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문법 시간, 선생님의 질문에 반 친구 대부분의 머리 위에 물음표가 떠오르는 모습이 보였다. 내 것은 보이지 않지만, 틀림없이 내 머리 위에 떠 있는 것도 물음표일 것이다.
머리 위에 느낌표나 온점을 내건 사람은 극히 일부로, 이윽고 그중에서 보다 눈에 띄고 싶어 하는 사람이 손을 들었다. 즉 미키를 말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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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가장 큰 고민거리는 흔히들 인간관계라고 하지만, 사실 인간관계는 간단하다. 그런 건 심장의 바닥에 보이는 시소 같은 바의 균형을 플러스 쪽으로 조금 기울이면 된다. 처음에는 마음을 닫고 나의 맹공에 질색하지만, 바가 마이너스 쪽으로 기울어 있다 해도 사랑의 무게로 플러스로 만들 수 있다. 그러기만 하면 된다. 그래서 차인 적도 있는 것 같지만, 나쁜 기억은 잊자 잊어. 응. 잊을 수 있어.
그래서 평소에 거의 고민하지 않는 내게 고민이 있다면 그건 인간관계 따위가 아니다. 좀 더 다른 것.
“밋키, 킥도 완벽하더라.”
문화제 연습 후 여자 탈의실, 교복 상의에 양팔을 넣고 있는데 뒤에서부터 귀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바로 누군지 알고 돌아보자마자 그녀를 부둥켜 안았다.
“멋있었어?”
“응, 다음 주 실전에서도 대성공시키자.”
“고마워! 하핫, 향기가 좋네!”
머리카락의 향기를 칭찬하면 엘은 부끄러운 듯이 웃으면서 심장의 바를 오른쪽으로 기울인다. 플러스다. 친구의 감정이 플러스로 기울어지는 것을 보면 기뻐서 내 감정도 플러스로 기운다.
--- p.65~66
파라라는 별명은 사랑스러운 미키가 붙였다.
사람의 심박수를 아는 능력을 갖고 태어난 나는 적어도 누군가에게 자극을 줄 수 있는 사람이고 싶다고 바랐다. 거기에 내 능력을 구사해도 되는 변명거리를 찾아냈다. 그리하여 주위 사람의 심장 소리가 강하고 빠르게 반응하도록 행동했더니 어느 날부터 이렇게 불리기 시작했다.
팟파라파의 파라, 라고.
아이러니하지만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다. 내 본성을 절대로 들키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 별명은 편리하기도 하다. 이 세상에는 캐릭터 덕분에 허용되는 행동이라는 것이 있기 때문이다.
머리가 이상한 저 녀석이 하는 일이다, 어쩔 수 없다. 내버려 두면 된다.
나는 자신에게 주어진 파라라는 캐릭터를 최대한 이용했다.
--- p.127
삼자면담 때문에 3학년 수업이 오전 중에 끝난 방과 후, 식당에 가니 밋키가 테이블 위에 쿠키를 펼쳐놓고 있었다. 가만히 다가가 옆에서 집어먹자 느닷없이 강렬한 보디블로를 날렸다.
“마음대로 먹지 마!”
“음, 맛있네.”
밋키의 머리 위에는 ‘분노’의 다이아몬드가 떠올랐다. 대신해 ‘기쁨’의 스페이드를 떠올린 것은 밋키의 건너편에 앉아 있던 엘이었다. 엘이 만든 건가. 그녀는 부드럽게 싱긋 웃어주었고, 최근에 언제나 그랬듯이 나는 눈을 피하고 말았다.
--- p.173
몇 개월에 한 번, 이유를 생각한다. 평소에는 딱히 신경 쓰지 않지만, 어제 일로 특히 민감해진 걸까. 스쳐지나간 커플의 모습을 보고 다시 의문이 들었다.
어째서 나한테는 사람들의 좋아하는 마음이 보이는 걸까. 방해가 된다고 생각한 적은 없지만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 적도 없다.
언젠가 나 말고 다른 사람들에겐 그 화살표가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의 그 충격이란. 온 세상의 색이 달라 보이는 것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 후 이상한 애로 보이지 않도록, 화살표가 보이지 않는 것처럼 조용히 살아왔다.
하지만 또렷하게 보인다.
몇 개월 전부터 시작된 그녀의 변화도 확실히 보였다.
--- p.264~26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