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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들은 묻지 않는다

꽃들은 묻지 않는다

시와사람 서정시선-099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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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12월 20일
쪽수, 무게, 크기 160쪽 | 240g | 125*200*10mm
ISBN13 9788956657097
ISBN10 8956657092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1명)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손 잡아주기조차 미안해서
말 걸기조차 망설여져서
상위마을 하위마을 할 것 없이
긴급 구조 깃발을 샛노랗게 펄럭인단 말이지

폭풍 속 뗏목처럼
신음하고 표류하는 애비 가슴에
해열제로도 식힐 수 없이 들끓는 어미 마음에
산동마을 그 멀리서라도
절망 대신 봄날을 살려주고 싶단 말이지

유채꽃밭 가던 길
움직이지 말라는 얘기만 믿고
순진하게 따라하던 가지런한 눈망울들이
잠들지 못하고 눈 부릅뜨며 진혼하는
노란 굿판을 벌인단 말이지

추모의 펼침막마저 가위질하며
진실을 저울질하는 이들의 뒷짐 진 침묵과
간직해야 할 마음의 습지가 사라지는 것을
더는 볼 수 없어
충혈된 눈물을 방울방울 매달았단 말이지

세상에서 가장 긴 수학여행을 마치고
돌아올 자식을 끝내 기다리느라
어둠 속을 살아가는 엄마 아빠를 수혈하며
꺼지지 않는 등불이 되어준단 말이지.
---「산수유에게 말 걸기」중에서

당신의 이름을 씁니다
정의의 반대 칸에

그날
장검으로 찌른 건 민주주의였고
곤봉으로 내리친 건 자유와 평화였습니다

빨리 셔터 문 내리고 제복 입고 퇴근하세요 학생처럼 보이면 끌려가니까 절대 손에 책 들고 다니지 마세요 곤봉에 맞아 버스로 끌려가는 시민들을 차마 볼 수 없다는 전남신협연합회의 전언은 부들부들 떨고 있었습니다

그 후 우리의 일터는 도청 앞 분수대였습니다 전일빌딩을 맴돌던 총성과 유탄은 무섭지 않았습니다 매일 치약과 랩을 도시락처럼 챙겨 최루탄을 이겨야 했습니다 분수대로 가다 금남로 5가에서 만난 그를 잊지 못합니다 이유도 모른 채 죽어 태극기에 덮여 리어카에 실려가던 상처투성이 발을

눈물조차 말라버린 상무관. 만사지와 상여소리는 음료수병의 꽃 한 송이로 대신하고 즐비한 관 앞에서 말을 잃어버린 시간들의 무게는 저울질을 할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그들의 억울한 죽음이 그나마 행운이라는 역설이 더 슬픕니다 그날 이후 돌아오지 않는 찾지 못한 이들이 아직도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부처님 탄생한 날에
도청 앞으로 돌진하던 장갑차를 향해
정조준한 총구는 목과 날개를 부러뜨렸습니다
숨쉬기도 미안한 오열하는 오월이었습니다

그날 국가는 우리가 적이었습니다
그날의 하늘은 오늘과 다르지 않습니다
아직도 애도되지 않은 슬픔 외에
정조준 해야 할 무엇이 남아 있는지 묻습니다

스스로를 유배시키며 태풍에서 벗어나지 못해
자기 바다에 정박하지 못하는
당신에게.
---「당신에게」중에서

단 한 번도 묻지 않았지

빗소리만 들리면 가슴이 콩닥콩닥
짝짓기만을 위해 땅 위로 기어 올라온다고
그래서 너희들의 귀향 따위는 터무니없다고 예단했지
포식자 같은 땡볕에 의한 헛된 죽음일 뿐이라고

너와의 첫 만남은 삼십 년 전
시골학교 시멘트 계단의 널부러진 죽음이었지
예초기가 지나간 풀밭 같이 피멍이 들었었지
오늘 공원 산책로에서의 해후는 피난행렬 같았어
매미의 떼 창에 빠져 그때처럼 또 밟을 뻔했지

