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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12월 13일
쪽수, 무게, 크기 120쪽 | 132*218*12mm
ISBN13 9791167241634
ISBN10 1167241630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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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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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처음 만난 날은
풀꽃 향기 온통 나서

머플러 목에 감기듯
스윽 마음 베인 채로

그 어떤
경계주의보
들을 수조차 없었다

40년 팽팽한 연줄
트램플린 경계에서

블루홀 그 너머 끝간 데
고요의 극점에 들어

기우뚱
중심을 잃고
액면가로 늙기로 했다
--- 「경계주의보」 중에서

내 집 마당인 줄 알고 싹틔우고 열매 맺고
사십 년 꽃그늘 아래 김매고 담도 고쳤다
편편이 시를 새기듯 삶의 나이테 새기며

햇살을 지붕 삼고 벌 나비 둥우리 삼아
비바람 태풍에도 끄떡없는 뿌리 내렸다
열매 꽉 껴안고 버티며 서슴없이 온 힘 썼다

불현듯 삽날의 위협 견디고 버텨내고도
오래오래 썩어서 마음마저 녹슨 후에야
불온한 삶의 이야기 노을처럼 풀어냈다
--- 「그런 줄 알았다」 중에서

노루귀꽃, 버들강아지, 산수유, 챙이눈꽃
봄바람 물소리에
앓던 속 터져 나왔다
그 사이
산괭이눈에
너도바람꽃 들었다
--- 「봄, 환상통」 중에서

하루치 노동의 뼈들 공장문 빠져나온다
온 몸의 통증이 문턱 넘기도 전, 교대 시간에 맞춰 하늘의 은총이 떼로 내린다 찌든 때 황혼에 스미듯, 뭉친 근육들이 대숲 사이 허기를 몰고온다 집으로 집으로 향하던 꺾인 날갯죽지들 팽팽한 전선줄에 비명처럼 내걸렸다 야근 특근에도 아직 배고픈 사람들 끊일 듯 위태롭게 고압선 통과하기까지 떼를 이루는 검은 물결 저 물멀미의 까마귀 떼
팽팽한 외줄의 긴장감 보이잖는 끝 간 데
--- 「까마귀 떼」 중에서

팔순 넘은 큰고모가 요양병원 가고나자
무시로 들락대던 초전 방지 갯바람이
기어이 녹슨 대문을 보듬어 눕혔다

깨진 시멘트 마당에 코 박고 쓰러졌나
짝 잃은 털고무신 이 빠진 개밥그릇
풀들의 등쌀에 밀려 귓불도 연초록이다
--- 「빈집」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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