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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형제의 연인들

[ 개정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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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12월 22일
쪽수, 무게, 크기 560쪽 | 133*215*35mm
ISBN13 9791130649511
ISBN10 1130649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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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가 끝나자 한동안 우두커니 앉아 있던 주성이 먼저 일어섰다. 거리에 그들이 나왔을 때 사방은 어둠에 묻혀 있었다. 태평로에서 세종로까지 가로수 사이에 솟은 가로등이 뿌연 빛을 발하고 있었다. 도시가 가진 가장 아름다운 시각이다. 전차 소리도 달리는 자동차의 클랙슨 소리도 향수를 자아내고 메마른 도시인들 가슴에 낭만을 부어주는 시각이다. 연인끼리 걸어도 좋고 혼자 걸어도 좋은 서울의 세종로 밤거리. 그들은 중앙청 앞을 돌아서 안국동 쪽으로 빠져나갈 때까지 한마디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주성으로부터 풍겨나오는 분위기는 강렬하였다. 그 이상한 압력이 혜원의 가슴을 조여들게 하였다.
--- p.73

혜원은 일어섰다. 그리고 입은 그대로 밖에 나왔다. 선선한 바람이 볼에 스치고 지나갔다. 그러나 그들은 다방으로 가지 않았다. 어딘지 모르게 그냥 걷고만 있었다. 거리에는 오가는 사람도 많고 불빛도 번거로웠으나 그들은 오직 그들 자신만이 이 천지간에 존재하고 있는 양 걷고 있었다. 실상 그들의 눈앞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서로의 입김이 있을 뿐이다.
--- p.97

나뭇잎이 굴러떨어질 때 슬프지만 아름답다 생각하지 않으세요? 감상입니까? 감상이겠죠. 하지만 감상을 경멸만 할 게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어차피 사람은 다 죽게 마련이지만 저의 경우에 삶보다 죽음이 더 가깝고 의미가 있을 것만 같아요. 어떻게 사느냐는 문제보다 조용히 곱게 죽을 수 있는 일이 더 절실한 문제만 같았어요.
--- p.117

그러나 오가는 말과는 달리 그들의 감정은 얽혀지지 못하고 엇갈려져 간다. 차츰 그들은 자기 속에 웅크리는 마음을 느낀다. 그리고 두 사람 사이에 알지 못할 어떤 이물이 끼어든 것처럼 그것을 서로가 의식하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그들은 그것을 극복하기 위한 다음 행동으로 옮겨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서로가 안타까우면서 사랑하면서.
--- p.310

주성은 전에 입버릇처럼 나는 나를 위하여 살 것이며 에고이즘은 인간의 본질이라는 말을 했었다. 그러나 그는 지금에 와서 아무 쑥스러움도 없이 비난의 용어로써 에고이즘이란 말을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한 자기 모순을 지적해 보기에는 너무나 그의 머리는 혼란되어 있었다. 주성의 지금 상태는 과열된 용광로와도 같은 것이었다. 모든 것은 부닥치기만 하면 태워버리고 말 그런 정신 상태에 놓여 있었다. 합리고 불합리고 있을 수 없었다. 자기의 욕망만이 가장 합리적인 것이요 그 밖의 것은 모두가 그의 불 속에서 태워버리고 말 그런 지저분한 것에 지나지 못하였다.
--- p.3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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