마르고 구부정한 노인의 꼬챙이가
동백나무 숲으로 조심스럽게 너를 옮기는 걸 보았어
눈물이 핑 돌았어 성호경을 그었어
노인은 공원을 한 바퀴 돌며 너희 모두를 구한 후
가까운 나무들에게 기도를 부탁했지
나는 그동안 공원을 네 바퀴 돌았어

흙을 먹고 토하고 헤집어야 하는 슬픈 사랑과
비온 뒤 목숨을 건 오체투지를 손가락질 했지
걱정 없이 체온이 유지되는 땅 속을 버린 채
불볕을 포복하는 너의 절박함을 수박 겉핥기 했지

작은 흙 알갱이들과 손잡고
네가 만든 떼알구조 덕분으로
식탁이 채워지는 것을 잊는 것처럼
열탕과 혹한 속 외국인 노동자들의 비닐집이
태풍으로 무너지는 그 참담한 소식은
여우비처럼 태풍과 함께 바로 소멸되었지
그들이 기른 채소와 쌀이 저녁 밥상을 차렸어

이제는 네가 정독되어야 할 시간이야
밟으면 꿈틀거리는 것들과 함께.
---「오독」중에서

그날
신문의 1면에는**
또 다른 김용균 1,200명을
위패처럼 나란히 세워놓았다

활자처럼 살아난 이들이 무언의 말을 하고 있다
입사 3일 만에
명복을 누리려고 일한 것이 아니었노라고

“한 달에 이틀 쉬고. 급여는 150만원보다 조금 높아. 6개월에서 1년 정도 부사수 하다가 사수 달면 300만원부터 시작한대”

자신의 나라에서 몽골 군대처럼 취급당하는
그들을 공격하는 현대판 산재는
팔만대장경도 막아내지 못했다

같은 일 하는 사람들
같은 방식으로 죽고 있지만

가난이 집요하게 죽음으로 대물림되는
대한민국의 킬링필드

베테랑 선원의 몸이
어선원들의 산재 박물관이 되어가는 지금

오늘도
3명이 퇴근하지 못했다.

*경향신문 기사 제목. 제22회 국제 엠네스티 언론상 수상.
**2019년 11월 21일 [경향신문]. 2018년 1월 1일부터 2019년 9월 30일까지 일하다 목숨을 잃은 노동자 중 ▲떨어짐 ▲끼임 ▲깔림 ▲무너짐 ▲물체에 맞음 등의 사고를 당한 1,200명의 이름으로 1면을 가득 채움.
---「매일 김용균이 있었다*」중에서

우리가 꽃 봄의 크루즈에 취하고
손익분기점을 계산하는 사이
만주벌판을 떠돌던 동포들처럼
보따리 쌌다 풀었다를 반복한다

태어난 고국에 대한 사무침 떼어놓고
단잠과 단꿈을 향해
등대 없이 항해를 감행한 그들에게
우리는 왜놈 순사였다
횡포를 휘두르는 만주국 지주였다
갈대 늪처럼 황량한 벌판인 조국에서
그들의 이름은 까레이스키였다

갈대배처럼 떠돌이가 되었어도
모든 희망이던 어린 자식들이
엄마의 나랏말을 몰라서
“불이야” 고국어로 수없이 외쳤을 절규는
화마 속에서 녹아내리고 질식사했다
---「입동 경고는 봄부터 시작되었다」중에서

때 아닌 폭설을 맞은 후에도
초미세먼지처럼 채찍 맞으며
하루 빨리 사라져야 했다

멱살 잡힌 바람처럼 떠돌던 그들에게
여명의 불씨가
살아있기나 한 것일까

연해주가 되어버린 엄마의 나라에서
또 다른 까레이스키가
아픈 밤이다.

