그러나 이와는 반대로 경제적으로 취약하지만 학업성적이 뛰어난 소수민족 학생들을 보호하는 어퍼머티브 액션도 시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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