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담병원의 낭만닥터들은 현실에 맞닿은 채 김사부와 함께 낭만적으로 공명하지만, 한국 의료계가 처한 현실은 마냥 낭만적이지 않다. 꾸준히 제기되어 온 의료 수가 문제가 대표적이다. 낮은 수가가 책정된 진료는 돈이 되지 않기에 병원도 의사도 기피한다. 때때로 사명감이 투철한 낭만닥터가 헌신과 봉사의 마음으로 모두가 기피하는 진료를 하기도 한다. 그러나 차진만의 일갈처럼 현재의 체계는 의사를 보호하지 않으며, 의사의 처치가 적절했더라도 환자에 대한 과도한 책임을 의사에게 전가하는 경우가 있다. 잘해야 본전인 상황에서 김사부 말고 어느 누가 기꺼이 ‘낭만’을 앞세울 수 있을까. 내 돈이 들지 않는 타인의 낭만에 환호하기는 쉬우나, 내가 보호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낭만을 강요받기는 어렵다.
--- p.22, 「최우수상(박현휘)|정교한 초현실의 현실화를 꿈꾸다」 중에서
어른도 입학하고 싶은 유치원의 비결은 다름 아닌 공존과 평화였다. 〈딩동댕 유치원〉에서 아이들과 선생님 그리고 동물들은 자연스럽게 어울려 논다. 이 방송은 나이, 계층, 장애, 성별 등 어울림의 장벽이 될 수 있는 요인들을 뛰어넘은 우정과 공존의 이야기를 보여준다.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어린이 프로그램이 제시하고 있다. 이러한 모습은 함께 사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우리가 지향해야 할 모습이다. 다양한 친구들과 놀고 있는 〈딩동댕 유치원〉의 어린이들과 달리 우리 어른들은 어떠한가. 나와 다른 사람 또는 생각을 낯설어하고, 어떻게 대할지 더 어려워하는 건 오히려 어른일 가능성이 크다. 인식의 변화를 아동에게만 요구해선 안 된다. 이해와 존중은 이 세상을 살아가는 모두가 지니고 있어야 할 자세이다. 어른들의 교육도 필요하다. 아이들 눈높이에 맞춘 설명은 어른도 이해하기 쉽다.
--- p.39, 「우수상(심은진)|어른도 다니고 싶게 만드는 유치원의 비결」 중에서
고두심, 김혜자, 김해숙, 김미경 등의 공통점은 바로 ‘국민 엄마’라는 수식어를 가진 배우들이라는 것이다. 오랫동안 미디어는 여성에게 가사노동의 주체, 남편과 아이들을 잘 섬기고 돌보는 ‘엄마’의 역할을 부여해 전형적인 엄마의 모습을 꾸준히 강요해 왔다. ‘국민 엄마’라는 수식어가 생길 만큼 가족을 위해 헌신하는 엄마의 캐릭터는 본보기가 될 만한 가정에서의 여성, 혹은 엄마의 모습으로 미디어를 통해 그려져 왔다. 드라마 속의 엄마 캐릭터들은 한 명의 인간 혹은 여성으로서의 주체적인 삶보다는, 희생적이고 순종적인 모성애의 이미지로 꾸준히 그려져 왔다. 보통 우리가 본 드라마 속의 ‘엄마’ 캐릭터에 직업은 당연히 없었으며 자신의 꿈을 포기하고 가정을 먼저 돌보고 챙겼다. 또한 엄마들은 가정에서 남편, 자식들보다 먼저 자신의 욕구나 욕망을 노골적으로 드러낼 수도 없었다. 하지만 시대적 변화의 흐름에 따라 ‘엄마’의 캐릭터도 많은 변화를 겪었다. 여성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하는 드라마들이 큰 흥행을 거두면서, 여성, 엄마에게 주어지는 캐릭터 이미지와 서사가 더 다양해지고 공정해졌다.
--- p.101, 「가작(조수인)|백세시대, 50이면 청춘이지!」 중에서
거리에서 만난 시민들의 이야기로 다양한 사람들의 삶을 이야기하는 〈유 퀴즈 온 더 블럭〉만의 ‘통창’은 ‘주제’에 맞춰 섭외된 게스트를 선택함으로써 ‘작은 창’으로 줄어들었다. 또한 연예인의 출연이 증가하며 그들의 영화나 드라마, 앨범 등을 홍보하는 상업적인 측면이 부각되었다. 이 역시도 선택적이고 제한된 정보만을 토크의 주제로 삼아 주제의 다양성이 저해되었다. 이로써 기존의 〈유 퀴즈 온 더 블럭〉이 주던 신선함과 풍성함이라는 매력이 사라진 것이다. 207화에 출연한 배우 김희선 님 에피소드를 예로 들 수 있다. 호스트인 유재석 님이 “김희선 씨가 곧 작품이 나오는 게 있죠?”라고 묻자, 김희선 님은 “그러니까 이것도 속 보이고……”라며 본인의 작품 홍보를 선뜻 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 p.176, 「입선(남도연)|“YOU QUIZ?” “안 합니다!”」 중에서
젠더 이분법을 바탕으로 〈킹더랜드〉에서 취하고 있는 노동자들에 대한 태도는 현실의 여성 인권까지도 퇴보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동반한다. 그도 그럴 것이, 이 모든 것을 천사랑과 구원의 로맨스가 뜨겁게 불타오를 수 있도록 만드는 장작으로만 사용하고 말기엔 너무 무거운 주제들이기 때문이다. 킹호텔의 최고 위치까지 승진해도 부잣집 하녀가 되는 천사랑을 보며, 시청자들은 현실의 여성 노동자들을 가로막는 유리천장을 떠올리게 된다. 판타지적인 클리셰를 남발하며 ‘신데렐라’를 ‘구원’하는 ‘판타지 드라마’에서 유일하게 ‘판타지’가 적용되지 않는 영역이 존재한다는 것을 깨닫고, 드라마에 빠져들던 여성 시청자들이 괜한 씁쓸함을 느끼며 꿈에서 깨어나게 되는 것일지도 모른다.
--- p.344, 「입선(김나현)|킹더랜드의 개천용은 메이드복을 입는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