*2018.11.7. 화재로 죽은 고려인 아이들 영전에 바칩니다
---「생의 입춘 시작되기도 전에」중에서

말을 버리고 표정도 감춘 채
그녀만의 원시림으로 떠났다네

숲은 어둡고 밝고 따뜻하고 차갑고
고요하고 신비롭고 활기와 무기력이 교차하는
낯설음의 시작이었네

힘이 센 침묵을 몸으로 살아내며
종일토록 질문하며 물음표와 잠들었네
백만 년 동안 말하지 않은 것들과 마주했네
아름드리 너도밤나무가 그녀를 끌어안았네
무너졌던 탄성의 허리 스스로 곧추세우고
요동치는 꽃대를 달랠 줄 알게 된 선물이라네

자신과 화해하며 천천히 걸어 나온 그녀는*
모든 출구는 새로운 입구임을 증명했네
그녀가 우리를 다시 찾은 날
우리가 그녀를 되찾기 위해
첫눈카페**로 향하며 기쁨을 파종한 날
개망초들의 합창 밤새 울려 퍼졌네
금계화와 흰나비의 춤사위도 별빛 속에 쏟아졌네

달이 되어 돌아온 그녀는
달맞이꽃 된 우리의
눈빛을 하나하나 얼싸 안았네.

*쓰러졌다가 다시 일어선 문우.
**일주일에 한 번 시를 공부하는 카페.
---「원시림에서 걸어나온 그녀」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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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이 어둠 속을 걸어간다. 한 손에 횃불, 한 손에 저울을 들고 있다. 세계의 골목길을 헤쳐가며 그는 인간의 마음속 고통을 확인하고 그들이 지닌 슬픔을 계측하고자 한다. 그의 길이 거칠고 험하다 할지라도 그것을 외면할 자유는 우리에게 없을 것이다. 김귀례의 시는 인간과 세계의 모순 그 아픔 앞에 예민하고 진지하다. 산 너머에 있는 아이스크림 가게를 꿈꾸는 것보다 눈 앞에 펼쳐진 마을의 슬픔을 선택하는 것은 불편하고 어리석은 일일 수 있을 것이다. 그가 선택한 ‘미럭곰차두’ 같은 고통의 자유는 소중하다. 자신이 존재하는 아쉬움 많은 이승의 시간을 두려움 없이 사랑하는 것! 그의 시가 든 횃불과 저울을 우리가 듬직하게 바라보는 이유다. 꽃과 시는 모든 고통의 시간을 통과한 영역에 핀다
- 곽재구 (시인)
여전히 시대의 한 가운데를 복무하는 열혈 청년의 시가 여기에 있다. 천수천안의 몸짓과도 같이 자신의 시를 태어나게 하는 비극의 현장을 검색해 내고 놓치지 않고 있다. 운명처럼 그 자리에 앉고 눕는다. 그렇게 시의 계절들이 지나가고 나무들이 자라는 동안, 시인의 의식 속으로는 세월호와 용산과 이태원의 내면들이 김귀례 시의 시행들로 뭉쳐져 같은 위도 위에 출몰한다. 한편으로 시인은 오월 광주와 통일 한반도의 대지 위에 녹색의 꿈을 심는 일도 마다하지 않고 있다. 열악한 환경의 노동자를 향한 자본과 국가 폭력의 현장을 고발하는 목소리들 역시 강과 산을 닮은 모습이다. 이들 시에는 이유가 있다. 인권과 평화와 통일 의지에 관한 투철한 신념과 의지이다. 외롭고 높고 뜨거운 시의 현장이 아니겠는가.
- 정윤천 (시인)
김귀례 시인의 詩는 기도다. 사회의 고통과 아픔을 직시直視와 직관直觀으로 바라보면서도 절망하지 않고 희망을 길어 올린다. 한용운의 「님의 침묵」을 빌리자면 “스스로 사랑을 깨치는 것인 줄 아는 까닭에 걷잡을 수 없는 슬픔의 힘을 옮겨서 새 희망의 정수박이에 들어” 붓는 구절과도 같다. 한편 가족을 향한 사랑이 숨을 쉬고 이웃의 아픔을 위무하는 내밀한 기도이다. 그의 詩에 나타난 언어적 통찰과 깨달음 또한 고통을 희망의 정수리에 옮겨 붓는 일과 같다. 때 묻지 않은 순수한 영혼의 방언과 정의로운 세상을 향한 열망의 노래가 이번 시집의 특징으로 올곧게 자리하고 있는 중이다.
- 강대선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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