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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지은 집에는 내가 살지 않는다

내가 지은 집에는 내가 살지 않는다

: 시와 민주주의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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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12월 15일
쪽수, 무게, 크기 172쪽 | 150*224*20mm
ISBN13 9788966551729
ISBN10 8966551726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20명)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오늘날 시가 왜소해지는 현상이 두드러진데, 그에 대한 비평적 접근이나 이의 제기를 접하는 것은 거의 기대하기 힘들다. 아마도 완벽하게 상업화된 출판 시장과 관계가 있을 것인데 여기에 예전과는 다르게 문학 매체나 문학 출판사보다 작가의 입김(작품의 상품화를 넘어선 작가의 상품화)이 점점 세지는 현실 변화도 한몫하고 있는 중이다. 온라인 환경을 이용한 개인 미디어는 이제 웬만한 중소 출판사보다 힘이 세며 대형 출판사들도 ‘잘 나가는’ 저자의 눈치를 안 볼 수가 없는 형국이 되었다. 이는 출판계에 종사하는 이들이라면 구체적으로 실감하는 현상이기도 하다. 이런 환경에서 예전과 동일한 문학 권력 논쟁은 사실 허공에 괜한 주먹질만 하는 꼴일 가능성이 커졌다. 인정 욕망의 극대화가 부정적인 의미로서의 위계질서를 깨뜨렸는지는 모르겠지만 비평적 지성의 후퇴와 작품에 대한 냉정한 읽기의 체념 또한 불러왔음도 사실이다. 이제 비평과 비난을 구분 못 하는 세상이 되었다. 비평은 어느새 ‘좋아요’의 반대편에 있게 된 것이다. 다시 말하면 비평은 ‘싫어요’로 인식되면서 아이러니하게 점점 ‘좋아요’에 종속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이는 결국 비평의 부재와 퇴행으로 연결될 수밖에 없으며 비평이 ‘싫어요’로 인식되는 한 비평은 (상업적) 평판 유지를 위해 본연의 비판 기능과 창조적 지성을 수월히 포기한다.
---「기획의 말, 「시는 확장된 민주주의에 대한 꿈」」중에서

봄까치꽃 지나 청보리밭 지나
덤펑덤펑 발 빠지는 모래밭 지나
여기까지는 아는 곳일 거야

지나면

너럭바위 틈으로 눈이 몽글몽글 솟아나
나무 타는 소리 뒤에 잔기침이
물살을 밀어내지
겨울을 오래 앓는 곳이야
바람에 파래진 속살들과 떠는 발
바라보다 웃다가 서로의 어멍처럼
앓는 머리는 앓는 등을 품어주고
앓는 등은 앓는 허리를 품어주고
어제 허우적대던 숨이
오늘 허우적대던 숨을 안아야
불을 볼 수 있는 곳이야

봄이 남은 겨울을 다 지펴도
한 줌의 겨울이 계속 남는 건
추위를 나누며 닮아가길 바라서야
그곳에서 모두 바다를 닮아간다지
그곳까지 가려면 뼈마디에 고름이 차야 해
---「허유미, 「불턱」」중에서

상품은 기계의 속도보다 빨리 진화하고 있지
보고만 있어도 흥분되고 환상적이야
수천의 빚이 늘어가도 상관없지

VIP 고객인 브론즈 미스도
필살기가 있지
시인이라는 간판 걸었지
시는 우울증 같은 예술 상품이거든
사실 예쁜 시인이 더 잘나가는 상품이지

그녀의 눈에 띄는 상품들이 있지
요리 잘하는 미스터가 좋을까
부유하고 나이스한 기혼이 좋을까
세탁 상품 세일 상품 유형별로 있지
휙 돌면 휙휙 신상품이 줄 서 있네

간만에 브론즈 미스가 선택권을 쥐니
안주로도 씹지 않을
윤리를 들이밀고 모성을 난도질하지
대열 갖추어 마녀사냥에 돌입하네

미스터들의 왕국에서
미스나 미시즈 같은 미즈 상품은
빛의 속도를 따라 진화했지

혁명적인 상품 중에서도 혁명적인
미스터들의 숙주이니까
---「김사이, 「Enjoy」」중에서

다리 하나를 잃은 의자가
한 달째 골목길에 서 있다

지나가는 차들은
사람을 피하듯 조심을 한다

눈을 맞고
겨울비를 맞으며

속절없이 서 있는 불구(不具)

