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보게, 히로마사. 자네는 나 같은 것보다 사실은 훨씬 더 뛰어난 힘을 가지고 있다네. 허나 그 사실을 깨닫지 못하고 있지. 하지만 그것이 좋은 것일세. 그것이 자네야. 그것이 히로마사라는 좋은 사내일세. 그렇기 때문에, 깨닫지 못하기 때문에, 이 천지도, 이 세이메이의 마음도 움직이는 것이거든.”---p.33
“작년의 벚꽃도, 재작년의 벚꽃은 아니지, 벚꽃의 꽃잎은 모두 그 해에 피어서 그 해에 지고 마네. 또 그 이듬해에 피는 벚꽃 또한, 똑같아 보이지만 실은 다른 벚꽃인 것일세. 평생 동안 같은 벚꽃을 바라본다는 것은, 실은 그 해뿐이고 두 번 다시없다는 뜻이지.”
“음.”
“허나 또 다르다고는 해도, 벚꽃은 벚꽃이고 그 해마다 똑같이 피네. 뭐라고 할까, 잘 표현할 수는 없네만, 그것은 사실 벚꽃만은 아닐세.”
“음.”
“매화든 창포이든 단풍이든, 실은 벚꽃과 똑같지 않은가. 전부 돌고 도는 것일세. 그 돌고 도는 가운데, 나만이 혼자 남겨져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고 만다네, 세이메이―――.”
“―――.”
“벚꽃도, 창포도, 단풍도, 전부 변함이 없네. 그 속에서 변해 가는 것은 나만이 아닌가. 나만 늙어가네.”---p.97
“이보게, 세이메이.”
“왜 그러나, 히로마사.”
“오래 살든 짧게 살든, 사람은 언제나 이날 이때를 사는 것일세.”
“음.”
“그러니 세이메이. 오늘 이 하루, 자네와 술을 나누고 있는 오늘밤의 이 한때를, 더없이 사랑스럽게 생각하고 있네.”
“나도 그렇다네.”
---p.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