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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녀석 1

그 녀석 1

최준서 | 오후 | 2014년 03월 20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리뷰 총점8.6 리뷰 23건 | 판매지수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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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4년 03월 20일
쪽수, 무게, 크기 408쪽 | 128*188*30mm
ISBN13 9791185687018
ISBN10 1185687017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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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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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얘긴데.”
“여자 A와 남자 B가 있어.”
풋, 하고 웃으며 은혜가 물었다.
“A? B? 무슨 가십난에 실린 연예인 얘기야?”
“나 그냥 얘기하지 말까?”
은영이 버럭 소리를 지르자 입을 다문 은혜가 계속 말하라는 듯 손가락을 휘저었다.
“둘은 20대를 훌쩍 넘긴 성인이고, 오랜 친구 사이야. 이성적인 감정이 전혀 없는 그런 사이. 그런데 어느 날 남자 B의 첫사랑인 여자 C가 나타난 거야.”
“언젯적 첫사랑?”
“한 10년 전쯤의 첫사랑. 우연히 여자 A와 첫사랑 C가 남자 B의 집 앞에서 마주쳤는데, C가 대뜸 A한테 B랑 오래된 친구라도 거리를 지켜 줬으면 좋겠다 그러는 거야. 첫 만남에.”
“내 남자 옆에서 꺼져라, 뭐 그런 선전 포곤가?”
“네가 듣기에도 그렇게 들리니?”
“응. 그런데 B랑 C랑은 사귀어?”
은혜의 질문에 은영은 고개를 갸웃거리다 대답했다.
“아직 사귀는 거 같진 않은데.”
“그럼 좀 오버했네, C가.”
“그래. 그렇지?”
은영이 반색을 하고 은혜 쪽으로 당겨 앉았다. 은혜는 여전히 매니큐어를 칠하느라 구부려 앉은 상태로 말을 이었다.
“갑자기 나타나서 첫 대면에 그러면 좀 황당하지. 아직 사귀는 사이도 아니라면서. 그런데 난 C의 마음도 이해는 가는데.”
이마에 미끈거리는 클렌징크림을 펴 바르던 경쾌한 손길이 우뚝 멈췄다.
“뭐가 이해가 가?”
은혜는 고개를 숙여 후후 발톱 위로 입바람을 불다가 얼굴을 들었다.
“언니는 제대로 된 연애를 못해 봐서 모르겠지만, 만약 언니가 C의 입장이라고 생각해 봐.”
은영은 그 잘난 김규리의 입장 같은 건 생각하고 싶지도 않았다.
“언니한테 사랑하는 남자가 생겼다고 쳐. 그런데 그 남자한테는 오랜 이성 친구가 있어. 아, 물론 둘은 친구일 뿐이야. 이성의 감정은 전혀 없고. 하지만 언닌 그 여자가 신경 쓰일걸? 애인인 나보다 더 오래 내 남자 옆에 있었던 여자. 그의 과거, 습관, 취향을 나보다 더 잘 아는 여자. 가족도 아니고, 생판 남인 여자가 나보다 내 남자와 더 가깝다는데 어느 여자가 기분이 좋겠어?”
아주 얄미운 표정으로 역지사지 정신에 대해 말하고 있는 은혜에게 은영은 신경질 나게 차마 아니라고 말할 수가 없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난 그 관계에서 여자 A가 자신의 처지를 확실히 자각해야 한다고 봐. 뭘 어쩔 건데? 그 남자더러 자기랑 그 여자 중에 한 사람만 선택하라고 할 거야? 그건 자칫 오랜 우정을 잃을 수 있는 위험한 짓이야.”
은혜는 얼굴에 클렌징크림을 펴 바르다 말고 손 놓고 앉아 있는 은영을 흘끔 쳐다보고는 마지막 새끼발톱에 매니큐어를 칠하기 시작했다.
“혹시 A가 B를 좋아하고 있었던 거 아니야?”
“그건 아니고.”
정신이 번쩍 든 얼굴로 은영이 손사래를 치며 서둘러 대답했다.
“그럼 뭐야? 내 남자도 아닌데 남 주기는 아깝다는 못된 심보야? 차라리 그런 거 신경 쓰고, 스트레스 받을 시간에 여자 A도 자신의 인생과 남자를 찾는 게 더 생산적이지 않겠어? 어차피 우정은 우정이야. 평생 같이 살 내 남자가 아니잖아.”
은영은 천천히 몸을 돌려 화장대 거울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기계적인 동작으로 클렌징크림이 거의 닳아 없어질 때까지 계속 얼굴에 펴 발랐다.
“그런데 그건 누구 얘기야? 혹시 A가 언니 아냐? 그러면 B는 준혁 오빤가? 그럼 C는 누구야? 준혁 오빠 첫사랑이 나타났어?”
은영은 벌떡 일어나 막 만족스러운 눈빛으로 매니큐어가 칠해진 열 발가락을 보고 있던 은혜를 일으켜 세웠다.
“뭐, 뭐 하는 거야?”
“이제 볼일 다 봤으니 나가.”
은영은 은혜의 가슴에 쿠션을 안겨 주고 문 밖으로 끌어냈다.
“언니!”
닫힌 문 너머에서 씩씩거리는 은혜의 목소리를 들으며 문에 등을 기대고 선 은영은 한참을 그렇게 있었다.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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