밀양 표충사 처마 아래
이른 봄볕을 쬐던 누런 고양이도
다리 하나를 잃고

아직 누군가 기다리는 사람이 있다는 듯
기울어져 있었다

날개가 접힌 새처럼
---「김선향, 「날개가 접힌 새처럼」」중에서

폭력으로 좀 살고 나온 아들이 제대로 한번 살아보겠다고 어미 명의 오두막 팔고 수협 대출 받아 차린 횟집 이름은 ‘흥’이었다 젊은 놈 밤낮으로 이 악물고 장사하면 빚 갚고도 1억쯤은 우습게 쥘 거라는 계산에 어미도 찬모로 나섰다 ‘축 개업’ 화환이 배달되었다 바르게살기운동본부, 팔방조기회, 만불산악회, 선주협회, 79동기회가 대박을 기원했다 헤어졌던 애인도 카운터로 돌아와 카드 단말기 작동 연습을 했다

코로나 확진자 발생에 횟집 문 닫았다 수족관 도다리들도 허옇게 배를 뒤집었다 재난지원금 몇 푼 받으려면 폐업도 못 한다 대출 이자에 밀린 월세가 자꾸 술을 불렀다 어찌어찌 다시 문을 연 지 일주일 만에 벌금 300만 원 물었다 거리두기 인원 제한 어겼다고 신고한 후배 놈 찾아가 죽도록 팼다 합의 본다고 쫓아다니는 사이 애인도 가버린 횟집 뒷방에서 어미 혼자 앓고 있다
---「권선희, 「흥 횟집」」중에서

마을에 홀로 살던 노인이 떠났다
노인의 집이 비었다
마을에 마지막 사람이 떠나자
사람의 집이 비자
집 앞에 배추밭만 남았다
노인이 떠나기 전에 심은 배추는
아무도 거두어가지 않았다
배추는 얼고 죽어 겨울을 났다
봄이 와도 누런 배추밭 나비도 날지 않고
들에 개나리
산에 진달래
노래처럼 곱게 피었다
---「임성용, 「배추밭」」중에서

봄이 쳐들어옵니다
공장으로 봄이 쳐들어옵니다
사람들은 아직 두꺼운 겨울을 사는데
공장으로 꽃잎이 쳐들어옵니다
쇠를 깎을 때마다 쏟아지는 쇠찌끼 위로
햇살은 투명한 꽃잎을 깎아 놓습니다
꽃잎이 나리다가 햇살이 비추다가
꽃잎이 춤바람이 났습니다

꽃잎은 봄이 깎아내는 쇠찌끼
꽃잎이 쳐들어오니 기계에서 꽃비가 내립니다
꽃비가 몰아치니 쇠찌끼가 투명한 햇살이 됩니다
햇살이 봄을 부르니
기름때 장갑 위로 두꺼운 작업복 위로
봄이 잔소리를 쏟아냅니다
오늘은 쇠를 깎다가 꽃잎을 깎다가 봄을 깎고 있습니다
---「이철산, 「꽃잎 깎는 봄날」」중에서

길을 잡고 당신은 묻는다
지하도 입구에서 신발도 없이
묻는다는 것이 입에서 불쑥 나온 건
이천 원만……

실은 길을 물어보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막상 내 행색을 보는 순간 묻고 싶은 생각이
순식간에 사라졌을지도 모른다
아래위를 훑으며 눈을 굴리며

길을 잃은 사람에겐 정작 길이 필요 없지
희망도 기약도 없이 허무를 마주하고
오직 견디는 힘이 필요할 뿐
포기를 모르는 자들은 자기 집구석에서도 노숙 중이지

체념 없이 여전히 대치 중인 자들
대치할 체력도 시간도 많지 않으면서
나머지를 탕진하면서 대치 중인 자들
비겁해도 우회와 타협은 수치스러워
길을 지워버리고 내일을 지워버리고
비겁한 건 사실이지

길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어느 날 길이 아니었어
벽과 대치 중이었더라고
포기한 자만이 길을 찾지 포기할 것도 없는 자들에게
길 따윈 필요 없어
시간은 무풍지대처럼 멈추고 그리고 허물어지지
그러나 허물어지는 건 벽이 아니라 시간
단단한 시간의 껍질을 벗지
돌과 물과 바람을 만나지
이것만이 순전히 자기 자신
고치처럼 껍질을 벗지
---「백무산, 「대치 중인 자들」」중에서

리얼리스트는 ‘팩트’를 재현하는 기술자가 아니다. 그는 차라리 이 세계로부터 다른 세계를 향한 욕망을 불러내고, 그것에 형상을 입히는 주술사에 가깝다. 말하지 않는 사물과 동물, 비인간적인 것들에 입을 달아주고, 목소리를 내게 만드는 마술사라 해도 좋다. 모든 존재하는 것들이 평등의 평면에서 서로가 서로를 증언하고, 서로에게 응답하게 하라. 이것이 리얼리즘의 제1강령이 되어야 한다. 그러니 당연하게도, 리얼리즘은 언제나 민주주의다.
---「최진석, 「리얼리즘은 언제나 민주주의다」」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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